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해녀들 "해녀가 살아야 해녀문화도 있는 것" 한목소리

"제주해녀와 관련된 기술, 도구, 노래, 신앙 등을 하나의 해녀문화로 체계적으로 묶어야 의미있다"
"해녀하면서 잘 살 수 있어야 해녀도 늘어나고 해녀문화도 보존·전승된다!"

▲ 해녀 국제학술심포지엄 토론자로 참석한 윤복희 하도리 전 해녀회장, 이재현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사업위원장, 이창기 영남대 교수(왼쪽부터 차례대로)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8일 제주해녀박물관이 주최하고 ㈔제주학회가 주관한 제4회 해녀 국제학술심포지엄 '해녀의 무형문화유산 : 유네스코 대표목록 등재와 보존대책'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해녀를 하나의 문화체계로 보고 관련된 세부요소를 체계적으로 묶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과 제주해녀를 보존·전승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해녀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모았다.

동국대 임돈희 교수(문화재위원)는 "역사적 산물로 과거의 상태를 그대로 보존하면 되는 유형문화유산은 지정과 보존도 비교적 쉽지만 무형문화유산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계속 변한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무형문화유산은 보편적 가치가 없고 진정성을 가리기도 힘들 뿐 아니라 보호계획도 다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제주해녀와 관련된 칠머리당굿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가 거의 확실시 되고 있지만 더 나아가 해녀와 관련된 지식체계, 도구, 놀이, 전설, 신화, 방언 등을 모두 아우르는 제주를 상징하는 통합문화로 '해녀'(사람이 아님)의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사업위원회 이재현 위원장은 "제주해녀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명확한 주체가 없다"며 "제주해녀는 생활의 일부이며 삶의 문화이기 때문에 이를 생활문화의 기능으로 전승보존회를 만들어 주도적으로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예산을 투입, 제주해녀와 관련된 용역을 실시해 문화유산의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해야 지속적으로 해녀가 전승될 수 있다"며 "미래지향적인 문화를 전승하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위원장은 또 "제주해녀들이 주체적으로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할 수 있도록 당사자들에게 무형문화유산 등재로 어떤 보존·지원책이 마련될 지에 대해 인식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해녀로 살아가고 있는 고송환 성산어촌계장과 윤복희 하도리 전 해녀회장은 "해녀가 있어야 해녀문화가 있는 것이 당연한데 해녀노래나 칠머리당굿은 문화재로 지정이 되면서 해녀는 문화재 지정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해녀문화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해녀가 보존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를 위해서는 해녀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바다자원을 풍부하게 지원해 주면 해녀도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남대 이창기 교수는 "해녀를 사람으로 지정한다면 이는 (잠수)기술이 돼 버린다"며 "해녀가 갖고 있는 기술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해녀들이 작업에 사용하고 있는 도구, 노래, 신앙, 해녀가족들의 독특한 생활양식 등을 하나의 체계로 묶었을 때 제주해녀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해녀문화의 체계화가 절실함을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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