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글로벌아카데미] 윤방부 가천의대 석좌교수 "음식 타령, 약 타령 않는게 오래 사는 법"

윤방부 교수는 우리나라에 ‘가정의학’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의학박사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요즘 한국 사회에 떠도는 ‘00 먹으면 몸에 좋다’ ‘00 하면 몸에 좋다’는 ‘설’들에 철퇴를 내리느라 바쁘다.

윤방부 박사는 지난 28일 납원읍 제남도서관에서 열린 스물네 번째 서귀포시글로벌아카데미에 참석해 한국인들의 건강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따르고 보는 ‘단무지 건강법’을 연신 지적하고 나섰다.

▲ 윤방부 가천의대 부총장 겸 석좌교수는 한국인들의 맹목적인 건강법, 특히 건강식에 대한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리 기자

그의 주장은 조만간 로봇이 지방으로 내려가 서울 지역의 의학 수술을 대신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의학기술이 발전한 21세기 한국에 ‘단무지 건강법’이 난무한 것에 연신 ‘이상하다’ ‘희한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건강법들에 다소 격하고 거칠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위암도 내시경을 통해 떼 버리는 시대다. 의학 기술이 발달해서 죽기도 힘들다. 이런 한편 한국에서는 ‘이상한 건강법’들이 판을 친다. 건강 관리상 물을 많이 마신다. 몸에 좋다고 하니까 시도때도 없이 물을 많이 먹는다. 물은 그냥 목이 마를 때 마시면 된다. 또 눈에 좋다니까 생선 눈알만 빼 먹는다. 관절이 좋다니까 이번엔 도가니탕만 먹는다. 정말 단순한 사람들 많다. 내가 사단법인 걷기협회 회장이다. 걸으라면 꼭 뒤로 걷는다. 이러다 나무에 부딪히고 멍들고는 한다.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머리 좋아진다고 호두를 까먹는데 이것도 이상하다. 21세기에 이런 쓸 데 없는 짓을 하고 있다.”

▲ 윤방부 가천의대 부총장 겸 석좌교수가 지난 28일 남원읍 제남도서관에서 열린 스물네 번째 서귀포시글로벌아카데미 강단에 섰다. ⓒ이미리 기자
윤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똑똑한 사람 없다면서도 그런 사람들이 건강과 관련해서만은 ‘바보짓’(?)을 한다고 말한다. 42년간 의사생활을 해온 윤 교수가 의사로서 수강자들에게 ‘단무지’를 빼라고 부탁했다.

“제발 부탁이다. 건강에는 ‘이론’이 없다. 왜냐? 병이라는 게 이론적으로 설명되긴 하지만, 이론에 의해 발생하진 않는다. 병은 다양한 원인으로 생기는 것이다. 한 가지 이유로 걸리진 않는다. 치료 역시 한 가지 방법으로만 되지는 않는다. 잘 먹고 의사도 잘 만나고 운동해야 낫는다.”

심지어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대유행’ 경고를 받은 바 있는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여기에는 그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역설이 포함돼 있다.

“신종플루 걸려도 걱정할 것 없다. 사실 신종플루 감염자와 접촉을 하더라도 걸리는 사람은 걸리고 어떤 사람은 옮지 않는다. 병은 다양한 원인으로 생기는 것이다. 잘먹고 의사도 잘 만나고 운동 열심히 하고 있으면 된다.”

윤 교수는 우리가 흔히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강상식’에 하나하나 반박한다. 거칠다. 하지만 그의 말뜻 그대로 그 상식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닐거다. 단, 그에 얽매여 ‘스트레스’ 받고, 오히려 ‘편식’이 유도되는 상황들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것이다.

▲ 지난 28일 남원읍 제남도서관에서 스물네 번째 서귀포시글로벌아카데미가 열렸다. 윤방부 교수가 한국의 건강법은 '단무지 건강법'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미리 기자

그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의사면허증’을 버리라고 말한다.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우리나라 환자들은 이미 ‘자가진단’을 내리고 있다. 의학용어는 기본이라고 그의 경험을 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 몰라야할 말을 너무 많이 안다. 엔돌핀이 뭐냐? 다른 나라사람들은 모른다. 쓸데 없는 것 안다. ‘트랜스 지방’ 역시 일반 사람들은 알 필요 없는 거다. 나는 햄버거도 잘 먹는다. 동맥경화, 간, 비만 안 좋아진다는 말, 웃기는 거짓말이다. 제발 의학용어 알려고 알려고 하지 말라. 다들 의사다. 진단 다 해서 온다. 아주 못 말리는 사람들이다. 알면 골치만 아프다. 아침 먹어야 하나? 형편대로 해라. 밥도 안 먹을 수 있는 거지.. 왜 그렇게 하나하나에 신경 쓰냐.”

▲ 건강에는 이론이 없으니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고 있으면 자연스레 건강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윤방부 석좌교수. ⓒ이미리 기자

윤 교수는 ‘역설의 달변’이었다. 우리가 ‘건강해지는 법’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한 우리의 무조건적 맹신과 과도한 관심이 오히려 마음과 몸을 해친다고 일관되게 강조했다. 그런 그가 말하는 건강법은 무엇일까?

“일단 ‘음식 타령’하지 마라. 몸에 좋은 음식, 나쁜 음식 없다. 세상 모든 음식은 모두 몸에 좋은 음식이다. 닥치는 데로 뭐든지 신나게 먹어라. 음식은 뭐든지 골고루 먹고 과식 안하면 된다. 그리고 ‘약 타령’ 하지 마라. 약은 곧 독이다.”

윤 교수는 한 연구기관에서 7년 동안 7천명을 대상으로 건강하게 사는 법을 연구한 결과를 소개했다. 다음과 같다.

△골고루 먹자 △간식 안한다 △절주 △금연 △운동 △잠을 잘 잔다 △의사에게 일년 한 번 진찰 받는다

“이 얼마나 쉽나. 인삼이나 풀만 먹으라고 써져 있나, 붕어처럼 물만 먹으라고 써져 있나. 그런 거 아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질적, 양적으로 11년 반을 더 살았다.”

▲ ⓒ이미리 기자

그는 건강에도 질과 양적인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수는 양적인 개념이 아니라 질적인 개념이다. 건강은 질적인 면에서 장수가 필요하다. 건강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나 역시 여든을 살아도 못 해본 게 없다. 사실 건강한 사람이 더 빨리 죽는다. 열심히 (하고 싶은 일 찾아) 돌아다니다 사고 나고 그러다 그런 것.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라."

이는 윤 교수 자신의 인생 철학과도 닮아있다. 실제로 활동적이고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의 건강법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던 윤 교수의 강연은 많은 수강생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서 마무리 됐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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