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도! 하면 평화, 청정, 자연유산이 떠올라야 합니다"

    이 글은 며칠 전에 해군기지 찬성 입장에 있는 모 단체의 회장님과 주고 받았던 이메일의 일부입니다. 모 회장님께 드리는 개인적 서신 형식을 빌어서, 제주의 백년대계여야 할 해군기지에 대한 반대자의 단상을 적어 보았습니다.

회장님,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합니다.

부족한 저에게 시의 적절한 주제에 대한 조언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회장님의 자료 수집과 고민의 수준에 비하면 보잘 것 없기 때문에 혜량하시고 일별해 주시길 바랍니다.

‘해군기지의 유치’(저는 기실 ‘유치’는 말도 안 되는 것이고, 국가적 판단에 따른 일방적 통보이며 국가권력에 의한 강요된 결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군사기지는 혐오시설이지 유치시설은 아니기 때문이고, 많은 이들이 언필칭 ‘도민의 합의’, ‘도민의 공감대’는 둘러치기하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에 대한 ‘찬성 논리’를 잘 알고 파악하고 있어야 ‘반대의 논리’ 또한 정교하고 설득력이 있을 텐데..... 일부러라도 찬성논리에 ‘눈 감고 귀 막고’ 하는 저의 모습도 있음을 반성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의 논리나 반대자의 애국애민의 마음은 결코 유치를 주장하는 분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주해군기기 문제에 대해 몇 가지를 간략히 말씀드려서 저의 반대 입장을 적어 보겠습니다.

Ⅰ. 개인적 이유로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공군기지와 해병대 훈련장 그리고 일제부터 공군기지가 있었던 대정 몽생이기에 기지촌의 모습을 듣고 보고 자랐습니다.

서귀포에 있는 친구들이 술 먹으러 모슬포까지 왔었으니까요. 유흥주점이 많으면 폭력과 무질서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조금은 많겠지요. 군 기지의 후유증이 지금도 남아 있어서 멋들어지고 유구한 역사를 가진 ‘대정현’이 제주도내에서 가장 낙후한 농촌지역으로 머물러 있습니다. 해군기지가 오면 지역발전이 된다는 찬성논리를 저는 체험적 입장에서 말도 안 된다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군 부대 있는 데가 어찌 발전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기지 반대 입장에서, 그 동안 '반대를 위한 반대'나 "젊은 사람들이 국가적 사업을 너무 지역적으로만 보고 있고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있다"는 찬성자들의 몰아붙이기에 대해 고양이 앞에선 쥐처럼 발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옛날의 군대와 무기의 현대화한 지금과는 다르다’는 주장도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군대 갔다 온 저로서는 아무리 미사여구를 갔다대도 '군대는 군대'라는 기본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까라면 까‘야 하는 군사문화를 체질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Ⅱ.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인으로의 입장표현은 이미 2007년 5월 30일에 ‘제주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습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어야 한다”는 성경말씀을 근거로 하고 있지요. 물론 성경에는 여러 가지 말씀이 있어서 자기 유익한대로 갔다댈 수 있음을 경계하고 주의는 하겠습니다. 하지만 여하튼 저는 ‘평화와 안보’는 칼과 무력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님을 믿고 있습니다. “악을 선으로 이기라“는 말씀을 실천하고픕니다. 국제관계이론에서도 현실주의적 입장보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이상주의적 국제관계적 입장에 더 치우쳐 있는 것이지요. 일대일의 싸움보다는 다자간에 협상과 이성과 선한 양심에 의해 문제를 풀어 보고자하는 주의입니다.

Ⅲ.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반대를 합니다.

아시다시피 제주도는 이미 중앙정부로부터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받고 있고,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도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노란 유채꽃 속에 아직도 4.3의 검붉은 핏빛이 속 깊이 남아 있는 지역입니다. 또한 긴 역사 속에서 육지로부터 수탈을 당해 와서 아직도 피해의식에 싸여 있는 지역입니다. 이제는 그야말로 제주를 “그냥 두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갖고 놀지 말라”는 것이지요. “제주도를 핵이나 최첨단 무기의 폭격의 타겟이 되도록 하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평화라는 것은 가만히 있도록 하는 것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음을 잘 아실 것입니다. 소극적, 적극적 평화를 원하는 것이지요.
 
Ⅳ.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반대를 합니다.

제주도를 해군강국을 위해 해군기지로 써 먹기보다는 그야말로 국제자유도시, 세계평화의 도시로 써 먹는 것이 더 유용하다는 것입니다. 제주도를 군사기지가 없고 이념의 굴레를 조금은 완화된 지역으로 만들어서 예민한 남북 간의 만남이나 세계 컨벤션 장소로 써 먹으라는 것이지요. 세계군축과 동북아의 군축, 남북의 군사적 긴장을 어떻게 하면 줄여서 세계평화, 동북아 평화, 남북평화를 위해 애쓰는 장소로 활용을 하자는 것입니다. 평소 직무에 따라 전쟁 억지를 위한 방위활동이든, 평화를 위한 필요악으로의 평화유지 활동이든 치열하고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군인들도 제주도에 오면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안위를 누릴 수 있는 땅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지요. 

회장님,
저의 입장을 주절주절 적어 보았습니다.

저는 국군을 정치집단, 살인무기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군대가 많은 봉사집단 중 최고이고 일반시민인 우리의 관심과 애정을 우선적으로 쏟아 부을 만큼의 우위에 선 봉사집단이라고는 더욱 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공공재 성격의 국방의 문제는 우선 국가가 책임을 지고 도움을 주는 영역이며, 우리 일반시민과 사회봉사단체들은 국가의 도움의 손길이 미쳐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심과 예산을 배려해주지 못하는 곳인 여러 복지시설이나 약자들에게 함께 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방의 의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반대하시는 분들의 지역적 변화(화순, 위미, 강정)나 요구 조건과 반대 논리의 변화 등의 객관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관심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다만, 위에서 밝혀 본 기본적 입장을 가지고 '반대의 목소리'에 같이 하여 목소리를 더 크고 높게 질러 주어야 할 때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중립적 입장에서 관조하는 것은 행동하는 양심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냉랭하고 과객의 모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해군기지 건설을 확정해 놓고 협상 극대화의 모습을 보이면서 천사표 목소리를 내면서 꼬리를 내릴 때는 아직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현 김태환 도정의 처신을 참 한심스럽고 무책임하게 보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이이제이' 접근방식에 놀아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책사업이라면서도 오히려 제주도민들끼리 싸움을 부추기고 있는 꼴입니다. 도지사가 협상의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꽃놀이 패같이 충분히 활용할 수가 있는데도 무능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아 보려는 저의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지사로서는 주인 정신이 없는 행태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제주도! 하면, 평화! 청정! 자연유산! 한라산! 유채꽃! 자유! 복지! 등이 떠올라야지, 해군기지!'를  떠올리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여하튼 회장님의 제안을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단순한 감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을 통해서 해군기지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지적으로 알겠습니다.

저는 지금 학위논문을 써 보려고 낑낑대고 있는 처지라서 당장은 회장님의 말씀대로 해군기지에 관련한 글을 정치하게 쓰지는 못하지만, 기회가 되면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 때에는 회장님께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오늘도 학교에 올라가서 논문지도를 받아야 하기에....... 답장은 빨리 해 드려야 하고...... 조급한 마음에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급히 적었습니다.

글이나 행간에서 혹 경우 없이 쓴 것 있다면 저의 글 재주 탓을 해 주십시오.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 송창권 ⓒ제주의소리
답장이 좀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도 회장님의 영혼이 잘 됨 같이 범사가 잘 되고 강건하시길 기원합니다.

아직도 한 참을 더 배워야 하는 창권이 올림

/ 송창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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