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현장을 다녀와서

▲ 고경실 제주도 문화관광교통국장.ⓒ제주의소리
흔히들 우리 제주특별자치도를 상징할 때는 청정한 환경,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대표적으로 지칭하지, 섬 문화의 독특한 맛이 있고 문화적 가치가 담겨 있는 특별한 유․무형 문화재들이 있음을 딱히 말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만큼 그리 흔한 편이 아니다.

현직에 있는 정무직 고위 공무원 되시는 분이 특강을 할 때에도 제주특별자치도는 문화의 핵심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의 소리를 필자 역시 들으면서 우리 제주특별자치도를 대충 알고는 많이 아는 것처럼 하는 것이리라 생각한 적도 있다. 필자 역시 우리 속에 위대한 신화들이 산재해 있고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얼마 전에야 조금씩 인식하기에 사뭇 늦은 감을 후회할 때가 있다.

필자는 지난 9월28일부터 10월2일까지 아랍에미레이트 아브다비에 있는 콘티넬 호텔에서 유네스코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제4차 정부간 위원회에서 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심사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이미 지난 5월부터 심사국가인 멕시코(의장국), 에스파냐, 케냐, 한국, 터키, 크로아티아 대표단에 의해서 심의를 했고, 전체위원회에 상정했지만 우리 아시아 쪽이 그리 많으냐, 심사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등의 논란으로 하루 내내 진통을 겪고 결국은 날을 달리해서 현지 시간 9월30일 오후 4시15분쯤에 한국 안건인 5건이 등재된다는 방망이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멕시코나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매머드한 대표단을 구성해서 감사 인사를 하고 관련된 NGO 단체들이 옵서버 자격으로 61개국 이상에서 참여하여 무형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 주었다.

우리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이 여기에 포함된 것은 우리 섬의 해양문화가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데 그 의미가 매우 큰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해 온 삶의 지혜의 한 진면목을 보여주는 쾌거이다. 오늘이 있기까지는 1, 2대에 걸쳐 전승해 온 무형문화재 안사인과 김윤수 보유자, 그리고 전통문화연구소와 같은 NGO 활동을 통해 이론적인 축적과 교육과정을 만들어내고 있는 문무병, 박경훈과 같은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이랴. 무형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일찍 인식하고 문화재청의 어려운 예산을 절충하여 전수관을 건립하는데 건의도 하고 이를 수용해서 끝끝내 만들어 내신 당시 김태환 시장님, 의회 의원님, 그리고 건입동 주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라는 교훈을 다시한번 일깨운다.

이제 시작이다. 인류 무형 유산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환된 무형문화 유산 대표목록의 취지에 맞게 신명성을 더해 가는 한편 망건, 탕건의 제작과정, 안덕면 불미공예 방앗돌 굴리는 놀이, 해녀 관련 문화 등은 하루 빨리 세계유산 반열에 등재시켜야 하는 소재들이다. 특히, 최근 문화콘텐츠 관련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무형유산 등재로 문화, 자연 모두를 보존하고 보호해야 할 세계적 유산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이제 지구촌과 함께 우리가 살고 있고 공동의 책임과 소명을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가 크다.

어찌했든 실무국장으로 현지에서 혼자만의 뿌듯함을 만끽한 듯해서 죄송한 마음이다. 어느 언론에서 꼬집었듯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겠다는 다짐으로 소회를 가름해 본다./제주특별자치도 문화관광교통국장 고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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