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나게 호젓한 산마루 호연지기 키우는 '망루'
눈물나게 호젓한 산마루 호연지기 키우는 '망루'
  • 김강임 시민기자 (-)
  • 승인 2009.10.19 1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올레 2코스 ④] 조선시대 봉수대 대수산봉 올레

제주올레2코스 대수산봉 올레
 제주올레 2코스는 광치기해안부터 오조리 저수지-오조리방조제-식산봉-오조리성터입구-고성위마을-대수산봉-혼인지-정한수터-온평포구로 17.2km다. 5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제주올레 2코스 대수산봉올레는 출발지점 광치기 해변에서부터 대수산봉 공동묘지까지 13.4km로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대수산봉 올레는 큰 물뫼오름 올레로 정상에 서면 제주올레 1코스와  제주동부를 조망할 수 있다.

▲ 수산봉 정상 수산봉 정상은 망루 ⓒ 김강임
 
대수산봉 정상에서 '야호!'소리가 들렸다. 먼저 도착한 일행이 만세를 부른 것이다.

"저곳에서 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난, 혼잣말로 지껄였다.

이 가을 제주의 정취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오름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에 위치한 대수산봉이이야말로 제주올레 2코스를 걷는 사람들에게 가장 멋진 도보기행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 올레꾼 등산로 올레꾼 ⓒ 김강임

아스팔트 올레-질경이 흙길 올레 이어져

오조리 마을 올레가 끝나는 지점에서 대수산봉올레로 이어지는 길은 아스팔트 올레다. 성산하수종말처리장 뒤편으로 통하는 대도로변 올레는 편도 2차선 도로올레, 성산읍 인근 마을 올레가 합쳐지는 길이었다. 편도  2차선 도로지만 비교적 한적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동남 사거리 올레에 접어들자 여느 소도시 같은 분위기다. 때문에 동남사거리 부근에는 잘거리와 먹거리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올레다. 해장국은 물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분식집, 흑돼지 집까지 소재해 있다. 올레꾼들의 취향에 맞게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멘트 올레를 걸었던 올레꾼에게 대수산봉으로 진입하는 천연 흙길은 푸근하기 그지없었다. 그 길은 질경이가 깔려 있었다. 아무리 짓밟아도 다시 살아나는 질경이, 질경이 무리는 대수산봉 입구까지 이어졌다. 가을 햇빛에 당도를 키워가는 극조생 감귤이 돌담너머 너울댔다. 열매 하나 뚝- 따고 싶었던 충동은 침을 꿀꺽-꿀꺽- 삼키는 걸로 족해야만 했다.

▲ 등반로 수산봉 등반로 ⓒ 김강임
  
▲ 야고 수산봉 등반로에 핀 야고 ⓒ 김강임
   
▲ 버섯류 등산로 버섯류 ⓒ 김강임

가을바람 샤방샤방, 산마루 야생화 올레

그리 급경사가 아닌 대수산봉 등반로 입구, 계단길 끝에 타이어 매트가 깔려 있었다. 20분 정도면 올라갈 수 있는 등반로에서는 출발지점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올레꾼들이 대부분 만나는 올레길이다. 또한 소나무 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발바닥 열기를 식히는 곳이 바로 대수산봉 올레가 아닌가 싶다. 더욱이 대수산봉 올레는 억새 숲에 숨어 피는 야고를 비롯하여 형형색색 가을 야생화는 물론 버섯류가 올레꾼을 안내했다.

대수산봉 중탁을 넘어서자 봉우리가 보였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는 그야말로 산마루, 망루를 연상케 했다. 그곳이 바로 대수산봉 정상이다. 등산로에서는 바람 한 점 없더니, 정상에 올라서자 사방에서 가을바람 샤방-샤방 부는 산마루였다. 그 바람을 담아 올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름 위에 부는 바람은 느껴봐야 그 맛을 안다.

▲ 정상 수산봉 정상 ⓒ 김강임

호연지기 키우는 망루에서 '야호!' 

제주오름의 신비는 정상에서 보는 풍경의 경이로움이다. 조선시대 봉수대 역할을 했다는  대수산봉올레는 그야말로 망루, 사방의 조망을 내다볼 수 있는 산마루였다. 그렇다보니 그곳은 스트레스를 파는 봉우리, 호연지기 키우는 봉우리가 아닌가 싶었다.

▲ 정상에서 본 풍경 수산봉 정상에서 ⓒ 김강임
  
▲ 정상에서 본 풍경 수산봉에는 체육시설이 설치 돼 있다 ⓒ 김강임

서귀포시 남원의 해안가가 비치기 시작하더니, 제주시 구좌읍의 곶자왈과 오름군들이 봉긋봉긋 솟아 있었다. 오름군들은 병풍을 두른 듯했다. 제주올레 3코스 독자봉은 물론 제주올레 1코스 전부가 펼쳐졌다.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 우도와 성산포, 섭지코지까지 손에 잡힐 듯하니 이곳에서 외쳐대는 야호-! 소리는 무리가 아니다. 때문에 삶이 힘들어질 때 대수산봉을 올라보라 권하고 싶다.

대수산봉 산마루는 타원형으로 이뤘다. 때문에 타원형 분화구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체육시설 공원을 만날 수 있었다. 운동 기구가 있어 발마사지며 경직된 허리를 돌리다 보면 3시간 이상 걸었던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곳.

▲ 공동묘지 수산봉 공동묘지 ⓒ 김강임

삶 죽음 공존, 모여 사는 공동묘지 올레

대수산봉 올레 하산은 내리막길, 10분도 안 걸리는 올레 길을 올라갈 땐 끙끙 대며 올랐으니 조금은 허무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리막길 끝에 올레꾼을 위한 예쁜 화장실이 마련 돼 있었다.

제주 오름이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라는 말이 있듯이, 화장실 건너편에는 고성리 대수산봉공동묘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오밀조밀 정답게 모여 있는 공동묘지 분묘들, 봉긋봉긋 솟아 있는 분묘 앞에 저마다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있었다. 저 묘지에 묻혀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인연이 있었기에 죽어서도 모여 사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제주올레 2코스는 다양한 올레가 이어졌다. 공동묘지 앞을 걷자 하니 도로에 사마귀가 오똑 앉아 있었다. 사마귀가 놀랐을까, 내가 놀랐을까? 하지만 이놈은 벌렁이는 내 심장을 아는지 모르는지 꿈쩍도 하지 않고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

▲ 등산로 억새 등산로 억새 ⓒ 김강임

눈물나게 호젓한 호연지기 올레

제주올레 2코스 출발지인 광치기해변에서 고성리 대수산봉 공동묘지까지는 13.4km, 3시간 30분 이상을 걸었다. 특히 삼나무와 해송이 우거진 산마루 대수산봉 올레를 등지고 다시 걷는 길은 혼인지로 통하는 억새밭 길이었다. 이 억새밭 길은 조금은 지루하지만 눈물나게 호젓한 억새밭올레 길이었다.

한걸음 걷다 뒤돌아보고 또 한걸음 걷다 또 뒤돌아보고, 그 길을 걸으면서 나는 수산봉의 철탑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를 돌아다 봤다. 대수산봉 정상은 호연지기를 키우는  '망루'였으니까 말이다.

대수산봉

▲ 수산봉 고성 마을에서 본 수산봉 ⓒ 김강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에 있는 대수산봉은 전사면이 완만하게 서너 개의 기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 부분에는 꽤 넓은 산마루가 길게 이어지면서 중간쯤에 얕게 패인 타원형의 분화구가 무성한 풀에 덮여 있다. 대수산봉은 조선시대 오름 정상에 봉수대가 있어, 북동쪽으로는 성산봉수, 남서쪽으로는 독자봉수와 교신했으며 봉수대 흔적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주요 식생으로는 산정부를 제외한 전사면이 삼나무와 해송으로 조림되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오름이름 유래는 원래 물뫼(물미)오름이라 했던 것이 동쪽에 이웃한 족은물뫼와 구별하여 큰물뫼(큰물미)오름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자로 대수산봉(大水山峰)이라 표기하고 있다.

※ 산불조심 기간 중 입산통제 오름 안내 산불조심기간(봄철 : 2월1일~5월15일, 가을철 : 11월1일~12월15일)에는 입산통제되는 오름이므로 사전에 해당 읍∙면∙동사무소에 확인하여 탐방. 성산읍사무소 : 064) 760-4213.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보 중에서 -

▲ 제주올레2코스 수산봉 올레 제주올레 2코스 수산봉 올레 
ⓒ 김강임  제주올레2코스  

덧붙이는 글 | 제주올레 2코스 올레꾼을 위한 화장실은 오조리 마을올레 이 끝나는 지점, 즉 성산하수종말처리장 가기 전에 마련돼 있다. 또 한곳은 대수산봉 올레를을 내려오면 왼쪽에 예쁘게 단장된 올레꾼 화장실이 비치돼 있다.

제주올레 2코스 점심은 동남사거리와 홍마트 부근에 식당들이 모여 있다. 또 고성 윗마을에 접어들면 올레꾼 국수집이 올레꾼을 기다린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 기사입니다.

<제주의소리>

<김강임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