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가 어디우꽈] 국제자유도시의 조건과 제주의 장점

 지난 글에서 나는 제주의 적성과 소질이 과연 국제자유도시에 맞는지 검토해 보자고 제안하였다. 그리고 영업시간 단축요구를 예로 들면서 국제자유도시는 제주의 적성과 맞지 않다는 점을 내비쳤다. 이제 제주가 국제자유도시에 대하여 얼마나 소질이 있는지를 살펴보자. 이를 위해서는 국제자유도시의 필수조건이 무엇인지, 제주가 이를 갖출 잠재력이 어느 정도 있는지, 또한 제주의 장점을 잘 살려낼 수 있는 것인지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제자유도시는 사람ㆍ상품ㆍ자본이 국경을 초월하여 자유롭게 이동하는 곳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어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즉 국제자유도시의 첫 번째 필수조건은 영어가 상용되는 언어 환경이라 하겠다. 싱가포르나 홍콩이 국제자유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도 영어가 제대로 통하는 언어 환경이 구비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주가 국제자유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대다수의 도민들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영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제주의 현실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면 영어공용화 정책을 전 방위적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이더라도 최소한 한 세대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국제자유도시는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곳이다. 따라서 그에 걸맞은 상당한 수준의 인적ㆍ물적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즉 국제자유도시의 두 번째 필수조건은 국제적 수준의 인적ㆍ물적 인프라의 구축이라 하겠다. 그런데 제주는 지역의 고급인력 유출 현상 심화, 낮은 재정자립도, 지식기반산업의 미비, 지역산업규모의 영세성 등 인적ㆍ물적 인프라가 너무 취약하여 지금의 상태로는 도저히 국제자유도시를 실현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인적ㆍ물적 인프라의 획기적인 보강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는 중앙정부로부터의 막대한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이미 인천, 부산, 광양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있고, 지역 간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어 제주에만 획기적으로 지원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제주가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영어가 상용되는 언어 환경이 구비되고 국제적 수준의 인적ㆍ물적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둘 다 현실적으로는 매우 난감한 일이다. 한마디로 제주는 국제자유도시에 대하여 별로 소질이 없다.

  한편 제주는 청정한 물ㆍ토지ㆍ공기, 화산으로 인해 빚어진 아름다운 경관, 풍부한 생물종다양성 자원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어느 누구도 제주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이라는 점에 대하여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천혜의 자연환경은 국제자유도시 실현에 보완적인 역할을 할지는 몰라도 필수조건은 아니다. 싱가포르나 홍콩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없어도 국제자유도시가 되었다. 오히려 국제자유도시를 추구하게 되면 개발을 정당화시키고 가속화시키면서 자연환경을 무분별하게 파괴하게 될 우려가 크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국제자유도시는 보완적인 면보다 상반되는 면이 더욱 많다.

▲ 신용인 변호사
 이런 상황에서 국제자유도시를 계속 추구하게 되면 제주는 이것도 저것도 되지 못하면서 자연만 훼손시켜 제주의 미래가치를 잃어버리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음악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운동에는 소질이 없는 아이에게 ‘너도 양용은처럼 최고의 골퍼가 되라’고 하며 골프연습만 열심히 시킨다면 그 아이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지금 제주가 그 아이의 경우와 마찬가지는 아닐까? / 신용인 변호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