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글로벌아카데미] "'진상'과 '인상'은 집 밖으로 나가보면 안다"

“사람은 ‘진상’과 ‘인상 좋은 사람’ 두 부류가 있다. 어떻게 구분하는 지 아나. 어떤 사람이 집에 들어가는 순간 집이 환해지면 인상, 집 밖으로 나갔을 때 환해지면 진상이다.”

여기저기서 공감의 웃음이 터졌다.

말끔한 외모로 개그맨 보다 더 웃기는 사나이 김창옥(37) 퍼포먼스트레이닝 대표가 제27회 서귀포시글로벌아카데미 강연자로 나섰다. 지난 11일 JDC와 서귀포시 주최로 성산읍 동부종합복지관에서 개최됐다.

▲ ⓒ이미리 기자

김 대표는 사람간 관계에 대해 면밀히 관찰해 온 듯 했다. 소통형 인간과 불통형 인간에 대한 그만의 날카로운 관찰은 놀라움과 함께 사람들의 깊은 공감을 얻어냈다.

그는 인간의 언어는 소통과 관련해 네가지 종류로 나뉜다고 말한다. 잔소리, 데이터 정보, 감수성의 언어, 유머다.

“진상이 쓰는 소리는 ‘잔소리’다. 제가 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어서 엄마 말을 왜 안 듣느냐고 물었더니 뭐라고 하는 줄 아나. ‘맞는 말도 기분 나쁘게’ 해서 말을 듣기가 싫단다. 또 하나가 승무원이나 114 전화에서 말하는 ‘사랑합니다 고객님’ 소리다.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 즉 감정없이 말만 하는 사람들, 이를 ‘데이터, 정보’라고 한다. 또 감수성의 언어가 있다. 나이만 먹고 마음에 때가 끼면 계절의 변화를 모른다고 한다. 마음에 때가 끼면 덥다, 춥다 밖에 모른다. 계절의 변화에 대해 표현 할 줄 아는 것이 감수성의 언어다. 마지막으로 유머다. 예상하지 못하는 놀라움, 반전, 사람의 마음이 닫혀 있는 것을 틀어주는 것이다. 유머는 그리스 어원으로는 ‘흐른다’는 뜻으로 즉 ‘소통’을 의미한다.”

▲ ⓒ이미리 기자

시도때도 없이 좌중을 유머로 들었다 놨다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김 대표도 한때 극심한 우울증에 걸렸다. 8년 강연 생활 중 5년 동안 즐겁게 해오던 강연이 의미를 잃고 즐거움을 잃어버렸다. 이런 그에게 다시 지금의 유쾌함을 되돌려 준 한마디가 있었다. 바로 ‘침묵’이다.

▲ ⓒ이미리 기자
“한 신부님이 우울증 상담을 해주셨다. 아이같은 목소리를 가진 흰 머리의 노인이었는데 내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하자 그가 말하길 ‘침묵을 배워’라고 하는거다. 사람은 말의 힘이 지식과 침묵이란다. 말이 술처럼 익어야할 때가 오는 데 침묵을 배우지 못하면 익지 않고 썩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사람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침묵이다. 자존심의 꽃이 떨어져야 인격이라는 꽃이 피는 거라고 했다.”

‘말’이 곧 존재가치인 그에게 ‘침묵’은 커다란 깨달음이면서도 한편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난제이자 ‘자존심’ 문제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도 '자존심'이 굉장히 셌다. 그의 음대 시절 일화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목소리가 탁월하게 좋았던 그는 음대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세 번의 고배 끝에 어렵게 음대에 들어갔지만 김 대표는 ‘사랑 노래’ 일색인 성악을 부를 수가 없었다. 당시 그는 어깨와 얼굴 근육, 눈동자에 힘을 잔뜩 넣고 다녔다.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타이틀로 상처받은 열등감을 애써 감추기 위한 위장술(?)이었다.

“사랑노래를 할 수가 없었어요. 당시 저는 분노에 차 있었어요. 교수가 너는 노래 해도 안되는 애니까 가을이나 보고 와라 하더라고요. 제주에 사는 분들이라도 이곳의 바다, 가을, 하늘이 보이지 않으면 제주의 아름다운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요.”

▲ ⓒ이미리 기자

그는 나중에서야 신부님의 ‘침묵’에 대한 얘기를 듣고 과거를 회상해보면서야 ‘자존심’을 버리면 ‘자존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 알았어요. 자존심이 고집하면 소통되기 어려운 사람이더라고요. 침묵하지 못하고 말만 하면 소통이 되는 게 아니라 ‘말은 잘해요’ 소리만 듣게 돼요. 자존심을 놔두는 게 소통에 도움이 돼요. 이것이 자존감이 높은 거예요.”

이 소통이 중요한 것은 여자들의 수다만 봐도 알 수 있단다. 여자들은 수다로 위기관리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어려운 일 당했을 때의 여자들의 반응을 보면 친구가 울어주고, 먹고, 세 시간씩 대화하며 슬픔을 이겨낸다.

▲ ⓒ이미리 기자

반면 불쌍한 것은 남자란다.

“힘들면 술 먹는 게 전부다. 왜 안 우냐. 물어보니, ‘아무도 안 물어봐서’란다. 사람은 그런거다. 누가 물어봤을 때 우는 것이 인간이다.”

그는 슬플 때면 스스로 자신을 안아주라고 말한다.

“인간은 신경 전달물질이 온 몸에 있어서 자기 몸을 안고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게 좋다. 인간의 마음이 안괜찮을 때 울면 산삼 보다 더 좋다.”

자신을 안아주다 에너지가 남으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전달해 주는 것이 ‘소통형 인간’이 만들어가는 따뜻한 사회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