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GO!GO!] 친절한 선생님 김광수씨의 마라톤 인생 이야기

김광수 씨(58)를 찾아간 곳은 도교육청이었다. 사람 좋은 인상으로 맞이하는 모습이 ‘현직에서도 좋은 선생님이었겠다’ 싶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종종 제자들에게 선뜻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하는 '친절한 선생님'이다. 전화를 받아든 제자들은 스승의 황공한(?) 전화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이내 곧 반가움과 감사함을 표한다.

   
김광수씨가 옛 제자들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은 10년전 마라톤을 시작하면서다. 그는 마라톤이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고 했다.

“뛰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해요. 반성도 많이 하죠. 특히 옛날에 학교 선생으로 있을 적에 ‘좋은 선생이었나’ 반성하게 되면서 제자들 생각을 많이 해요. 지금은 뭐할까, 궁금해지면 사무실에 와서 번호를 찾아 전화를 합니다. 그러면 제자들이 아주 반가워해요. 마라톤이 외로운 운동이긴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생각도 깊이 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게 매력이죠.”

하지만 처음에는 ‘정신 건강’ 보다는 ‘몸의 치료’를 위해서 시작한 마라톤이었다. 그는 24살 때부터 허리 디스크의 고통을 앓아 왔다.

“대정에 근무할 때였는데 시골에서 할머니 물건을 차에 실어드리다 허리를 다친 적이 있어요. 그게 스물네살 즈음이었을 거예요. 한 달 이상을 결근하고 병원 치료를 받았죠. 하지만 이게 앓아본 사람들은 알지만 잘 낫지 않는 병이에요. 2-3년에 한 번씩 도지고는 해요. 그러다 걷는 게 디스크 치료에 좋다고 해서 ‘처방’전으로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걷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한때 수술을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20여년간 간헐적으로 지속되는 고통을 어떻게든 없애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방과 양약의 모든 요법을 써봤지만 쉽사리 말을 듣질 않았다. 한 달 가까이 생활을 지속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이 계속되자 부산에 위치한 용하다는(?) 유명 척추전문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수술 판정 대신 ‘운동 요법’ 처방을 받게 된 경위를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처음에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어요.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서 갔는데 준비가 보통이 아닌거예요. 전신 사진에 각종 검사에.. 이건 완전 죽으러 가는 사람 취급하더라고요.(웃음) 막판에는 마취에서 못 깨어날 경우 병원에 책임이 없다고 사인을 하라고 하더군요. 20분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마누라는 사인 안한다고 왜그리 겁이 많냐, 구박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먼 곳까지 찾아갔지만 수술 결정은 쉽사리 내려지지 않았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해서 병원장 방 앞에 가보니 목발 짚은 사람, 휠체어에 앉은 사람, 부축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거예요. 호기심에 왜 그러나 관찰했죠. 이들 대부분이 수술을 받은 사람이더라고요. 거기 있던 사람이 저보고 왜 여기 있냐고 물었어요. ‘디스크’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헬리콥터로 실려오지 않은 거라면 수술하지 말라고 하더군요.(웃음) 결국 수술을 취소했습니다. 병원장도 굳이 수술은 필요없다면서 대신 책 한 권을 권하더군요. 디스크에 좋은 운동이 소개된 책이었어요.”

   
결국 좋은 병원까지 찾아갔지만 병원치료 대신 자가 운동법을 선택한 것이 그의 삶의 중요한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걷다가 운동기구 있는 데서 거꾸로 매달려 보기도 하고 약도 꼬박꼬박 먹었어요. 또 달리기도 열심히 했고요. 부산을 다녀오고 나서 보름만에 괜찮아졌어요. 달리기를 시작한 후로는 디스크 때문에 고민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일주일에 두세번은 꼭 운동을 합니다."

운동 이후 자연스럽게 치료는 물론 정신적인 건강까지 얻었다. 게다가 의도하지도 않았던 금연에, 체중 조절 효과까지 봤다. ‘일석다조’를 챙겨준 마라톤이 평생을 따라다닌 디스크를 대신하고 있다.

“이제는 해외로 출장을 가려해도 달리기 복장하고 마라톤화를 먼저 챙깁니다. 출장지에서도 아침에 일어나 숙소 주변을 뜁니다. 천안문, 카이로의 스핑크스 앞, 그리스 아테네 신전, 터키의 이스탄불, 홍콩, 싱가포르.. 어딜 가더라도 조깅복을 입고 뜁니다. 뛰는 데는 장비가 필요 없어요. 뛰는 사람끼리는 (낯설더라도) 서로 도와주려는게 있어서 겁도 안나요.”

그는 오는 9월 27일 열리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도 참석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기부 마라톤’이라는 취지에 공감을 표시하고 “직접 어려운 이웃을 돕지는 못하더라도 마라톤 대회에는 참가라도 해야죠”라고 밝혔다.

김씨는 마라톤 기록에 욕심을 내기 보다는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져 사는 듯 했다. “가야할 길이 점점 가까워지는 매력은 안 뛰어본 사람은 모른다”는 김씨는 아마 오늘 저녁에도 애향운동장을 달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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