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375호 제주 애월읍 금산공원

   
▲ 금산공원 고목  ⓒ 김강임
 
"시골마을에 있는 공원이니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겠지!"

 그러나 그것은 내 착각 이었다. 작은 시골 마을에 있는 공원이라고 해서 얕잡아 본 것이 오산이었다.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금산공원, 금산공원은 나그네에게 그리 쉽게 길을 내주지 않았다. 자동차로 마을 안 길을 몇 번이나 돌고 돌았으니 말이다.

   
▲ 금산 입구에서 본 고목 ⓒ 김강임
 
이정표 하나 없는 금산공원

3월 15일 휴일 아침 8시 30분, 너무 일찍 방문했기 때문일까?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마을은 한적했다. 마을 길 끝에는 울창한 숲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숲이 바로 금산공원, 공원이라 해서 놀이시설이나 놀이기구들이 설치돼 있는 정원이라 생각하면 그것은 오산이다.  그저 빼곡히 늘어선 울창한 숲이 전부니까 말이다.

하지만 금산공원의 특별함은 나이를 셀 수 없는 곰솔과 후박나무, 생달나무와 종가시나무가 하늘을 덮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나무를 덮고 있는 콩짜게덩쿨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는 것이다.

금산공원 입구에서 표지판을 찾아보았다. 초등학교 옆에 자리 잡은 표지판은 천연기념물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공원 안내도는 보이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초등학교에서 설치한 '생태학습장' 표지판이 천연기념물인 금산공원에 대한 표지판보다도 더 화려해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 금산공원 입구  ⓒ 김강임 
 
낙엽, 돌, 흙이 범벅이 된 숲길과 고목의 만남 

금산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밋밋한 계단이었다. 서너 개의 계단을 올라가자 좌우에 서 있는 고목나무에 주눅이 들었다. 곰솔하면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산천단만 생각했는데, 세월을 이겨온 곰솔이 금산공원에도 서 있었으니 말이다. 나이를 알 수 없는 곰솔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같았다.

계단 끝에는 세 갈래 길이 나 있다. 작은 숲 속에 놓인 세 갈래 길에서 어느 길을 택할까 망설였다. 잘 단장된 두개의 산책로를 마다하고 가운데로 뚫린 울퉁불퉁한 숲길을 택했다. 그 길은 고목에서 떨어진 낙엽과 돌, 검은 흙이 범벅이 된 숲길이었다.

   
▲ 숲길  ⓒ 김강임 
   
▲ 산책로 ⓒ 김강임

긴 겨울 끝에 만나는 새들의 맑고 고운 화음 

"숲길에 왜 이정표가 없을까?"

궁금했지만, 그 궁금증은 600m 정도의 숲길을 다 걷고 나서야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50m 정도 숲길을 걸었을까? 고목위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 소리는 마치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소리 같았다. 긴 겨울 끝에서 만나는 새들의 맑고 고운소리, 그런 화음을 언제 들어봤던가. 그러고 보니, 그동안의 내 삶을 너무 척박하고 황량하게 살아 온 것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하고 아늑한 고목의 가지 위에 둥지를 틀었을 새들을 생각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보이는 것이라고는 울창한 숲뿐이다. 보이는 것을 손에 잡으려 성급하게 달려왔던 비단길에 비하면 금산공원 숲길은 그저 심심한 길이다. 그런데 그 심심함 속에 왜 그리도 많은 보물이 숨어 있는지.

   
▲ 납읍마을제  ⓒ 김강임

   
▲ 포제단 ⓒ 김강임

무형문화재 6호, 제단과 고목의 신성함

50m 정도 밖에 걷지 않았는데, 왼쪽에서 납읍 제단을 만날 수 있었다. 무형문화재 6호 납읍 마을제의 표지판을 읽고 보니, 금산공원이 얼마나 신성한 곳인지를 알 것 같았다.

숲길에서 서너 개의 돌계단을 딛고 올라서니 그리 넓지 않은 마당에 3개의 제단이 보였다. 납읍 마을제는 서신과 토신, 포신을 모신다 한다.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고목들로 아담하고 아늑했다.

여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나무인데도 제단을 에워싸고 있는 나무마다에는 저마다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돌로 만들어진 제단에도 콩짜게덩쿨이 붙어 있었다. 석재로 만든 무게있는 제단보다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훈훈했다. 이끼 낀 제단에는 습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정겨웠다.

   
▲ 콩짜게덩쿨 ⓒ 김강임
 
숲 끝은 곶자왈 지대, 난대림 형성 

다시 50m 정도 걸으니 밀림을 연상하게 하는 숲지대, 숲길이 끝나는 지점은 제주의 곶자왈 지대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제주의 곶자왈 중 애월곶자왈은 노꼬메오름에서부터 납읍리까지 분포하지 않았던가.

그 밀림 지대 옆으로는 좌우에 산책로가 나 있었다. 이 산책로는 입구에서 시작된 세 개의 산책로와 통하는 길이다. 나무로 잘 단장된 그리 길지 않은 산책로 중간 중간에는 고목을 보호하는 테두리가 쳐졌다. 때문에 정자같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늘을 수놓은 곰솔의 가지와 종가시나무 가지의 우람함에 취해보는 순간이었다. 산책로를 한바퀴 돌다보니 다시 입구에 도착하게 되었다.

   
▲ 곶자왈 ⓒ 김강임
 
방사 기능으로 심은 나무, 공원 이뤄

금산공원의 유래는 마을이 형성될 무렵, 마을에서 보이는 금악봉이 쥐처럼 보여 나무를 심어 금악봉의 화체를 막아보자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다 한다. 즉, 가시나무 동백나무, 상록수 등을 심어 방사의 기능으로 출발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 '입산을 금하는 규칙'을 세워 지금은 '금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뚜벅뚜벅 걸어보는 산책로, 그리고 도심에서 맛보지 못한 여유는 시간이 멈춘 듯 했다. 특히 아침이라서 그런지 해뜨기 전 새벽처럼 어두컴컴한 숲 속을 걸을  수 있어 그저 행복했다. 그때서야 '금산공원이 왜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됐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산책로 ⓒ 김강임

때 묻지 않은 원시적 시인의 공원    

옛날, 선인들이 글을 짓고 시를 읊었다는 금산공원, 그리고 풍류를 즐기고 담소를 나눴다는 금산공원은 시인의 공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의 중산간 납읍리 마을 근처에 있는 공원이지만 그 속에 들어가니 아주 멀리 떠나온 듯한 느낌, 아주 깊은 계곡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말이다. 아마 태고의 원시적 천연림지대만의 특별함이 아닌가 싶었다. 그게 아니면 시끌벅적한 공원이 아닌 작지만 다양한 소재가 주렁주렁 열린 공원이라는 점이다.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은 숲길, 때 묻지 않은 신선함, 금산공원은 한마디로 숲 속의 요정같았다.

금산공원

금산공원은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1457-1외 3필지에 소재해 있다. 외곽 담장 내에는 난대식물 200여 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국가지정천연기념물 제 375호로 지정돼 있다.

금산공원은 상록수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납읍 난대림지대로, 제주시의 서부지역에서 평지에 남아 있는 유일한 상록수림으로 학술연구지원으로서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곳은 후박나무, 생달나무, 종가시나무 등이 상층목을 이루고 하층에는 자금우, 마삭줄 등이 전면을 덮고 있다.

예부터 선인들이 글을 짓고 시를 읊던 금산공원은 자연림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표본지역으로 원식생 연구에 기초적인 자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학술자원으로서 가치가 높다.

-금산공원 표지판에서-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제주공항-노형오거리- 무수천 분기점-1136번도로-광령-고성-납읍-납읍마을 왼쪽 중앙슈퍼-납읍 마을회관(오른쪽 길)-납읍 초등학교-금산공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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