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부터 복직 판결받은 여미지식물원 해고노동자들

▲ 복직투쟁 해고된 노동자들이 복직을 주장하며 집회를 하는 장면이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어 최근에 서울행정법원도 회사가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 제주의소리

중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여미지식물원은 제주의 대표적 관광명소다. 유리온실 내에 수많은 이색풍의 식물들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식물원 내에 자리잡고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서귀포 해안을 포함한 제주남부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 되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식물원 뒤에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한숨이 서려 있다.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은 여미지식물원의 소유사인 (주)부국개발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의 판결은 여미지식물원이 지난해 노조원 10여명을 집단 해고한 것은 부당하니 이들을 원직에 복직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회사측은 2008년 2월 18일 노조분회장을 포함해 조합원 10명을 해고했다. 그리고 이후 두 차례로 나눠 4명을 추가 해고했다.

해고자들은 그해 5월에 제주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냈고, 지노위는 이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처음 해고된 10명을 복직시키라고 회사에 명했다. 회사측은 지노위의 결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지난해 8월 중노위도 지노위의 결정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여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해고자들은 중노위의 결정에 따라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사용자측은 중노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다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용자측은 행정소송에서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은)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정리해고이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1년이 넘게 진행된 소송 끝에 10월 7일 서울행정법원은 사용자측의 주장을 기각하고 지노위와 중노위의 결정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여미지식물원 노조원들이 속한 '공공서비스노조 제주지구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부국개발은 여미지식물원을 인수한 이후 임단협 결렬, 노조탄압, 정리해고 등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노사관계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향적으로 노조와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 '여미지식물원' 제주 중문관광단지 안에 있다. 2005년 (주)부국개발이 서울시로부터 인수하여 관리하고 있다. 작년에 회사로부터 집단 해고된 노동자들이 1년 넘게 복직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 장태욱

지난 2005년 4월에 서울시로부터 여미지식물원을 인수할 당시 (주)부국개발 남상규 회장은 서귀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승계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고 회사 운영전반을 공개해 모범적인 기업공동체로 건설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었다. 하지만 당시 120여명의 직원들 중 현재 회사에 남아 있는 인원은 42명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희망퇴직자 12명, 해고자 14명, 이직자를 포함한 자연감소인원 50여명 등 80여 직원이 자의반타의반 일터를 떠나야 했다.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이들도 상당수는 인력감소에 따라 업무량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노조가 와해되어 의지할 곳 없는 현실을 이기지 못한 경우다.

서울행정법원의 복직 판결로 여미지식물원 해고노동자들이 복직되어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사용자측이 법원의 결정에 따라 직원들을 복직시킬 수도 있지만, 이에 불응하여 상급 법원에 항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자의 경우라면 회사는 판결문이 도착한 후 2주 이내에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 선고가 이루어진 후 법원의 판결문이 소송당사자들에게 도착하는 데도 일주일 정도의 기일이 소요된다. 소송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해고노동자들은 앞으로 2년 더 지리한 법정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필자가 여미지식물원의 관리를 담당하는 남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따를지 여부를 물었더니, 그는 "아직 판결문이 회사에 도착하지도 않았다. 판결문을 받아보고 심사숙고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남겼다.

▲ 양창하 전 노조분회장 회사로부터 해고된 후 복직투쟁을 이끌어왔다. ⓒ 장태욱

여미지식물원 노동조합을 이끌다 해고되어 복직투쟁을 이끌고 있는 양창하 전 여미지식물원 노조분회장도 (주)부국개발의 남상규 회장이 자신들을 순순히 복직시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2007년 단체교섭이 아직까지 타결이 되지 않은 상황이란 점을 예로 들면서, 사용자측이 애초부터 노동자들과 노조를 사업 파트너로 인정할 뜻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남 회장이 애초에 자신들을 복직시킬 마음이 있었다면, 중노위의 복직 명령이 내려졌던 지난해 8월에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양 전 분회장은 여미지식물원 노사관계가 파행에 이르게된 과정에 제주자치도의 책임도 크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바뀌면서 노동부 산하에 있던 제주지방노동위원회가 제주도 산하기구로 변경됐는데, 이후 지노위가 노사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측에서 부당노동행위를 할 경우 지노위가 나서서 그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불응하면 사용자측을 고발할 수도 있는데, 도지사가 외지자본의 눈치만을 살피다보니 지노위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미지식물원에 남아 있는 42명의 직원들 중 노조조합원은 10명에 불과하다. 그동안 해고노동자들의 법정투쟁을 지원했던 노조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법정투쟁은 해고노동자 각자의 몫이 되었다. (주)부국개발이 앞으로 해고노동자들에게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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