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은 지금 28] 주민들,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 찾아가 조문

강정마을, 주민소환, 김대중 전 대통령

21일 아침에  강동균 마을회장, 양홍찬 위원장, 윤상효 전 서귀포시의원 등을 비롯하여 마을 어른들이 마을회관으로 모여들었다. 바로 전날 저녁까지 더위와 싸우며 제주도 일주 도보순례기간 동안 지치고 무거운 몸을 지탱해온 다리가 아프기도 하련만, 주민들 얼굴 표정에는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 대부분이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정장을 착용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함이었다.
   

▲ 강정마을 주민들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 장태욱
 
마을회관에서 함께 조문가기로 했던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대화가 오갔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부독재와 맞서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발자취는 실로 위대한 것이었다"고 운을 뗀 뒤, 대통령이 되고나서도 제주 4.3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4.3특별법을 제정 공표하여 제주도민들의 마음에 남은 상처를 말끔히 치유한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강회장은 그러면서도 "87년 대선당시 양김씨가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정권교체에 실패하는 것을 보면서 실망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92년, 97년 대선 당시는 내가 돈 벌러 일본에 가있던 터라 투표에 참여하지 못해 아직까지도 죄송한 마음 품고 있다"고 고백했다.
   

▲ 위원장이 고인의 넋을 기리며, 기도하는 모습이다. 양위원장은 국회 5공청문회를 보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간첩혐의가 조작된 것임을 깨우쳤다고 했다. ⓒ 장태욱
 
양홍찬 위원장은 "난 5.18당시 모든 언론이 한목소리로 '김대중은 간첩, 빨갱이'라고 떠들어 대니 진짜 그가 북한의 간첩이고, 빨갱이인줄 알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양회장은 "88년에 열린 국회 '5공 청문회'를 보고 나서야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이 모두 조작된 것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김대중씨가 간첩이 아니고, 모든 것이 조작된 것임을 확인하고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모든 선거에서 김대중씨 편이 되었어요. 92년 대선 당시, 우리 교회 장로님들이 모두 '묻지마 김영삼'을 외칠 때, 저는 교인들에게 김영삼 보다는 김대중이 훨씬 낫다고 얘기했어요. 김영삼씨는 자신의 야당을 버리고 민정당과 합당했잖아요. 그것만 봐도  김영삼씨보다는 김대중씨를 지지하는 것이 훨씬 명분이 있었던 겁니다. 그 후로 교인들이 나와 정치 얘기 하지 않으려 했어요."

도보순례에 참여하기 위해 잠시 강정마을에 머물고 있는 양윤모 전 영화협회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도 있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오르기 전에도 영화산업에 대해 직접 조언을 주고받은 사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 주민들이 분향소 앞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절을 하는 모습이다. ⓒ 장태욱

양 전회장은 97년 대선 직전에 당시 김대중 당시 후보와 새정치국민회의 국회의원들이 부부동반으로 한국감독협회 사무실에게 영화 '송가황조'를 관람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 김대중 후부 측에서 마련한 자리에 영화평론가 유지나씨와 자신이 함께 참석했고, 영화 관람이 끝난 후, '동보성'이라는 중국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영화산업 전반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김대중 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분이었어요. 난 평생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선생님이라 부릅니다. 훌륭한 정치 지도자를 잃어서 섭섭하네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평화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업적은 인정해줘야 합니다."

10시 30분이 되자 함께 주문하기로 약속한 주민들은 모두 마을회관에 모여들었다. 주민 10여명은 강동균 마을회장과 윤상효 전 시의원이 운전하는 승합차에 나눠 타고 강정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재서귀포전남도민회' 사무실로 향했다.
  

▲ 강동균 마을회장이 남긴 글이다. "당신은 위대하셨습니다"라고 끝을 맺는다. ⓒ 장태욱

강정마을 주민들은 전남도민회 사무실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분향소에 헌화하고,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이재성 회장을 비롯한 전남도민회 회원들은 강정마을에서 온  조문객들에게 음료와 다과를 제공하며 반갑게 맞았다.<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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