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빈곤-여성의 노동과 삶' 주제로 3·8 제주여성축제 열려

1908년 3월8일, 1만5000여 여성 노동자들이 뉴욕 루트거스 광장에 모여 “하늘아래 여성과 남성이 다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3·8 세계여성의 날이 지정됐고 그로부터 97년이 지난 오늘에도 사회 곳곳에서 남성과 여성이 함께하는 평등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세계 각 국에서는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펼쳐오고 있는데 제주에서도 다양한 문화공연 등을 통해 ‘3·8 세계여성의 날’을 알리는 행사가 있었다.

진눈깨비가 내리던 4일 오후 2시30분.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제주 여성들의 축제 한마당인 ‘제7회 3·8 제주여성 축제’가 펼쳐졌다.

제주여민회(공동대표 김영순·김영란) 주관으로 열리는 제주여성 축제는 해마다 다양한 주제로 여성들이 갖는 문제를 공론화 하고 여성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올해는 그 7번째 축제로 ‘여성의 빈곤-여성의 노동과 삶’이라는 주제로 여성의 빈곤화 현상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임을 제기했다.

축제는 변우현 제주MBC 객원MC와 양김진웅 다음제주 기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 '종이봉지 공주' 웅변을 하는 강은지양.ⓒ
제가 좋아하는 공주는 백설공주도, 신데렐라도, 숲속의 잠자는 공주도 아닙니다.
제가 좋아하는 공주는 바로 엘리자베스 공주입니다.
엘리자베스 공주도 여느 공주들과 같이 사랑하는 왕자님이 있었는데 어느 날 왕자님이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붙잡혀가고 말았습니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주저앉아 우는 것 대신 종이봉지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용감하게 왕자를 구하러 갔습니다.
괴물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엘리자베스 공주는 옷이 찢기고 불에 타고 지저분해졌지만 괴물로부터 무사히 왕자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을 구해진 엘리자베스 공주를 보며 왕자가 한 말은 “이 꼴이 뭐야? 불에 탄 냄새는 또 뭐고. 당장 예쁘게 하고 와!”
엘리자베스 공주도 말했습니다. “당신은 껍데기뿐이야! 당신 같은 사람은 필요 없어!”
대부분의 동화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공주와 왕자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공주 이야기는 끝이 이렇습니다. “엘리자베스 공주와 왕자는 결혼하지 않았답니다.”
▲ ⓒ제주의소리
동네에서 참하기로 소문난 우리 엄마였지만 IMF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우리 가정의 행복을 위협할 때 그냥 주저앉아 울지 많은 않았습니다.
용감하게 직업전선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장애인들에게 건강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조리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엄마는 집에 와서도 산더미처럼 쌓인 집안일을 해야만 합니다.
엄마는 말하십니다. “은지야, 너는 아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지 말아라!”
물론 엄마도, 저도 아빠를 사랑하지만 힘이 가장 센 아빠가 함께 하는 가정이 됐으면 합니다.
저 역시 고난이 왔을 때 주저앉아 우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헤쳐 가는 용기 있는 사람. 바른 생각을 바르게 실천해 가는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강은지양의 ‘종이봉지 공주’ 이야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어진 변사극 ‘굳세어라 순덕아’.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점점 빈곤해질 수밖에 없는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고 강인하게 생활해 가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을 담아내며 여성의 빈곤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 사회문제로의 인식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여성의 삶과 노동을 보여주는 변사극 '굳세어라 순덕아'.ⓒ제주의소리
이 외에도 세계여행 솔빛별 가족의 어머니이면서 대중가요 작곡가인 노명희씨의 축하공연과 제주타악기앙상블의 힘찬 타악기 공연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 제주타악기앙상블의 축하공연.ⓒ제주의소리
제주도의 여성권익과 여성발전에 디딤돌이 되었던 개인 또는 단체에 주어지는 제2회 디딤돌상은 제주DPI 장애여성특별위원회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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