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특별자치도보훈청장 윤홍철

▲ 제주특별자치도보훈청장 윤홍철 ⓒ제주의소리
지난해 가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파산으로 온 세계가 경제위기에 처하고 우리나라 또한 제2의 IMF사태가 오지 않을까 전전긍긍 온 국민이 마음조리며 허리띠를 졸라 매고 위기극복을 위한 온갖 힘을 기울였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더 이상의 위기에 빠지지 않고 서서히 그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니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나 사회가 어려움이나 위기에 처한다면 누군가가 나서서 희생을 치러야 한다. 일제강점하에서는 우국지사들이 숱한 고난을 견디며 국권을 되찾기 위한 희생을 치렀다. 6ㆍ25전쟁에서는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참전용사들이 목숨 바쳐 싸웠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하여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오늘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이룩하였다.

대한민국 자주독립에 앞장 서 왔던 독립유공자와 그 유가족들이 지난 2월부터 보훈연금의 10%를 기부금으로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고 한다. 순국선열들이 조국광복을 위해 바친 피의 대가인 보훈연금을 당신 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광복회의 10%나눔 범국민운동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전 광복회원이 동참하여 2009년 7월 현재 참여인원 1300여명에 3억 8천여만 원을 모금하였으며 금년 말까지 계속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기부바람은 나눔 문화의 새로운 기폭제가 되어 공직사회를 비롯한 사회각계의 고통분담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공무원들도 매월 일정 보수액을 반납하고 기업체의 임원들도 보수의 일부를 반납하여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제주도 공무원들도 상여금을 반납하여 그 기금으로 양배추 과잉생산에 따른 수매운동에 앞장서서 양배추 폭락으로 인한 농가의 부담을 덜어주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더구나 지난 7월에는 우리의 현직 대통령이 331억여원의 전 재산을 기부하여 경제적 어려움으로 배움의 길을 걷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사업으로 사용하도록 하였다. 대통령이 돈을 받는 대통령이 아니라 돈을 내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고 하신 대통령의 재산기부행위는 역대 대통령들이 부정축재로 그 말로(末路)가 좋지 못했던 점에서 정말 감동적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평생 모으고 일구어 온 재산을 남을 위해 기부한다는 행위는 감히 흉내조차도 내기 힘든 일이 아닌가? 이러한 대한민국의 대통령 기부행위는 참다운 지도자상으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 등 온 세계의 주요 매스컴에 연일 소개 되었다.

광복회원들의 피 같은 보훈연금, 공직자들의 봉급, 대통령의 재산기부행위를 통하여 노블리스오블리제라는 단어를 새삼스럽게 연상케 된다. 명예를 뜻하는 노블리스와 의무를 뜻하는 오블리제의 말에서 유래 된 노블리스오블리제(Noblese Oblige)는 약 2200년이라는 로마의 강건한 역사를 지켜온 로마귀족들의 불문율적인 행동양식 이였다. 로마의 귀족들은 전쟁이 일어나거나 국가에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앞장서서 로마를 위하여 목숨을 바쳤으며 태어나면서부터 지도자의 자질과 경력을 쌓아 유사시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사로서의 의무를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어거지 반대행위나 집단이기주의적 포퓰리즘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크나큰 장해물일 뿐이다. 오늘의 사회위기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지도층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민주시민의 노블리스오블리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광복64주년을 맞이하면서 나라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국가발전의 새로운 기틀을 다져나가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 제주특별자치도보훈청장  윤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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