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글로벌아카데미(5)] 세계자연보전연맹 김성일 이사
"주민이 참여하는 제주만의 컨텐츠, 생태관광 성공할 수 있다"

화석연료의 사용증가로 인해 지구는 점점 뜨거워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생활의 질 추구를 이유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고 석유독재는 점점 강화되며 에너지 소유 격차 또한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의 변화 추세를 '뜨겁고 평평하고 붐빈다'고 표현했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온도는 0.74도 상승했으며 한국은 1.5도 상승하는 등 기후변화는 날로 가속화되고 그 심각성 또한 증대되고 있다.

이 외에도 자원의 고갈, 환경의 악화, 지구적 경제위기 등 우리나라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들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 세계자연보전연맹 김성일 이사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한국인 최초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이사에 선정된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김성일 교수는 14일 오후 6시 서귀포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린 '2009 서귀포시 글로벌아카데미' 제5강좌에서 심각한 기후변화 등으로 예측되는 우리의 미래는 어둡지만 이를 전환시켜 '녹색부국'이라는 밝은 미래로 갈 수 있는 저력이 우리나라와 제주에 있다고 단언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김성일 이사는 가장 먼저 '나부터 기후변화에 대해 심각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최근까지도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해도 '내가 죽고 난 후 내 후손들의 이야기'로 치부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이 생존해 있는 30년후 정도의 일로 예측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기후변화로 농작물 북한계선이 올라갈 것이고 벼, 사과, 감귤 등을 우리나라에서 재배하지 못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부족한 곳에서는 이를 얻기 위해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제주의소리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김성일 이사는 "미래는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한국은 여러가지 불명예스러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운 '세계 1위'도 많다"며 "세계 최고의 아이큐를 자랑하고 최저 문맹률, 반도체·조선·철강·초고속통신망 등도 세계 1위, 미국내 유학생 숫자 1위, 가장 많은 국가에 이민자 송출, 최단시간 국토녹화 성공 등 한국인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뛰어난 민족"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작지만 많은 것을 갖고 있다"며 "기린이나 코끼리, 코뿔소 등은 없지만 아름다운 금수강산 있다"고 덧붙였다.

발톱까지 선명한 공룡발자국이 있고, 세계에서 가장 긴 용암동굴인 만장굴도 있으며, 세계 최고봉을 등정하는 산악인들을 최다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작은산' 설악산도 있다. 지질학적 비밀을 그대로 간직한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가치를 갖는 성산일출봉이 있으며 세계 5대 갯벌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갯벌이 우리나라에 있다.

우리나라는 작지만 내공이 있고 국토 좁아도 많은 것을 갖고 있어 이를 활용한 녹색성장, 녹색부국을 만들 수 있다.

이같은 주장을 펼친 김성일 이사는 "제주의 경우 특이한 자연경관, 야생동식물 서식지, 해양·수자원, 생태체험, 시설자원, 문화역사자원 등 생태관광의 대상자원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그간 많은 생태관광이 실패했지만 제주는 생태관광의 대표적 성공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 ⓒ제주의소리
생태관광을 '자연환경을 지키면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자연지역으로 떠나는 책임감 있는 여행'이라고 정의 내린 김 이사는 "생태관광의 성공여부는 자연보전, 프로그램, 지역주민의 참여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생태관광을 위해 "싸구려 관광 오려는 사람은 오지 말라"고 단호히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생태관광을 추구함에 있어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주의소리
환경보전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의 변화가 우선되야 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절한 지원과 보조를 통해 법정 보호지역과 기타 자연지역을 보전·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관광유형과 양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극대화 되고 개발이 필요할 때는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소규모 개발을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사회문화자연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교육이 실시돼야 한다.

▲ ⓒ제주의소리
김 이사는 생태관광의 운영 및 관리를 4단계의 시나리오로 구성했다.

이에 따르면 1단계는 숙박시설 개발, 접근성 향상, 문화시설 프로그램 도입, 역사문화가치 개발, 야생 동식물 탐방코스 개발, 생태 트레일 코스 개발, 건강 치유 프로그램 개발 등 생태관광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이를 개발하는 과정이다.

김성일 이사는 "제주의 경우 1단계 수준은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2단계는 생태관광 개발 계획 단계로 ▲생태관광 기금 조성 ▲생태관광 협의체 구성 ▲생태관광업체 인센티브 ▲생태관광시설 관리운영 예산 확보 ▲협력체계 구축 ▲관련 산업간 유기적 연계 등이 필요하다.

관광객 유치는 3단계에서 자연체험 프로그램의 개발과 홍보, 생태관광 코스·상품 개발, 가족·단체 관광객을 구분한 홍보전략 등이 수립돼야 한다.

이후 마지막 4단계는 생태관광 관리운영에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고용훈련 프로그램, 기념품 제작·판매, 생태관광 영향 모니터링 및 평가, 행동강령 제시, 요금 징수와 분배, 조례 제정, 구역설정을 통한 자원·이용자 관리로 정리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의 소득·고용효과와 자연훼손의 최소화가 지속적으로 연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 연계가 약해지면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렵다는 말이다.

▲ ⓒ제주의소리
김성일 이사는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우리만이 자랑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면 성공할 수 있는데 이는 첨단과학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지 주민들이 모여 앉아 논의하면 된다"며 "제주의 경우 환경자원을 보전하면 그에 상응한 대가는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결론을 냈다.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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