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평택에선 정태춘, 강정마을에선?
2006년 평택에선 정태춘, 강정마을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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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은 지금 ③] 1인 시위에 이어 도청 앞 연좌농성에 들어가다

정부 당국과 제주도 간 해군기지에 관한 협약서가 체결되면서, 해군기지 건설이 점점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국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필자는 벼랑 끝에 내몰린 가운데서도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마지막 분투를 기록하기 위해 강정마을로 들어왔습니다. 혹시 필요할 지도 몰라서 주민의 도움으로 숙소도 마련했습니다. 당분간은 집과 강정마을을 오가며 생활하려고 합니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달프고도 눈물겨운 소식을 독자들께 전해보고자 합니다.  - 필자 주

 

▲ 강동균 마을회장과 정영희 대책위 여성위원장 정영희 위원장이 노래자랑에서 받는 부상을 투쟁기금에 보태기 위해 쾌척했다. 정영희씨가 전해온 낭보로 이른 아침 마을회관에 웃음꽃이 피었다. ⓒ 장태욱시민기자
 

해군기지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어도 강정마을의 밤은 너무도 조용했다. 도심에서는 새벽에 도로를 질주하는 차가 내는 소음에 잠이 깨는 일이 보통인데, 이 마을에서는 아침까지 소음 한 번 들리지 않았다.

아침 해가 뜰 무렵 꿈인지 실제상황인지 구분이 안 되는 비몽사몽간에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들었다. 강동균 마을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주민들에게 당일 투쟁일정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전처럼 도청 앞에서 1인 시위도 하고, 우리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연좌농성도 할 예정입니다. 바쁘신 가운데서도 참여할 주민 여러분들은 8시 30분까지 마을회관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잠이 덜 깬 채 마을회관에 가보니 1인 시위 당번인 정경보씨와 고시림씨는 7시 30분에 이미 제주시를 향해 떠나고 없었다.

지난 4월 27일 국방부 장관, 국토해양부 장관과 함께 '해군기지 기본협약서'를 체결하고 당일 해외로 출장을 떠났던 김태환 지사가 5월 3일 귀국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경보씨와 고시림씨가 이른 아침 도청 앞으로 서둘러 길을 나선 이유는 해외에서 돌아와 도청으로 출근하는 김태환 지사를 향해 마음껏 비난이라도  퍼붓고 싶은 심정에서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8시 30분경 도청 앞에 도착했음에도 도지사의 얼굴은 보지도 못했다. 뒷문으로 출근을 했는지, 그보다 더 이른 시간에 출근을 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정경보씨와 고시림씨가 도청 앞에 이를 무렵, 강정 마을회관에는 연좌농성에 참여하기 위해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때 강동균 마을회장에게 낭보를 전해오는 이가 있었다.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영희씨다.

정영희씨는 제주문화방송이 제주감귤협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다함께 차차차' 노래자랑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부상으로 농산물 상품권 20만원어치를 받았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정영희씨는 대책위 자금이 바닥나는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라, 부상으로 받은 상품권을 모두 대책위에 기증했다.

2006년 평택에서 정태춘씨가 고향을 지키기 위해 노래를 불렀는데, 지금 강정마을에서는 정영희씨가 노래로 마을을 지키고 있다. 정영희씨의 노래솜씨 덕에 마을회관에 이른 시간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 버스에 탑승하는 주민들 도청 앞 농성에 참여할 주민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 장태욱시민기자
 

연좌농성에 참여할 주민들이 모두 회관으로 모여든 것은 오전 9시 무렵이었다. 사정상 개인적으로 갈 사람들을 제외하고 25명쯤 되는 주민이 차 두 대에 나누어 탑승했다. 한 대는 강동균 마을회장이 소유한 12인승 프레지오 승합차이고, 다른 한 대는 대책위 윤호경 사무국장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사용하는 15인승 콤비 버스다.

연좌농성에 참여할 주민들이 모두 도청을 향해 떠나간 마을은 다시 조용해졌다. 날씨가 무척 더운 날이다. 주민들이 뜨거운 햇살에 고생 좀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와중에도 길가 과수원에서는 농부가 어린 귤나무에 농약을 뿌리고 있었다. 내일 하늘이 무너진다는 소식이 전해져도 오늘 나무를 가꾸는 것이 농부의 마음이다.

▲ 농부 농성에 참여할 주민들이 버스를 타고 떠난 후에도 과수원에서 농부가 어린 귤나무에 농약을 뿌리고 있었다. 내일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 오늘은 나무를 가꾸는 것이 농부의 심정이다. ⓒ 장태욱시민기자
 

주민들이 도청 앞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하자, 제주도청 소속 청원경찰 모두가 도청 앞으로 집결해서 정문을 지켰다. 그리고도 불안했는지 도청 민원실로 들어가는 문들 중에 현관문을 제외한 나머지 문을 모두 봉쇄하여 민원인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하루 종일 도청 앞에서 1인 시위와 연좌농성을 이어가는 동안 도지사는 물론이고, 담당 공무원 한 명도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주민들은 도지사를 향해 '김태환 물러나라'고 외쳤지만, 도지사에게는 그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주민들과 마주 대하는 대신 김태환 지사는 도청 출입기자실에서 해외 출장성과를 밝히기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기자간담회는 김 지사가 정부당국과 해군기지 관련 '업무협약서'를 작성한 후 처음 열리는 자리였기에, 기자들의 관심은 해군기지 협약서에 더 크게 쏠렸다.

▲ 도청 앞 농성 도청 앞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이 더위에 시달리며 농성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 제주의소리
 

4월 27일 협약서에서 주민들을 놀라게 했던 '국방부는 공군남부탐색구조부대에 전투기 배치계획이 없음을 확인한다'는 조항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도지사는 "남부탐색구조부대에는 전투기배치 계획이 없음을 확인한다고 국방장관이 약속한 것이다"며 이해할 수 없는 대답만 남겼다. 

저녁이 되자 농성에 참여했던 주민들이 마을로 돌아왔다. 다음 날이 어린이날이라 주민들은 농성을 하루 쉴 수 있어서, 밀린 농사일을 돌봐야 할 입장이다.

같은 시간 제주시내에서는 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이하 범대위)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회의 가운데 나온 중요한 두 가지 소식이 강정마을에 전해졌다. 하나는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5월 5일 오후에 강정마을을 찾아와 주민들과 간담회를 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범대위 차원에서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범대위는 "김태환 제주지사는 제주해군기지를 추진하면서 부당한 여론조사를 통해 입지를 결정하는 등 민주성과 타당한 절차를 무시했다"며, 소환운동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지사에 대한 소환운동이 전개된다면, 이는 전국 광역 단체장 중 처음으로 소환운동의 대상이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것이다.

범대위는 연휴가 끝나는 5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 지사 소환운동에 관한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강동균 마을회장이 홀로 남아 있는 강정 마을회관에 밤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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