전기·보일러 시설도 안 돼 하우스는 ‘냉동창고’…2단계 수출 사실상 불가능

도의회, “도,감사원 감사·수사 요청해야…유야무야 할 경우 조사특위 가동”

호접란 수출사업 타당성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태환 지사의 결정에 따라 호접란 수출사업의 총대를 메게 된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지난 8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도의회 강호남 부의장과 김병립 의원, 호접란 수출참여 농가 등과 함께 LA 현지농장을 방문한 결과, 현지농장의 실태가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총체적인 부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나 방문자들 대부분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공사와 도의원들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LA 현지 농장 실정은 지금까지 제주도 당국이 말해온 것과는 달리 호접란을 배양해 판매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하우스가 단 한 동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현지에 호접란을 키우고 판매할 수 있는 시설이 지난 2000년 공사에 착공한 이후 4년이 넘도록 아직까지도 안 갖춰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현지 1만평 부지를 매입할 때 함께 매입한 하우스시설 가동은 태풍으로 천정 반쪽이 날아가 버려 현재 플라스틱으로 임시방편으로 가린 상태이나 각종 먼지 등으로 햇빛을 전혀 받을 수 없어 이 곳에 재배 중인 25만본의 생육상태가 극히 불량한 실정이다.

시찰단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현지 하우스에 전기시설이 안돼 호접란 재배의 필수적인 난방보일러는 물론 환풍기조차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는 점이다.

김병립 의원은 “현재 가동에 있는 15만본 대부분의 생육이 너무나 불량해 비 전문가인 우리가 한 눈에 보더라도 실제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호접란은 30% 정도 밖에 안된다”고 말해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지금까지 제주도 당국이 시설공사를 마무리 짓고 준공허가만을 남겨둔 상태라고 밝힌 나동과 다동 시설도 엉망으로 현재와 같은 상태로는 미국 정부의 준공허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다. 나동과 다동은 임시사용허가만을 받은 상태이나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전혀 갖춰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LA 현지 농장 법인은 나동과 다동 외에 라동을 건축키로 주 정부에 승인을 받았으며, 올 상반기내에 라동을 착공하지 못할 경우 나동과 다동의 건축허가가 취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

현지농장은 현재 라동 착공이 사실상 불가능하자 라동을 짓지 않는 쪽으로 설계를 변경해 준공허가를 받으려고 하고 있으나 “실제 주 정부 승인을 얻을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는 게 개발공사와 도의원들의 견해이다. 

지방개발공사 관계자는 “하우스 시설의 가장 기본적인 전기시설마저 안 갖춰져 있는데 다른 것은 말하나 마나 아니겠느냐. 우리가 지금까지 이 같은 시설을 믿고 호접란 수출을 해 왔다는 게 너무나 놀라울 뿐”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지방개발공사 관계자의 지적처럼 지난해 10월 공사가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졌던 나동과 다동 역시 전기시설이 안 돼 이 곳 역시 보일러와 환풍기 작동이 안되고 있으며, 배수시설 조차 제대로 안 돼 있다는 게 현지를 시찰하고 온 관계자들의 한 결 같은 지적이다.

또 각종 전기제품을 미국 현지 제품이 아닌 한국제품을 수입해 사용하는 바람에 준공검사에 적지 않은 애를 먹고 있으며, 아직 준공처리도 안된 하우스 시설의 설계도조차 미국 현지에는 없는 것으로 조사돼 호접란 LA현지농장의 관리실태가 어느 정도 엉망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와 함께 현지 시찰단은 현지 관리사 공사도 철근 콘크리트 공사만 한 채 중단된 상태이며, 호접란을 판매시 덤프트럭에 실을 수 있도록 한 접안시설, 그리고 화장실 공사조차 중단된 채 방치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 현지 공사업체들에게는 아직까지 공사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향후 조사결과에 따라 일파만파 파문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지 시설공사 책임을 맡고 있는 제주교역 관계자들은 LA에서 완전히 철수해 버려 현지에서는 아무도 이 문제를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으며, 이 같은 심각한 문제를 지금까지 쉬쉬 감춰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주도에서 호접란 사업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현지에 파견한 공무원 역시 이에 대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심각한 직무유기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문제는 오는 3월부터 도내 농가가 배양중인 호접란 2차 입식분 25만본을 현지에 수출해야 하나 이처럼 현지 여건이 안돼 있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호접란을 수출할 경우 또 다시 전량 폐기처분해야 하는 전철을 밟게 돼 있다.

또 수출이 중단될 경우 농가들이 애써 가꾼 호접란을 제주에서 전량 매수해야 돼 또 다시 수억원의 혈세가 낭비되는 사태에 직면해 있다.

현지농가 책임자도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호접란 수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방개발공사 측이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시찰단들은 전했다.

김병립 의원은 “지금까지 제주도가 도민들에게 이야기해 온 것은 하나도 믿을 수 없는 내용들 뿐”이라면서 “지금까지 호접란 수출을 위해 투입한 130억원은 하나도 건질 것이 없이 모두 날라가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 의원은 “이 문제는 결코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제주도와 특히 현지 공사를 맡고 있는 제주교역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제주도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해야 한다”며 “만일 제주도당국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을 경우 도의회 차원에서 특위를 구성해 전면 재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으며 그럴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것”이라며 제주도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또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제주교역에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주교역은 현지 실상을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며 제주교역을 향해 경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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