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박모씨, 뇌수막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어머니 혼수상태
의료시민연대, 명백한 의료사고…경찰, "고의성 없다" 내사 종결

▲ 제주시 박영훈씨가 17일 제주경찰청을 찾아와 H종합병원의 의료사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제주의소리
"병원의 오진으로 어머니가 21개월째 식물인간입니다"

제주 모 종합병원에서 뇌수막염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환자가 21개월째 혼수상태에 빠졌다.

환자 가족들은 '의료사고'라며 경찰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고의성이 없는 오진'이라며 내사를 종결, 가족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들고 있다.

제주시 박영훈씨(40)는 지난 2007년 7월14일 어머니 황모씨(80)가 아픈 증세를 보이자 집에 있던 상비약인 '타이레놀'을 복용시켰다.

어머니 황씨가 갑작스런 고열에 의식이 없자, 박씨는 이날 오후 7시30분경 119구조대를 불러 제주시 H종합병원 응급실에 입원시켰다. H병원측은 황씨의 소변.혈약검사 등을 한 후 '신우신염'으로 진단을 내렸다.

특히 병원측에서는 단순히 1년전 황씨가 '신우신염' 앓았기 때문에 '신우신염' 진단을 내린 것으로 가족들은 주장하고 있다.

어머니가 신우신염 진단 후 치료를 받았지만 계속 병세가 악화되자 박씨는 병원측에 뇌 전선화 단층촬영 및 척추천자 검사 등을 요구했고, 재진단 결과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병원측의 잘못된 진단으로 박씨의 어머니는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이 돼 버려 21개월째 병원에서 입원해 있다.

박씨는 병원의 의료사고라고 주장하며 대한의사협회에 문의했지만 의협은 '의료사고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반면 의료소비자시민연대에서는 '병원측이 명백한 의료사고'라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박씨는 지난해 H종합병원을 상대로 경찰에 '의료사고'로 고소했다. 경찰은 제주대 법의학교실에 감정을 요청했고, 제주대 법의학교실은 "결과적으로 7월18일 이뤄진 '화농성 뇌막염'은 그 발병시점으로 기록상으로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그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질병으로 진단과정에서 간과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제주대 법의학교실은 "황씨의 경우 입원 당시부터 신우신염이 있었고, 발열과 늑골척수각의 통증 및 소변 검사 결과는 모두 신우신염의 전형적 증상에 해당된다"며 "종합할 때 이번 사건은 신우신염과 합병돼 '뇌수막염'의 진단이 간과된 경우로 판단되면 이는 '오진'에 해당하지만 '불가항력적인 오진'으로 보인다"고 감정했다.

경찰은 감정 결과에 따라 형사적인 범죄 구성요건 상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고, 박씨에게 '내사 종결' 사실을 알렸다.

박씨는 경찰의 수사 종결에 대해 "그럼 병원이 환자를 상대로 고의로 오진하느냐"며 "왜 과실이 없는 지 이해할 수 없는 수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박씨는 경찰 수사과정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그 결과 H병원측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 황씨가 병원에 올 당시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였다'고 거짓진술한 사실을 확인했다.

박씨는 "2007년 7월14일 119구급차로 어머니를 이송할 당시 고열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의식이 없었다"고 반박하고, 당시 119구조대의 기록까지 확인했다.

이 외에도 H병원측은 박씨가 의료사고라고 계속 문제제기하자 병원 고위 관계자는 박씨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모욕을 한 사실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이런 사실을 녹취해 놓고 있었다.

박씨는 "병원측의 과실로 어머니는 21개월째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저는 억울해서 그 때부터 잠을 1-2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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