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국가장기생태연구, 지구 온난화 탓…멸종위기

기후변화의 위기가 한라산 생태숲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한라산의 명물 ‘구상나무 숲’이 지난 30여년간 기후변화로 3분의 1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12일 발표한 국가장기생태연구 2008년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라산 해발 1000m 이상 고산지대를 조사한 결과 구상나무 숲의 면적이 1967년 935.4㏊에서 2003년 617.1㏊로 감소했다”고 밝히고 있다.

마지막 빙하기 때 남쪽으로 내려와 수만년 동안 한반도에서 자라기 시작한 구상나무가 기후가 바뀐 이후에도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꿋꿋하게 버텨왔지만 지난 36년간 급속하게 34%나 줄었다는 이번 연구결과로 제주 한라산의 생태계가 크게 변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구상나무가 말라죽은 자리에 물참나무가 자라는 등 기온 상승으로 한라산 구상나무 숲이 급격히 줄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제주의소리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숲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전나무류 숲으로 지구 온난화 정도를 감지할 수 있는 척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한라산 구상나무 자리에는 온대성 식물인 물참나무·소나무 등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대림인 침엽수·활엽수림이 뒤섞인 혼효림 면적은 같은 기간 1399.2㏊에서 1498.1㏊로 늘어났으며, 관목림 면적도 725.1㏊에서 923.4㏊로 증가했다. 일부는 태풍 등으로 인해 토양이 침식되면서 맨땅으로 변하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구상나무 숲은 안정된 극상림으로 한 그루가 죽으면 그 자리에 새 구상나무가 다시 자라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엔 물참나무 등 온대성 나무가  뒤섞여 자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온 상승에 따라 한대림이 온대림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도 평균기온은 1974년 이후 1.1도 상승했다.

구상나무는 한라산·덕유산 등 일부 고산지대에서만 자생한다. 이번 조사결과로 국내에서 구상나무가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환경부의 국가장기생태연구는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 생태계 변화를 조사·예측하기 위한 것으로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 등 분야별 전문가 300여명이 참가해 육상.담수.연안 등 전국 18곳에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진행 중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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