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최초 종군기자이자 원로 언론인·평론가로 50여년 활동

▲ 25일 숙환으로 별세한 고 고영일 선생은 원로 언론인이자, 제주사진역사의 산 증인이었다. 사진출처='삶과 문화'(제주문화예술재단 발간, 2004년 여름호) ⓒ제주의소리

원로 언론인이자 제주사진역사의 산증인인 고영일 선생이 25일 숙환으로 돌아가셨다. 향년 82세.

동국대학교 전신인 혜화전문학교를 졸업한 고인은 1948년 제주신보 기사로 언론에 첫발을 디딘 후 1960년엔 편집국장까지 역임했다. 이후 잠시 신성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1970년 제남신문사 주필을 맡았다. 평기자 시절이던 1950년에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해병대 보도반원으로 참전, 제주 최초의 종군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종군기자로 활동하면서 사진과 인연을 맺은 고인은 1957년부터 사진 불모지인 제주에서 처음으로 6차례나 개인전을 열며 제주 사진예술의 선구자적 활동을 펼쳐왔다. 1965년에는 제주카메라클럽 창립을 주도했으며, 1977년에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제주도지부도 만들었다.

제주도 미술대전 초대작가이자 한국사진작가협회 학술분과위원 간사(1990년)로 한국 사진예술의 발전을 위한 학술적 논리를 정립하는 역할도 맡았으며, 1993년에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될 정도로 명실 공히 한국사진예술분야의 원로로 인정받아 왔다. 경기도 미전 사진부문 초대작가로 활동해 왔으며, 이런 공로로 제주도 문화상(예술부문)도 받았다.

고인은 사진작가로서 작품활동 외에 사진평론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 특히 한국의 사진예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1985년 ‘카메라교실 초급편’과 ‘중급편’을 펴낸 것을 시작으로 ‘누드사진의 이해(1988년)’ ‘인상사진의 이론과 실제(1995년, 한국사진문화원 공저)’ ‘포토 클리닉(1997년)’ 등을 출판하기도 했다.

▲ 고인은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지 카메라에 담아 사물의 존재 이유를 밝히려 했으며, 특히 제주적인 것, 한국적인 것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보여 왔다. 사진출처='삶과 문화'(제주문화예술재단 발간, 2004년 여름호) ⓒ제주의소리
제주를 떠나 경기도 일산으로 주소를 옮긴 이후에도 제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사진으로 표현해 왔다. 오는 6월 26일 개관할 제주도립미술관 초대사진작가 10명에 포함돼 도립미술관에 전시될 작품이 고인의 유작이 됐다. 

평소 고인과 절친한 신상범 제주환경연구센터 이사장(전 한국예총제주도지회장)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발간하는 계간지 ‘삶과 문화’에서 고인에 대해 “카메라란 하나의 도구를 이용해 ‘모든 것’들의 존재이유를 찾아내고 그들의 가치를 규명하려는 노력을 50여년동안 끊임없이 집요하게 이어나가고 있다”면서 “제주를 떠나 후에도 시간만 나면 제주에 와 제주에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카메라 속으로 흡수하여 ‘제주 것’들의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사진작가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한국적인 것들의 사상을 찾아 나서는 작가”라고 평한 바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으며, 발인은 27일 오전7시30분이다.

연락처=고경대 010-3313-5503, 오용순 011-696-7890.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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