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제주시 ‘좋은 영화상영’ 중단조치 ·해변축제·용연음악회도 ‘검토’ 대상

지난해 3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사전선거운동과 기부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면서 일선 행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차기 선거를 의식해 자치단체의 직무 또는 공익과 관련 없는 각종 단체 또는 개인에게 보조금을 주거나 표창장을 남발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표’을 의식한 선심성 행정으로 금지되는 게 당연하나 자치단체가 공익 서비스 차원에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각종 문화행사마저 공직선거법에 위반돼 제공이 걸리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시는 제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02년 2월부터 실시해 온 ‘좋은 영화 상영’을 공중단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3월부터 영화 상영을 중단한다고 24일 밝혔다.

시선관위는 시에 보내 공문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또는 통상적인 관람료보다 저가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공직선거법(후보자 등의 기부행위 제한)의 규정에 위반된다”며 “제주시가 3월 상영예정인 ‘좋은 영화 상영’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시 지식산업육성센터가 월 2회씩 상영하고 있는 ‘좋은 영화 상영’은 시민들이 무료로 제공되면서 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부행위’에 규정돼 지난해 3월 선거법이 개정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기부행위가 ‘선거일 60일전’부터 제한을 받아왔으나 법 개정으로 항시 규제대상으로 바뀌었다.

지난 2002년 3월부터 시작된 좋은 영화 상영은 지금까지 64회에 걸쳐 4100여명이 관람하는 등 시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아 왔으나 선관위의 중지 요청으로 더 이상 자치단체가 하는 무료 영화를 관람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좋은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조례로 그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각종 복지정책과 문화정책 서비스가 ‘기부행위’명목으로 취소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점이다.

제주시 선관위는 ‘좋은 영화 상영’을 중단시킨데 이어 제주시가 매년 여름철 마다 해변공연장에서 열고 있는 ‘한 여름 밤의 해변 축제’에 대해서도 ‘기부행위’ 규정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 아니라 제주시가 4월 보름에 매년마다 하고 있는 용연선상음악회(5월22일)과 제주국제관악제 또한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해 있다.

선관위는 이에 앞서 지난2월초에 열렸던 ‘탐라 입춘 굿 놀이’ 당시 행사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던 국수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이라며 제동을 걸어 담당 공무원들과 입씨름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각종 문화공연이 공직선거법에 위반돼 잇따라 중단되거나 중단될 위기에 처해지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선거법이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거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을 막아야지 올해로 11년째를 맞고 있는 한여름 밤의 해변축제 등을 ‘기부행위’로 제한한다면 사실상 자치단체가 시민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문화서비스는 아무것도 없게 된다”며 “그렇다면 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시 선관위 측은 “자치단체마다 차기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행정을 차단해 불공정 행위를 막고, 그 예산으로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을 펴라는 차원”이라면서 “문화행사도 무조건 막는 게 아니라 법(조례)에 근거를 마련하거나, 지방문화원에 그 사업을 위탁하는 경우에는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 측은 “한 여름 밤의 축제가 아직 ‘기부행위’ 규정에 저촉되는지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면서 “제주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중앙선관위 차원에서 보다 명확한 운영기준을 마련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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