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발전위해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다”…현실화 경우 지방정가 일대 ‘지각변동’

▲ 제주출신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이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이제는 고향발전을 위해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해 주목을 끌고 있다.
정치인들이 선거에 나서면서 내거는 명분은 “지역을 위해서 봉사하겠다”는 것이다. 퇴임을 앞둔 고위 공직자들이 “경험을 되살려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하면 이는 사실상 출사표로 받아들여지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선거출마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한국경제의 최고 CEO가 이 같은 발언을 했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지내다 친정인 삼성물산 회장으로 복귀한 제주출신 현명관(64) 회장이 “이제는 고향발전을 위해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해 주목을 끌고 있다.

차기 지방선거가 1년 1년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현명관 회장의 ‘고향발전론’은 듣는 이에 따라서는 ‘혹시나(?)’하는 추측을 해 보기에 충분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은 15일 인터넷 경제신문인 'edaily' 와의 인터뷰(초대석)에서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일단의 심정을 피력했다.

현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지만, 지나면서 보니 기존에 문제라고 생각됐던 것, 즉 관행적인 것을 과감히 타파하는 것을 보면서 참 잘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노 대통령은 굉장히 서민적이며, 정치자금도 투명하게 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심지어는 "한국의 대통령상을 새롭게 하고 있다"는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전경련 상근부회장 시절, 참여정부와 날선 대립각을 세웠던 것과는 분명 대비되는 모습이다.

주목할 대목은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답한 내용이다. 행간을 읽기 위해 전문을 게재한다.

"제 고향이 제주도입니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 발돋움하려고 하지요. 저의 그간 경험이 지역사회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지금도 국제자유도시와 관련한 포럼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78년 2월에 삼성에 처음 왔습니다. 만 27년 됐지요. 삼성에 오기 전 부산시 생활 2년, 감사원 생활 10년 합하면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총 40년 가까이 했네요. 직장인으로서는 참 행복한 것이지요. 이제 한이 없습니다. 이제는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 할 일을 생각하겠습니다."

현 회장을 말을 종합해보면 12년의 공직생활과 27년의 기업인 생활을 접고 이제는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 할 일을 찾아보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주목할 점은 현 회장이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는데, 자신의 경험이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보태고 싶다"고 말한 대목이다.

물론 순수한 의미에서 현 회장이 고향 제주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 회장은 삼성물산 회장 재임시절은 물론 전경련 상근부회장으로 바쁜 경제인 생활을 하면서도 고향 제주를 위한 일에는 마다하지 않아왔다.

지난 2002년 6월 국제자유도시 성공적 추진을 위해 조직한 ‘제주국제자유도시포럼’ 공동의장을 맡는가 하면, 지난해 10월 출범한 대통령 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 산하 제주특위 위원장으로 활동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으나 APEC 정상회의 제주유치에 앞장섰으며, 지난 12월에는 관광객 500만명 돌파를 위한 ‘삼성 하우젠배 서귀포 겨울마라톤·인라인 축제’를 지접 기획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정부의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에 맞춰 공공기관 제주유치를 위한 ‘제주도 혁신도시건설추진위원회’으로도 활약하는 등 제주출신 기업인으로 남다른 애정을 펼치고 있다.

▲ 대통령 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 제주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명관 회장.
만약 그가 ‘고향 발전’을 위한 한 방법으로 정치무대에 나서게 된다는 이 같은 경력은 그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 된다. 때문에 현 회장의 발언을 좀 더 ‘적극적·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고향을 위해 선거에 나서고 싶다는 대목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란 게 지방선거(도지사)에 나설수도 있고, 국회의원은 물론, 정부에 입각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난해 6.5 도지사 재선거 당시 현명관 회장의 출마설이 지방정가는 물론 서울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는 것이다.

현행 선거법상 피선거권 자격이 ‘주민등록상 선거일 현재 60일 이상 당해 지자체 관할구역 안에 되어 있는 주민’으로 규정돼 있어 재선거라는 갑작스런 정치일정으로 실현되지는 못했으나 어쨌든 정가에 현명관 회장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거론됐으며, 지금도 그의 등장은 정가에서 심심치 관측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 그는 지난해 2월 4.15 총선당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위원으로 활약했던 ‘정치적 연’도 갖고 있다.

성산 고성리 출신인 현 회장은 동초등학교와 제일중, 서울고등학교를 마친 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65년에 '행정고시'를 합격한 이후 60년대 말 부산시와 감사원에서 근무했던 경험도 갖고 있다.

즉 경제계 내부의 경험뿐만 아니라, 행정경험 또한 갖추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킬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서 거론했듯이 전경련 상근부회장 시절에는 정부와 날선 대립각을 세워왔던 그가 이제는 노무현대통령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칭찬 일색으로 돌변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

어쨌든 이러한 발언으로 그가 향후 어떤 행보를 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의 행보에 따라 제주지역의 정치권도 한바탕 지각변동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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