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친절로 내외국인을 감동으로 쓰러지게 해야"

▲ 강현수 ⓒ제주의소리
예전에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고향을 떠나 일본에서 생활을 하면서 참 편하고 고마운 게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이다. 숙소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공과금도 내고, 돈도 찾고, 간단한 식사나 생필품 구입 등 차가 없어도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깔끔하게 정리된 매장, 유니폼을 입고 친절하게 처리를 해주는 종업원의 모습은 외국인인 내가 봐도 기분이 좋다.

우리도 편의점이 있고, 매장 분위기도 대충 비슷한데 더 친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뭐지? 여기는 우선 손님이 입구에 들어서면 모든 종업원이 하던 일을 멈추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물건을 골라 카운터로 가져가면 종업원은 녹차 150엔, 생수 120엔 하면서 일일이 물건의 가격을 말하면서 계산을 한다. 돈을 건네면 “500엔 받았습니다.” 라고 말한 뒤 거스름돈을 손님이 보이도록 내밀며 큰소리로 세면서 건네고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로 깔끔하게 마지막 마무리를 한다.

처음에는 편의점만 그러나 했는데 대형마트나 옷가게, 동네 식당을 가더라도 손님을 대하는 방법이 다 같았다. 젊은 종업원이든 나이든 종업원이든, 남자든 여자든 다 같았다. 외국인들이 “일본은 역시 친절해”하고 감동하는 대목이 바로 이런 사소한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같은 방법으로 친절할 수 있는지...무척 궁금했다. 몇 달이 지나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그것은 종업원들의 마음을 떠나서 친절한 매뉴얼이 있었고, 또 종업원들은 누가 보지 않아도 세밀하고 정확하게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현장의 힘으로 감동과 친절을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 매뉴얼이 친절한 것이었다.

1983년 도쿄 디즈니랜드는 개장 당시 전문가들은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패장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지금은 미국 본사가 인정한 세계 최고의 디즈니랜드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직원들을 위한 친절 매뉴얼은 300권이 넘고, 늘 내용을 익히고 실천할 수 있도록 매뉴얼 속의 작은 매뉴얼인 「고객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명함 크기로 만들어 항상 휴대하며 익히도록 의무화되어 있다고 한다.

내 눈에 비친 일본은 매뉴얼이 강한 나라다. 또 매뉴얼을 따르는 집단적 구속력도 강한 나라다. 편의점 직원이 열심히 돈을 세는 이유, 버스 기사가 유모차를 단단히 동여매는 이유, 일하면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모두 언제 생길지 모를 사고와 분쟁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술일지도 모르겠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친절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가라츠시청에는 친절시책이 없다. 이미 자신들의 몸에 친절을 담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공무원부터 먼저 친절하자며 각종 친절시책을 펼치고 있는 서귀포시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고유의 업무 외에 갖은 타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친절한 서귀포시를 만들려고 애쓰는 이 마음을 시민들은 알아주고, 또 스스로 친절운동에 동참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매뉴얼이 있어도 따르지 않으면 종이와 다를 게 없고, 공무원만 친절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 섬 전체가 관광지인 제주는 도민 모두가 친절한 매뉴얼을 익혀 내·외국인들을 감동으로 졸도 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어린이집에서, 학교에서 수시로 친절교육을 시켜 타인에 대한 감사와 배려가 자연스럽게 몸에 익도록 교육환경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종플루 보다 더 강한 친절로 섬 전체를 감염시키는 그 날까지 아리아리! / 서귀포시청 강현수 (일본 가라츠시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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