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글로벌아카데미(8)]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

제주 서귀포를 세계적인 관광1번지로 바꿀 수 있을까? 당연히 서귀포를 세계적인 관광1번지로 바꿀 수 있다. 어렵게 보이지만 이외로 간단하고 쉽다. 어떻게 하면? '창의성'을 갖고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고쳐나갈 수 있는 열정이 있으면 된다.

12일 오후 7시 서귀포시평생학습센터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디자인에 대한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의 열강이 펼쳐졌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가장 먼저 조선시대 말을 타고 가는 양반과 그 말을 끌고 가는 노비를 담은 오래된 흑백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우리는 말을 왜 타죠?"
"..."
"말은 사람보다 빠르기 때문에 빨리 가기 위해 타는 것인데 조선시대 우리나라 사람들은 양반이 말을 타고 그 말을 노비가 잡고 끌었다. 그러면 말을 탄 효과는 없어지고 걷는 것과 같은 속도로 가게 된다"

여기에서 그는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것이라도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을 수 있다.
보잘 것 없는 나무 한 그루지만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만들어가면, 그 나무 한 그루만으로도 '명품도시'가 탄생할 수 있다.

박원순 상임이사가 잠시 미국에 거주할 당시 머물던 집에는 작은 정원이 있었다. 옆집에도 그만한 작은 정원이 있었으며 앞집, 뒷집도 마찬가지다. 작은 정원에는 나무가 몇 그루 없지만 온 동네의 집 앞 정원을 하나씩 모두 묶어서 보면 도시의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곳에서는 내 집 마당에 여우가 나타난 적도 있었단다.

▲ 12일 열린 서귀포시 글로벌아카데미 8강좌에서는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서귀포시를 세계적인 관광1번지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상상들을 제시했다.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박원순 상임이사는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국가이지만 자기 것(소유)이라고 모두 자기 마음대로 해서는 안된다"며 공공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런 공공적 가치를 지켜내면서도 개인의 재산권을 크게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박 상임이사는 "좋은 도시는 시스템과 그에 협조하는 시민들이 합쳐졌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서귀포시를 '좋은 도시' '명품도시' '세계적 관광1번지'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상상을 해 보자.

서귀포시의 모든 건물에 '서귀포시'라고 적어 놓는다면 9시 뉴스에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제주공항의 '만남의 장소'는 제주에 전해 내려오는 사랑의 이야기를 테마로 디자인한다면 확 달라진다.
서귀포시 관내의 모든 가게 셔터에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이나 멋진 디자인들을 그려 넣으면 세계적 명물이 될 수도 있다.

작은 것부터 바꾸어 나면 결국 무한한 가능성과 폭발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이다.

박 상임이사는 "미술인들 대부분이 작품을 갖다 놓을 곳이 없어 집에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작품들을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는 곳이면 어디든 좋으니 모두 전시해 제주도 전체를 갤러리로 만들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제주에는 서울과 똑같은 아파트(건물)가 있을 필요가 없다. 아파트 하나도 특색있게 이야기가 있고 예술과 문화가 있으면 이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이다. 제주의 역사, 문화, 자연, 전설 등을 담은 특별한 디자인으로 '건설가'가 아닌 '예술가'가 만드는 건물을 지어야 서귀포시 미래가 있다"고 신신 당부했다.

그는 "이제 모든 것은 문화와 예술로 바꾸어야 한다. 서귀포가 세계 최고의 관광지가 되려면 서귀포가 문화와 예술로 가득 차야 한다"며 거듭 문화와 예술의 숨쉬는 서귀포시를 만들 것을 역설했다.

또 "모든 것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작은 아름다움이 도시의 재창조를 가능하게 한다. 공무원들이 해외에 가서 면밀히 보고 알뜰하게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재창조'라고 하면 기존의 것을 모두 없애고 새로운 것을 세우는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과거가 없은 오늘과 미래는 없다. 도시 재창조에도 이는 적용된다.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는 구도심을 놔두고 새로운 곳에 신도시를 조성한다. 이후 구도심은 자연스레 붕괴된다. 신도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구도심을 활성화 시킨 후 추진해야 하는 게 순서다. 초등학생도 아는 이치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일본(요코하마)의 경우 항구의 미래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과거 화차의 철로도 그대로 유지하는 등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잘 연결해 명소가 됐다. 일본이든 어디든 배워야 할 것이 있으면 철두철미하게 배워서 우리가 그보다 더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죽었다 살았다하는 도시를 계속 살리려면 창의성이 톡톡 튀는 상상력이 필수다.

그네, 시소, 미끄럼틀 등 놀이기구가 아무 것도 없는 어린이 놀이터?
도심지의 도로에 차가 아닌 사람들만 다닌다?
도시의 모든 건물지붕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한다면?

서귀포시를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또다른 조건은 도시를 토목공사나 도로공사가 아닌 생태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의 강이란 강에는 모두 토목공사를 진행하는 우리의 생태적 감수성으로는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강에 칠해 놓은 시멘트를 걷어내는 회사를 만들면 5년후에 반드시 사업이 번창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에도 아파트, 자연경관이 뛰어난 공간에도 아파트, 산업붕괴로 폐허가 된 도시의 문화유물도 밀어내고 아파트를 짓는 나라다. 우주를 담고 있는 마을의 역사, 전통, 문화유산 등은 사라지면 이미 늦어버린다"고 열변했다.

이어 "도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이끼가 끼어가듯 기억과 역사 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개발을 위해 모두 파괴해 놓고 뒤늦게 복원한다고 또 돈을 들이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박원순 상임이사는 "도시를 예쁘고 좋게 만들어 놓으면 굳이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소문을 듣고 다 찾아오게 돼 있다"며 "이러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이 중심이 된 도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낮이가 다른 버스 손잡이을 설치한 일본, 장애인을 위한 관광가이드북을 만든 유럽 등 모든 것을 주민과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또 "성공적인 관광도시를 위해 전략이 필요하다"며 "관광은 별 것 아닌데 말 한마디로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듯이 가장 불리한 조건을 카피 하나로 가장 매력적인 요소로 변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상을 바꿀 만한 카피'를 만들기 위해서 세계의 관광잡지를 면밀히 분석하는 등의 노력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원순 상임이사는 "우리나라 국민의 독창성은 세계가 알아준다"며 "여러분의 의지와 상상에 따라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귀포시글로벌아카데미 9강좌는 오는 15일 오후 7시 안덕면사무소에서 경남 '다랭이마을' 김주성 추진위원장을 강사로 진행된다.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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