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글로벌아카데미] 前통계청장 오종남 교수의 '행복론'

한국인 최초 IMF(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를 지내고 제7대 통계청장을 역임했던 경제 전문가 오종남 서울대학교 주임교수가 요즘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는 '행복'을 뭐라고 생각할까.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서귀포시가  주최해 매번 수준 높은 강연자를 초청, 국제자유도시 시민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하고 있는  '2009 서귀포시글로벌 아카데미' 열아홉 번째 시간에 오종남 교수가 초빙됐다.

 

▲ 오종남 서울대학교 과학기술혁신과정 주임교수가 19회 서귀포시글로벌아카데미 강연자로 초빙돼 '21세기 삶의 방식, 참행복론'을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이미리 기자

 

통계전문가 오종남 교수는 인구 통계 수치로 얘기를 꺼냈다.

배고프고 가난했던 시절, 당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동네 잔치가 있었다. 바로 환갑 잔치다. 동네 어르신이 환갑을 맞으면 부자뿐만 아니라 가난한 이들도 빚을 내가면서까지 잡치를 벌이곤 했다. 환갑이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1965년 당시 평균 나이가 52세였다. 그러니 60 환갑이 잔치를 할 만한 일이었다. 2008년 통계를 보니 평균 수명이 불과 30여년만에 80세가 된다. 요즘 환갑은 동네 잔치가 아니라 가족 외식 수준일 정도로 흔한 일이 됐다.”

오 교수는 앞으로 장수시대가 되면 새로운 삶의 형태가 다가올 것이라 말했다. 요약하자면 ‘30+30+30’의 삶이다.

“우리는 90세까지 사는 인생이기에 30년 부모 밑에 살다가 또 30년은 부모 노릇하다가 환갑을 맞게 된다. 환갑을 맞고 나서도 30년 인생을 더 살아야하는 장수인생이 됐다.”

 

▲ 오종남 교수는 준비된 노후 인생만이 장수의 축복을 누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미리 기자

 

장수인생이 과연 축복인가?라는 질문에 오 교수는 냉담하게 아닐 수 있다고 답한다. 오 교수는 인생 3대 실패로 예를 들었다.

“인생 3대 실패는 ‘청년 출세’, 늙어서 뭐 할거냐? ‘중년 상처’, 중년에 상처하면 곤란하다. ‘노년 무전’이 있다. 특히 노년 무전이면 장수는 축복이 아닌 악몽이다.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적어도 60 회갑 때 본인이 앞으로 30년동안 일 안하고도 먹고 살만큼 준비돼 있어야 한다.”

즉, 준비된 자만이 장수가 축복일 수 있다는 얘기다. ‘노후 대비’가 행복한 장수인생을 위해서는 필수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투자가 든든한 ‘노후 대비’가 될 거라 생각한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 투자하는 즉 ‘자식 보험’이 가장 든든한 자산이 된다고 여기는 것. 하지만 오 교수는 냉담히 이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통계 수치를 들어 설명한다.

“제 친구들은 형제가 5, 6명이었다. 지금은 1.2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론상 인구가 줄어야 한다. 2명이 만나 본전도 안되게 1.2명을 낳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줄지 않는다. 왜냐. 장수 때문이다. 안 낳지만 오래 살기 때문에 줄지 않는다. 인구 전체서 차지하는 노인의 비중이 많은 것을 고령화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그 단계로 접어들었다.”

때문에 자식 1명당 부양가족이 예전보다 많아진 것이다.

 

▲ "자식보험이 노후준비의 전부가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오종남 교수의 '참행복론' 강연을 듣고 있는 수강자들. ⓒ이미리 기자

 

“1, 2명의 자식이 90살 넘어서까지 사는 노부모를 모시는 건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자식을 위해서라도 늙어서 자식에게 기대려고 하면 안된다.”

전통적 노후 대비 수단(?)으로 여겨졌던 ‘자식 보험’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면 대체 어떻게 노후는 대비할 수 있을까.

일단 기존에 ‘자식 보험’에 대한 기대심을 접을 수 있도록 ‘진정한 자식 사랑이 뭐냐’를 생각해 봐야 한다.

“나의 어머니는 당신이 못 먹고 못 입고 굶주리는 한이 있더라도 자식이 성공하면 된다고 정해놓고 사셨다. 나는 당신의 아들이자 남편이면서 ‘평생 프로젝트’인 거다. 우리 부모 세대의 자식사랑은 이와 같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 우리도 부모세대와 같은 자식사랑을 할 것이냐.”

오 교수는 ‘자식 보험’을 파기하고 ‘노후 보험’을 새로이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 세대와 같은 자식사랑 방법의 전환도 주장했다.

“진정한 자식사랑은 늙어서 자식에게 짐이 안 되는 거다. 자식에게 짐이 안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초등학교 때 배운 국어와 산수의 핵심만 기억하면 된다고 한다. 무슨 뜻일까?

“우리는 초등학교 6학년 내내 주제파악을 배운다. 산수시간 6년 내내 배우는 것이 분수다. 그렇다면 노후 대비는? 그렇다. 주제 파악하고 분수 지키면 된다. 우리 부모는 자식에게 ‘올인’하는 습성이 있다. 내 자식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올인’의 습성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반은 자식을 위해서 나머지 반은 본인을 위해서 돈이든 뭐든 쌓아놓고 있다가 늙어서 자식에게 짐이 되면 안된다. 이것이 답이다.”

 

▲ 오종남 교수는 부모세대의 헌신적인 자식사랑에서 벗어나 이제는 지금 당장부터 자신을 위한 저축을 시작하라고 말한다. ⓒ이미리 기자

 

지금 당장부터 자신을 위한 저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기본적인 노후 준비는 된 셈이다. 그런데 밥만 먹고 살아서 행복한 시대는 지났다. 노후인생을 사는 보람은 어디서 찾을까?

이에 답하기 위해 오 교수는 ‘행복’을 연구한 경제학자 이스털린의 연구를 소개했다.

“이스털린은 50년대와 70년대 일본인의 소득을 비교했다. 20년동안 소득이 무려 7배 늘었다. 70년대 일본인에게 ‘당신 행복하냐’고 물었더니 ‘별로’라고 답했다. 이를 이스털린 패러독스(역설)라고 한다. 부자가 됐으면 행복해야 하는데 아니다. 패러독스다.”

오 교수는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을 알려주겠다며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일단 내가 원하는 것과 그 중 내가 갖고 있는 것의 목록을 적는다. 100여개를 적고 여기서 내가 성취한 것에는 원으로 표시한다. 원표시가 이중 80개라면 행복지수는 80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원표시를 100에 가깝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100개가 되면 행복 해길까?”

수강자들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의견은 분분했다. 행복하다와 아니다, 그대로다. 오 교수는 현답을 내놓는다.

“80개가 100개가 됐다. 그런데 100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자기가 목표로 삼았던 100은 그 사이 어떻게 됐을까? 원하는 것이 그대로라면 행복해 졌을 테지만 원하는 것이 200개로 증가했다면 행복지수는 50으로 떨어진다.”

즉, 반드시 가진게 많아져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의 비밀이 있다.

“행복에 이르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하나는 더 많은 것을 가져서 행복에 이르는 길이고 또 한가지는 바라는 것이 적어지는 것이다. 기대 수준이 낮아지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자기가 바라는 것보다 가진게 더 많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가진 것은 비록 적지만 가지고 있는 것이 풍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 ⓒ이미리 기자

 

특히 중요한 것으로 ‘나눔’을 강조한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 더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

“나눔이 진정한 행복이다. 남에게 얻어먹는 밥이 맛있나? 노름을 하더라도 따서 사는 밥이 맛있다. 지금 경제가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을 비교해야 한다. 기존에는 비교하지 말라는 얘기를 더 많이 들었을 거다. 이제부터는 비교하라. 하지만 나보다 출세하고 잘사는 사람이 아닌 나보다 못하고 어려운 사람들과 비교하라. 그들을 통해 내 행복의 소중함을 느끼고, 또 나눔을 실천하라. 이것이 오늘의 답이다.”

오 교수는 마지막으로 유명한 ‘세잎 클로버’와 ‘네잎 클로버’ 속에 숨겨진 행복 일화를 소개했다.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 발견한 네잎클로버를 들여다 보기 위해 허리를 궆히는 순간 총알이 등 뒤를 지나가 목숨을 부지했다는 전설 이후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 됐다. 네잎 클로버는 전쟁에서 목숨을 부지한 행복인 것이다. 행복이란 내 가까운 가족과 친구, 통료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이 세잎 클로버다. 이 세잎 클로버를 짓밟이며 승진, 돈, 성공 하겠다고 알량한 네잎클로버를 찾아다는 것은 행복이 아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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