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굴연구소, '제주도 일본군 진지동굴 중간보고서' 발간…문화유산 지정돼야

▲ 섯알오름 제1 진지동굴이 국내외 최대 규모인 것으로 밝혀졌다.<제주동굴연구소 제공>
섯알오름에서 일본이나 국내에 구축된 진지동굴 중 가장 규모가 큰 1.2㎞에 달하는 초대형 진지동굴이 발견돼 학계와 도민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동굴연구소(소장 손인석)는 26일 '제주도 일본군 진지동굴 및 전쟁유적 조사보고서1'를 발간, 섯알오름 제1 진지동굴의 일본이나 국내에서 구축된 동굴 중 규모면에서 가장 크다고 밝혔다.

동굴연구소는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단계에 걸쳐 제주지역에 산재한 일본군 진지동굴과 전쟁유적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1단계로 제주도 일본군의 진지와 유적이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남제주군 서부지역인 대정읍과 안덕면 지역이다.

특히 대정읍 알뜨르 비행장과 송악산, 섯알오름에서 일본군 진지와 유적들이 대규모로 분포돼 있는 것을 조사됐다.

▲ 송악산 전경이 바라보이는 가운데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가 산재해 있다.<제주동굴연구소 제공>
중간보고서 형식으로 발표한 조사보고서에는 섯알오름 제1 진지동굴의 입구는 현재 확인된 것만 6개이며, 구조적 유형은 격자형.미로형.일자형 등 매우 복잡한 구조로 구축된 동굴로 밝혀졌다.

또한 보고서에는 나타난 일본군 고사포 진지는 총 6곳으로 섯알오름 3곳, 동알오름 3곳에 구축되거나 구축을 시도하였던 곳으로 드러났고, 이 중 2기는 완공된 상태로 보존상태가 양호했다.

알뜨르 일본군 비행장에는 덮개가 있는 유개 격납고가 20기, 덮개가 없는 무개 격납고가 15기 등 총 35기가 확인됐고, 지하 방커 1개, 막사 1개, 방공포병 막사 1개, 정비소 1개 등의 위치도 확인됐다.

송악산 해안절벽에 구축된 동굴은 관측소 2기를 포함해 모두 16개로, I자.H자.ㄷ자 형으로 길이는 6~40m로 나타났다.

동굴연구소는 현지조사와 일본학자의 학술토론, 주민 증언 등의 조사기법을 사용했다.

▲ 송악산 해안에 있는 일본군 진지 동굴.
동굴연구소는 제언을 통해 "제주도 전역에 일본군 진지동굴 및 요새지가 600~700여개가 구축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일본군 잔존 시설물을 조사, 발굴된 곳은 350여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한 "각종 진지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를 통해 그 결과에 따라 전쟁문화유적지, 전쟁문화유산요지 등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해 관리.보존해 민족적 역사의식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손인석 소장은 "송악산일대, 산천단 일대, 사라봉 일대, 서우봉 일대 등 제주도에 산재해 있는 일본군 유적지는 잠정적인 근대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며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관광개발업자에 의해 일본군 진지동굴 및 진지를 관광객에게 유료 관람시키면서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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