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제주도 여성폭력 관계기관 연계 강화를 위한 간담회

▲ 8일 열린 '제주도 여성폭력 관계기관 연계 강화를 위한 간담회'.ⓒ제주의소리
폭력 피해 여성들이 폭력이라는 1차 피해를 받은 후 여성폭력 관계기관에서 2차 피해를 입지 않고 적극적인 구제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연계 강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제주여민회 부설 제주여성상담소(소장 김효선)는 8일 오후 3시 제주시 참사랑문화의집에서 ‘제주도 여성폭력 관계기관 연계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제주도 여성폭력관련 종사자 성의식’에 대한 고명희 제주여민회 부설 제주여성상담소 실장의 기조발제가 있었다.

고명희 실장은 “폭력 피해 여성들은 관련 종사자들의 성차별적이고 보수적인 의식과 여성폭력에 대한 몰이해로 폭력이라는 1차 피해 외에 수치심과 죄책감 등의 2차 피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제주도 여성폭력관련 종사자 성의식에 대한 연구 결과는 도내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개선방안을 강구하는 1차적 자료가 될 것이기에 그 가치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내 여성폭력 관련기관 종사자들의 성역할과 섹슈얼리티, 여성관련 제도 및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한 의식은 비교적 성평등하고 진보적이었으나 기관별로 의식 차이를 보여 이에 대한 의식 개선과 함께 교육, 홍보도 중요하지만 관련기관 간의 연계망 구축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성역할과 성의식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사회적인 성 역할인 젠더에 대한 통념 수용도가 가장 높고 제도, 섹슈얼리티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여성의 의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와 음담패설과 직장내 성희롱간의 관계, 술과 폭력과의 관계 등 여성 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낮은 통념 수용도를 보이면서 성역할과 일반적인 성의식에 있어서는 높은 통념 수용도를 보이고 있어 실제 기본적인 성의식은 성차별적이고 보수적인 사회통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통념 수용도란 어떠한 사회 통념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0~5로 나타낼 수 있다.

▲ ⓒ제주의소리
성폭력에 대한 의식은 ‘여자들의 심한 노출이 성폭력을 유발한다’에 대해 3.16의 높은 통념 수용도를 보였고 ‘강하게 저항하면 강간은 피할 수 있다’에 대해 2.79의 통념 수용도를 보여 여전히 여성의 성적주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폭력 특성에 대한 이해도는 성별·기관간의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특별법과 관련제도에 대한 인지도 조사에서는 전체적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높은 인지도를 보이며 경찰이 타 기관에 비해 높은 인지도를 나타냈다.

가정폭력에 대한 통념 수용도 조사에서는 ‘가정폭력은 집안일이니까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통념에 대해 평균 1.45의 수용도를 보여 이제 더 이상 가정폭력을 개인적인, 집안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가정폭력과 관련 특례법과 관련제도에 대해서는 낮은 인지도를 보여 이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성폭력과 가정폭력과는 달리 성매매에 대한 통념 수용도는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남자와 경찰의 경우는 ‘남성의 성욕은 강하기 때문에 성매매가 필요하다’에 대해 2.56과 2.57의 수용도를 보인 반면 ‘성매매를 금지하면 성폭력이 늘어날 것이다’에는 각각 3.15와 3.07의 수용도를 보여 두 통념간의 의식차이를 보여줬다.

‘성매매 여성들은 원한다면 일을 그만 둘 수 있다’에 대해서는 성별간의 별차이 없이 평균 2.57의 통념 수용도를 보여 성매매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는 것이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제 한국사회의 성매매 실태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도내 여성폭력 관련기관 전체의 50.7%가 여성폭력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고 제공하는 서비스는 상담서비스(71.7%), 교육프로그램(21.7%), 자활프로그램(6.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조치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상담소 등 타 기관에 연계했다는 응답이 46.7%, 사건 접수 및 수사를 했다는 응답이 37.6%, 담당부서나 타부서로의 연계가 9.1%,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가 3.0%였다.

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조치와 관련해 경찰의 경우는 상담소나 타 기관으로 연계한 경우가 32.0%인 반면 타 기관에서 피해자를 연계받은 경우가 6.7%에 그쳐 타 기관에서 경찰로의 연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명희 실장은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 도내 여성폭력 관련기관 종사자들의 성역할과 섹슈얼리티, 여성관련 제도 및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한 의식은 비교적 성평등하고 진보적이지만 경찰의 경우 여성관련법과 제도에 대해서는 높은 인지도를 보였으나 성역할과 섹슈얼리티에 대해서는 타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 의식이 강하게 나타났다”며 “이로 인해 폭력 피해 여성들이 경찰에 도움을 받으러 갔다 도리어 상처를 받고 수모를 당하는 등의 2차 피해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고 실장은 “응답자의 과반수이상이 기관간의 연계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고명희 실장은 “여성폭력을 예방하고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체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종사자들에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피해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보다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원기관간의 연계체계가 공식적인 체계로 전환되고 활성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허순임 제주상담센터 부설 가족사랑쉼터장은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중심으로 도내 여성폭력 관련기관 연계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안을, 김진홍 제주경찰청 여경기동대 팀장은 성의식 조사결과를 분석해 경찰 내부의 개선방안에 대해, 황영호 제주시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은 성폭력에 의해 발생되는 사례와 문제점, 피해여성들에 대한 지원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간담회에는 제주도청 여성정책과, 제주시청 양성평등지원과, 제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제주YWCA 여성의 피난처, 제주YWCA 여성의 쉼터, 지체장애인협회 부설 여성장애인 상담소, 제주상담센터 부설 가정폭력상담소, 천주교 제주교구 가정문제상담소, 아동학대예방센터, 제대 상담봉사센터, 제주여성 1366, 제주여민회 부설 성매매피해상담소, 제주여민회 부설 성매매피해여성쉼터 등에서 관계자들이 참석, 여성폭력을 예방하고 피해 여성에 대한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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