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글로벌아카데미(18)] 차별적 '브랜드가치' 발굴 절실
"좋은 문화상징 선점 서둘러야"...'오렌지' 제주 어떠냐?

경기도 안성시는 ‘안성마춤’을 지역브랜드로 지정, 6년만에 5,000%가 넘는 수익률을 보이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이런 성공의 뒤에는 지자체 최초로 마케팅담당관을 지정하고 지역 브랜드 관리를 철저히 해온 노력이 숨어있다.

황태규 한국농어촌공사 전문위원(동국대학교 경영학 박사)은 지역브랜드 가치를 높여 ‘지역마케팅’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안성을 손꼽았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더 절실해진 지역마케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 높이기가 중요하다고 황 박사는 설파한다.

▲ 황태규 한국농어촌공사 전문위원 ⓒ이미리 기자
‘지역브랜드 지역마케팅’을 주제로 황태규 한국농어촌공사 전문위원이 지난 17일 안덕면사무소에서 열린 서귀포시글로벌아카데미 열여덟 번째 강사로 초청됐다.

황 박사는 “지방자치라는 게 도시 고유의 가치를 만들어 삶의 풍요로움을 만들자는 취지였지만 지방자치 실시 후 지역간 차별성이 더 없어졌다. 지방자치 심벌을 보면 전국의 40%가 해, 산, 물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도시 캐릭터들을 봐라. 캐릭터들의 눈이 전국이 다 똑같다.”라고 했다.

이들에 차별성을 두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지역마케팅이 필요하다. 여기서, 지역마케팅이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지역마케팅이란 도외시했던 경쟁주체로 지역을 인식하는 것이다. 또 지역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들어 특정 상품을 유치하고 도시의 심볼을 개발하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 지방자치 시대에 지방분권과 지역마케팅은 쌍두마차다. 분권이 나눔의 정신이라면 살림의 정신은 마케팅이다.”

황 박사는 성공적 지역마케팅의 국내 사례로 고창의 시기별 특산물 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80년대 고창은 땅콩 생산량으로 전국 30%를 차지했다. 90년대는 수박, 2000년대는 복분자로 대표 특산물을 시기에 따라 바꿔왔다. 이런 지역은 전국에서 고창 뿐이다. 중국산 땅콩이 들어오면서 수박으로 변화, 다음은 복분자로 계속해서 메인 아이템은 바꾸지만 기존 아이템에 대한 명성도 꾸준히 유지한다. 땅콩, 수박은 여전히 품질, 기술 관리를 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마케팅 자산을 개발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또 안동의 ‘안성마춤’ 브랜드 성공 사례에서는 브랜드 관리의 중요성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 ‘관리’가 더 중요하다. 지역 공동브랜드 제품의 대부분은 먹거리다. 언제는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문제가 생기면 단순히 농산물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청정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철저한 브랜드 관리를 하지 않으면 도시 전체가 쇄락할 수도 있는 문제다.”

▲ 서귀포시 글로벌아카데미 18회 강연에 황태규 한국농어촌공사 전문위원이 초빙돼 '지역브랜드 지역마케팅'을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강연은 안덕면사무소에서 진행돼 안덕면 주민들의 열띤 참여를 보였다. ⓒ이미리 기자

지역마케팅의 최종 목적은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어 거주 주민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 도시에 살고 싶게 만드는 것. 황 박사는 이를 위한 유혹의 단계가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고 ‘그 곳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단계다. 다음에는 ‘머물고 싶다’ 단계로 넘어간다. 머물 수 있는 공간 즉 호텔, 콘도, 레스토랑, 도시민이 선호하는 개념을 가진 곳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이 ‘살고 싶다’는 욕망이다. 즉 도시민 유치에 있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 단계에 따라 전략을 수집해야 한다. 갑자기 전원마을, 문화마을만 덜컥 만들어선 안된다. 단선적이 아닌 단계별 과정을 거쳐야 성공한다.”

또 지역마케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지역자산의 시장성을 평가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이는 내부가 아닌 철저하게 외부마케팅을 대상으로 고객중심의 평가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그 이유를 황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역주민이 지역의 대표자산으로 생각하는 자산은 현재의 필요자산이 아니라 과거의 자산인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서천의 한산모시에 대해 개인적으로 비판적인 견해를 갖는다. 지나간 전통산업을 다시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새로운 자산을 만드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주시가 대표 특산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처음엔 ‘배’로 받은 줄 알았지만 ‘멜론’이더라. 농협 출하시기를 조정하면서 시기별로 농민 배분을 시스템적으로 잘해서 상을 받은 바 있다.”

▲ 황 박사는 이날 제주도에 지역브랜드 활성화 방안과 지역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미리 기자

황 박사는 지역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활용 방안 중 하나로 제주에 색깔의 차별화와 상징과 주제의 선점을 제시했다.

“제주의 행사에는 오렌지색을 많이 쓴다. 색깔의 차별화가 가능한 부분이다. 제주도의 색으로 오렌지색을 공식 지정하는 거다. 아직 색을 정한 지자체는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안다. 그 색의 심볼을 사용할 뿐이다. 또 좋은 상징들도 선점할 수 있다. 괜찮은 동물 상징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선점되지 않은 문화적 아이템들도 찾아보면 많다.”

특히 황 박사는 정부의 포괄보조금제도의 적극적 활용을 주문했다.

“최근 정책적 변화가 있었다. 지역에 포괄보조금제도가 시행된 것이다. 예전에는 부분별 예산이었지만 지금은 통으로 예산을 주는 형태다. 통예산은 지역에서 그에 맞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획능력’이 요구된다. 지역이 힘들어질 수 있는 게 수도권의 정치적집단의 저항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다변적인 정치적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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