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은 지금 33] 심의 보류된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

▲ 환경영향평가 23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해군기지와 관련한 환경영향평가서 심의가 진행되었다. ⓒ 장태욱

지난 23일 오후에 강정마을 주민들이 버스를 타고 제주도청으로 향했다. 이날 2시부터 제주도청 4층 강당에서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심의위원회의에 상정된 안건에는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 '제주영상관광휴양지구 개발사업' 등과 더불어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동안 해군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면서 사전환경성검토도 했고, 생태계조사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 눈에는 이 모두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실례로 2008년 4월에 실시한 사전환경성검토 초안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관리되고 있는 연산호 군락에 대해 언급도 하지 않았고, 2008년 9월에는 연산호 군락이 없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다른 조사에서 연산호 군락이 확인되자 어쩔 수없이 그 존재를 인정하고, 연산호 군락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주민들이 2시경 도청에 도착했지만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심의는 이날 맨 마지막 순서로 잡혀있었다.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에 관한 안건은 오후 4시30분경에야 심의를 시작됐다.

▲ 반대측 방청객들 강정마을 주민 5명에게 방청이 허용되었다. ⓒ 장태욱

이날 버스를 타고 도청에 도착한 주민 10여 명 모두가 회의장으로 들어가려했으나 심의회에서 해군기지 찬반 양측에게 각각 5명 이내로 방청인원을 제한했다. 강정마을에선 강동균 마을회장, 윤상효 전 서귀포시 의원, 고시림씨 등을 포함 5명이 방청에 참가했다.

심의에 앞서서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은 의견개진 발언을 통해 이번 환경영향평가를 끼워 맞추기식 환경영향평가라고 규정하고, 심의위원들에게 심의를 보류해줄 것을 촉구했다.

강 회장은 "해군이 지난 2006년 단독 조사한 사전환경성 검토는 입지타당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실덩어리라는 것은 환경부도 인정한 결과"라며 비난했다. 그리고 "이후 구성한 공동생태계조사단도 겨울과 여름철 조사할 것을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조사만 끝내고 조사단을 해체했으며", "지난 6월 24일 열렸던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도 본안이 나오면 심의 이전에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군 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난했다.

강 회장은 또, "환경영향평가서가 나왔음에도 이해당사자인 강정마을회에는 단 한 부의 평가서도 사전에 배부하지 않아 검토할 시간도 주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지역주민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사업부지내 절대보전지역에 대한 대처방안 등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며 주민을 무시하는 당국의 태도를 질타했다.

강 회장은 이에 따라 "입지조사에서 도내 8개 지역 중 강정마을을 1등으로 맞추는 등 끼워 맞춤식으로 작성된 이번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심의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면서 심의보류를 촉구했다.

심의 과정에서 해군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 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위원들은 천연기념물 제442호인 연산호 군락지에 대한 조사결과가 누락된 점, 상주인구 전출입 예측자료가 미흡한 점, 해군기지 공사 후 환경오염 예측이나 사후환경관리 계획 등이 누락된 점 등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그리고 제주해군기지 안건을 놓고 4시간동안의 마라톤 회의를 벌인 끝에 "심의를 일단 보류하기로 하고, 근시일내에 다시 재심의하기로 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해군 측의 용역결과가 심의위원회의 지적사항을 보완하는데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제주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심의가 보류되어 재심의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내려지자 해군기지 연내 착공을 기정사실화했던 해군 측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심의위원회는 이날 심의에서 나온 지적사항에 대해 해군 측의 재보완 제출서를 제출하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재심의에 들어가기로 입장을 정하기는 했지만, 제주도와 해군의 일방독주에는 일단 제동이 걸린 셈이다.

▲ 게 지난 22일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해군기지 예정지에서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가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 장태욱

한편, 이날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 심의회에서는 '붉은발말똥게'의 서식 여부에 관해 한바탕 논란이 일어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9월 22일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언론에 제주해군기지 예정지인 중덕해안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동물인 '붉은발말똥게'를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군측은 이날 심의과정에서 매립 예정지 내에 암반이 단단하기 때문에 붉은발말똥게가 서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이전 주장을 일축했다.

해군 관계자는 "언론보도사진에 나온 게는 인터넷 상에서 확인해본 결과 '부엌게' 또는 '스마일게'라고 불리는 게로 보인다"며, "이것을 잘못 보면 붉은발말똥게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군 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붉은발말똥게는 분명하게 사업지구 내에서 확인했다"고 밝힌 후, "해군은 최소한 전문가를 대동해서 확인한 후에 이의를 제기했어야지 인터넷에서 사진을 뒤지는 정도로 심의회에서 의혹을 제기하냐"며 해군 측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이날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으로는 현영진(위원장, 제주대 교수), 정대연(제주대 교수), 김영수(전 제주도 건설과장), 김완병(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고여호(제주도 청정환경국장), 임기옥(제주도 여성특보, 자연환경보전협의회 제주도지부장), 현원학(제주환경운동연합), 류성필(곶자왈사람들)씨 등 8명이 참석했다.

한편, 24일 환경영향평가서 심의 과정에서 '붉은발말똥게'의 진위여부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르자, 필자는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강정마을로 향했다. 지난 22일에 환경운동연합 방문팀이 붉은발말똥개의 서식 현장을 확인하게끔 도움을 준 주민을 만나 함께 중덕해안으로 갔다.

▲ 게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붉은발말똥게'라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게다. 필자가 강정마을 해군기지 예정지에서 확인했다. ⓒ 장태욱

그 주민은 필자를 중덕해안에서 강정포구로 향하는 올래길 근처로 안내했고 그곳에서 필자는 여러 종류의 게들이 돌아다니는 현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몸의 일부 혹은 전부가 붉은 색을 띠고 있는 것으로는 두 종류의 게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환경운동연합이 '붉은발말똥게'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이 집게다리와와 걷는다리는 물론이고 몸 전체에 붉은 색을 띠고 있는 게가 그 중 한가지고, 해군 측에서 '스마일게'라고 주장하는 게처럼 집게다리와 걷는다리만 붉은 색을 띠는 게도 있었다.

▲ 게 해군측에서 '스마일게'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판단되는 게다. 이 역시 필자가 해군기지 예정지에서 확인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붉은발말똥게'라고 주장하는 것과는 등면의 색이 다르다. ⓒ 장태욱

해군 측 인사는 강정 해안에 바위가 단단하기 때문에 붉은발말똥게가 서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지만 필자가 이 붉은색을 띠는 게들을 발견한 곳은 해안 근처에 있는 농경지로, 해군기지로의 수용이 예정된 땅이다.

진위가 제대로 밝혀질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깊이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붉은발말똥게 (Sesarma intermedium)
십각목, 바위게과, Sesarma 속

붉은 발을 가졌다해서 붙은 붉은발, 말똥냄새가 난다 하여 붙은 말똥게라 붙여졌다. 한국, 일본, 타이완, 홍콩, 미안마, 인도에 분포하고 바다에서 자라면서 변태를 거쳐 육상생활을 하지만 아가미 호흡을 하기때문에 늘 물가 주변에 서식한다. 진딧물, 지렁이, 죽은 물고기, 식물 잎 등을 먹고사는 잡식성 동물이다. 멸종위기2등급 생물로 지정되었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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