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동안 독거노인·노숙자 '희망잔치'이어온 구세군 제현우 사관

한겨울 크리스마스가 따뜻할 수 있는 것은 빨간 양철통의 구세군 덕분이 아닐까. 그렇다면 햇살 따사로운 봄날, 12월을 훈훈하게 달궜던 구세군은 어디 있을까?

구세군은 따스한 봄날이라고 쉬는 법이 없었다. 단지 빨간 양철통이 밥 한 공기로 바뀌었을 뿐이다.

▲ 제현우 사관 ⓒ이미리 기자
1일 가정의 달을 맞아 마련된 '제9회 경로효친 희망의 잔치 한마당'에서 구세군 제현우 사관(사관은 구세군에 붙는 명칭이다)은 어르신들께 일일이 안부를 묻고 있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풍요로움은 어르신들의 굵은 주름과 굽어진 허리에서 나왔음을 기억합니다"

제현우 사관의 글이다. 하지만 그는 그들을 기억하는 몇 안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는 '가정의달을 맞아 모두들 가족애의 기쁨을 누리는 동안 혼자 사는 독거노인들이 있음을 기억한다'. 또 그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가족단위로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하는 꿈이 있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

가정의 달. 모두가 가족의 고마움을 느낄 때 그 분위기에서 소외될 수 있는 이웃들을 기억하는 것이 가정의 달의 진정한 의미라고 말하는 제현우 사관. 그는 이런 뜻을 가지고 매해 5월이면 독거노인들에 잔치 한마당을 대접한다.

▲ 이날 잔치(?)는 제주우체국, 삼성화재, KT 제주본부, 태선식당, 라파엘 약사회, 명당떡집, 만미식품, 원불교 제주교당, 제주가톨릭 여성연합회, 탐모라 봉사단 등 많은 단체들이 각자 지원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함께 잔치를 빛내고 있었다. 사진은 라파엘 약사회와 상담하고 있는 노인의 모습. ⓒ이미리 기자

제현우 사관은 독거노인과 함께 노숙인에 대해서도 오랜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지난해 4월 제주특별자치도가 '노숙인 제로화'를 선언하긴 했지만 노숙인 실태조사도 현실적으로 되고 있지 않은 점에 대해 꼬집으며 제주도가 노숙인 문제에 대한 시각이 안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제주의소리> 2008년 4월 21일자. '노숙인 단 2명뿐이라고? 비겁한 복지도시 제주시')

제현우 사관은 '노숙인이 개인의 윤리. 도덕의 문제를 원인으로 한다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 사람의 '노숙자'가 탄생하기까지는 장기실직, 가족갈등, 가족파탄, 인간 사이 관계단절 등 많은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현우 사관은 거리에서 삶을 이어가는 노숙인들도 얼마전 우리의 이웃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 보기에 두려워 보이고, 험상궂고, 지저분하고, 냄새난다는 이유로 멀리하면 우리 사회 한 쪽에 병든자들이 늘 자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열린마음으로 대한다면 그들에게 돌파구가 생길 것이다. 우리의 관심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 독거노인들에게 미용 봉사를 펼치고 있는 모습. ⓒ이미리 기자

구세군은 겨울에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세상의 음지는 겨울에도 여름에도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 제현우 사관은 가정의 달을 '가정의 (바깥에서 소외받는 자들을 돌아보는) 달'로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또 이것이 진정 사회를 건강하고 그 안에서 건강한 가정이 만들어지는 것이라 보는 것이다.

*제현우 사관이 대표로 있는 구세군다일사나눔의집은 매일 점심시간 탑동에서 독거노인과 노숙인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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