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규 교수, 당초 대상자 35% 탈락하고 54%는 주·부식만 전달…수혜자 중심으로 바꿔야

▲ 제주참여환경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주관으로 26일 제주시 열린정보센터에서 열린 '바람직한 제주형 아동급식을 위한 토론회'.ⓒ제주의소리
부실도시락 파문은 지금까지 등한시했던 총체적 아동복지의 문제가 터진 것으로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부실도시락 파문이후 제주도가 마련한 소위 ‘맞춤형 급식지원 정책’은 지역의 실정과 결식아동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수급자(결식아동) 중심인지, 아니면 공급자(자치단체) 중심의 전달방식인지 불분명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아동급식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특히 당초 도교육청이 선정했던 대상자의 34.9%가 급식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실제 급식대상자 중 밥을 포함한 식사를 전달받는 아동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돼 제주지역 급식체계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제주참여환경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이정훈·늘푸른교회 목사)가 부실도시락 파동이후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바람직한 제주형 아동급식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황석규 교수(제주대 사회학과)는 “결식아동들에 대한 급식은 단순히 점심식사 한끼를 해결해 주기 위한 근시안적 해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아동복지 정책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통합적 시스템 구축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제주지역의 급식실태를 살펴 본 결과 “지방자치단체의 능력, 민간전달조직의 문제,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교육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제주형 아동복지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예산에 맞춰 급식아동 대상자 짜 맞춰서는 안 돼…대상아동의 실태파악 시급

▲ 황석규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제주의소리
그는 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다 정확한 급식지원 대상 아동의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올 겨울방학부터 시작된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지원 대상은 도교육청이 7213명을 요청한데 반해 자치단체가 선정한 대상학생 수는 4695명에 불과하다”며 대상자 선정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후 "예산에 아동수를 짜 맞출 것이 아니라 실태조사 후에 급식지원이 필요한 아동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지원을 확대해서라도 반드시 급식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가 이날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도교육청이 당초 시·군별로 급식대상으로 제안한 학생 중 34.9%인 2514명이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군별로 편차가 극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시와 남제주군은 희망대상자의 74.8%, 80.3%가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서귀포시는 44.2%, 북제주군은 48.2%에 불과했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 “아동급식지원 대상자 선정과정에 도교육청이 경제적 능력이 있는 가정의 자녀까지 지원대상으로 포함한 것인지, 아니면 자치단체의 실태조사에서 허점이 있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대상자 선정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시·군별 급식 지원형태도 문제많아

황 교수는 시·군별 급식 지원형태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급식대상자 4695명 중 사회복지관이나 자활기관, 도시락 업체 등으로부터 밥을 포함한 식사를 제공받는 학생은 절반도 안되는 45.4%, 2039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54.6%, 2656명은 하나로마트 등에서 전달하는 주·부식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나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급식지원 방안이 제주에서는 심하게 왜곡돼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제주시인 경우 전체의 95.4%에게 주·부식으로 전달해 버려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지원이 너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황석규 교수는 부실화된 지금의 급식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결식아동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자치단체장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자치단체장의 관심, 절대적으로 필요...'아동급식지원위' 설치해야

   
황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심 여하는 예산확보는 물론 지역에 맞게 아동복지를 관장하는 전담인력을 확보하는데도 작용한다“고 전제한 후 ”지금과 같이 1~2명의 전담인력으로는 제대로 된 급식지원 전달시스템을 구축하기가 힘든 만큼 단체장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전달체계를 연결하는 실무적 중간매개집단의 형성이 필요하다"면서 지역사회의 사회복지 전담요원, 노동부 전담요원, 교육계 담당요원, 시민 및 종교단체, 학부모, 영양사들로 구성된 '아동급식지원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했다.

황 교수는 또한 부실 도시락 파동 이후 제주도가 발표한 대책에는 지역 특성에 맞고 수혜자 특성을 고려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며 제주대의 개선방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도의 '맞춤형 정책'  문제많아

제주도는 급식지원 대상 개개인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급식소·식당급식·도시락배달, 그리고 주·부식배달과 식품권 지급 등 소위 ‘맞춤형 급식지원’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 교수는 그러나 “제주도가 실행하려는 '맞춤형'이 수급자 중심의 전달방식을 시도하고 있지만 과연 수급자 중심인지 아니면 공급자 중심의 전달방식인지 분명하지가 않을뿐더러 급식소가 전무한 상황에서 제주도는 식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식품권은 실행목적에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의 대안으로 지역차원의 방학 특별활동 교실(섬머·윈터교실)을 운영하며 급식을 동시에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황 교수는 내 놓았다. 또 연령별로 급식지원체계를 달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예를 들어 미취학 아동은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을 이용하거나, 보육시설에서 필요한 급식지원이 불가능할 경우 종교단체(교회, 성당, 사찰) 혹은 마을회관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초등학생은 급식과 함께 보육적 차원에서 보호자가 필요한 만큼 가능하면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등의 보육지원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적 아동복지시스템' 구축 필요

황 교수는 이번 결식아동 부실도식락 배달 파동을 계기로 제주지역의 '통합적 아동복지 시스템'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및 지역사회가 아동복지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동복지를 선호하는 전문집단으로서, 정책을 발굴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제주형 아동복지협의체의 설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노동당 현애자 국회의원, 북군자활후견기관 오근수 실장,  구세군 제주교회의 제현우 사관,  고안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 간사 등이 참여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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