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김명립·김영준 거론 속에 경륜과 능력·화합인사 차원서 ‘홍원영’ 카드 낙점

김태환 지사가 15일 도 조직개편과 함께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 146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사무관급 이하 411명에 대해서는 이날 임명된 실·국장으로부터 내부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후 16일 단행될 예정이다. 이틀간에 걸쳐 단행되는 556명의 인사는 제주도 개청 이래 최대의 인사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여느 인사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인사역시 수많은 우여곡절과 반전의 반전을 거치며 공식발표 한 시간여 전에야 겨우 마무리를 지어 인사 대상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지난 1월15일 도의회가 제주도가 마련한 조직개편안을 부분 수정 후 승인하고 부이사관급의 1년 교육과정 대상자로 강택상 기획관리실장의 후임으로 누가 임명될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누가 기획관리실장에 오르느냐에 따라 후임 국장들의 밑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에 기획관리실장은 그만큼 중요했다. 또 부이사관 중에서 직무대리로 기획관리실장에 발탁될 경우 자연스레 이사관 승진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설 연휴 직전까지만 해도 도청 안팎에서는 차기 기획관리실장으로 이날 제주시 부시장으로 임명된 김명립 국제자유도시추진단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고 설 연휴 직후인 11일 오전까지만 해도 기정사실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11일 오후부터 인사 대상에 홍원영 제주시 부시장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사의 밑그림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12~13일 제주도와 제주시 간에 협의를 거치며 홍 부시장의 제주도 전입은 사실상 확정됐고 이때부터 기획관리실장 후임으로 김영준 도의회 사무처장이 급부상했다.

이사관인 김영준 사무처장은 당초부터 유력한 후보였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보군에서 제외됐다가 홍 부시장의 전입과 맞물려 ‘기획관리실장-김영준’ ‘도의회 사무처장 - 홍원영’ 카드가 만들어졌다.

도의회 사무처장에 대한 인사는 도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관행에 따라 14일 집행부측이 나서 의회와 조율에 나섰으나 의회가 “7개월밖에 안된 사무처장을 갑작스레 바꾸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해 다시 물밑으로 잠겼고 인사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오후 새로운 카드로 떠오른 게 바로 ‘기획관리실장 -홍원영’ ‘제주시 부시장 - 김명립’카드였다.

우근민 전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돼 7개월 전에 제주시로 내려 보낸 홍 부시장을 다시 도로 불러들이면서 ‘영전’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기획관리실장에 앉힌다는 데 대해 의외란 시각도 있었으나 홍 부시장이 도 기획관과 자치경제국장과 관광문화국장, 국제자유도시추진단장을 두루 거쳤고 행자부 출신으로 대 중앙정부와의 인맥이 탄탄하다는 점에서 무리 없는 인사로 받아들여졌고 14일 저녁까지 이 카드는 굳어졌다.

그러나 이날 밤 양만식 자치경제국장과 김형수 전 국제자유도시추진단장이 선임 부이사관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15일 새벽에 한때 이 구도가 흔들리는 듯 했으나 홍 부시장이 이들 두 부이사관보다 연배가 많고 또 대외적으로는 ‘포용’과 ‘화합’인사라는 명분을 갖추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지사가 최종적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명립 국제자유도시추진단장의 제주시부시장 임명에는 김영훈 시장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김 시장은 이번 도와 시 공무원 인사교류를 하면서 “김 지사가 원하는 공무원은 보내 주겠다. 그 대신 제주시가 원하는 공무원을 내려 보내 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김 지사가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바로 ‘홍원영 대 김명립’ ‘고경실 대 박승봉’의 1대 1 교류였다.

아직 사무관급 이하의 인사가 남았으나 이날 인사는 대체적으로 무난한 인사였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당초 차기 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 온 김 지사가 이번 인사를 통해 확실한 친정체제를 굳힐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됐으나 예상보다는 정치적 색채가 그리 많은 묻어나지 않는 인사로 해석된다.

광역수자원관리본부장에서 환경도시국장 자리를 바꿔 본청에 입성한 조여진 국장인 경우 소위 ‘김태환 맨’으로 분류되기는 하나 신구범·우근민 두 정치라이벌의 갈등에 끼어 사무관과 서기관 승진이 자신보다 늦은 토목직 후배 공무원 3명이 줄줄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하고 국장을 맡을 동안 만년 서기관 신세에서 벗어나질 못한 ‘정치적 희생양’이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해석보다는 정상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주시 자치행정국장에서 도 자치행정과장으로 전입·발탁된 고경실 과장인 경우 ‘친정체제’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나 이미 김 지사 취임직후부터 제주도로 입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자자했다는 점에서 이외의 인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고두배 감귤과장의 발탁이다. 비록 ‘직무대리’란 꼬리표를 달기는 했지만 오창무 문화스포츠국장 직무대리와 함께 차기 부이사관 승진 ‘0순위’란 점에서 이번 인사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인물로 평가된다.

고두배 국장의 발탁은 지난해 감귤가격이 감귤재배 40년 역사상 가장 좋은 가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과감한 인센티브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그 동안 인사에서 소외됐던 박철수 정책개발담당관 직무대리, 김성권 정보화담당관 직무대리, 장철 복구지원과장 직무대리, 신군익 기획담당 인사도 그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 준 케이스로 해석되고 있다.

또 사무관 승진에서 다수의 여성공무원들이 포함된데 이어 오정숙 여성정책과장 직무대리의 서기관 승진도 여성우대 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아쉬운 점도 눈에 띄고 있다.
우선 47년생으로 2년동안 정책기획관을 맡아왔던 이중찬 기획관이 정원부족으로 국장급 반열에 오르지 못한 점을 두고 공무원들 사이에서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단 기존의 정책기획에다 예산권한까지 맡게 돼 그 권한이 한층 강화됐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인 셈이다.

또 당초 제주도가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도와 시·군간의 인사교류 폭이 크지 않았던 점도 예상했던 결과이다.

일선 시·군 공무원들이 향후 승진 등의 이유로 도 전입을 꺼리는데다 일부인 경우 시·군에서 공무원들을 보내주지 않아 인사교류 폭이 크지 못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평가된다.

한편 제주도청공무원직장협의회는 16일 단행되는 사무관이하 공무원 인사결과를 본 후 공직협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해 공직협이 이번 인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