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시설자금·기업대출 ‘회피’…손쉬운 가계대출만 ‘선호’

계속된 경기부진으로 도내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융기관에서는 시설자금 대출, 그리고 담보제공 능력이 미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보다는 대출금 회수가 쉬운 가계대출을 선호하고 있어 신용평가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16일 발표한 2004년말 현재 도내 금융기관 대출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운전자금 대출이 3조8489억원으로 지난해 말 3조7414억원에 비해 2.9% 증가한 반면, 시설자금 대출은 7372억원으로 전년도 7555원에 비해 2.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04년말 현재 총대출금 4조5861억원 중 운전자금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3.9%로 전년말(83.2%)에 비해 0.7%포인트 증가한 반면, 시설자금 대출 비중은 16.8%에서 16.1%로 낮아졌다.

한국은행은 경기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꺼려 시설자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데다가 금융기관에서도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장기 시설자금대출인 경우 담보비율을 높여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인 경우 거액의 장기 시설자금을 대출받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기업에서는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장기 시설자금대출보다는 영업자금을 확보하는 제 주역함으로써 단기운전자금 대출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지역중소기업에 대해 자금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담보위주의 신용평가보다는 기업의 미래성장성 지표 등이 높이 평가되는 선진 신용평가시스템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내 금융기관이 지난해 대출해 준 자금 중 산업별 대출금도 2조6369억원으로 전년말(2조7166억원)에 비해 2.9%(767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립어업 대출금은 6430억원으로 지난해 말(8258억원)에 비해 22.1%(1828억원)가 감소했으나 이는 농축산경영자금의 상환이 증가되고 농가부채대책자금이 농협중앙회에서 상호금융으로 재원에 변경됐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제조업 대출금은 2407억원으로 전년 말(2424억원)에 비해 0.7%(17억원) 줄었으며, 건설업 대출금도 부동산경기 침체와 은행들이 신규여신을 강화하는 바람에 지난해 말 2431억원에서 2269억원으로 3.7%(163억원)가 감소했다. 

반면 서비스 대출금은 1조5202억원으로 전년 말(1조3968억원)에 비해 8.8%(1234억원)가 늘었으며, 가계대출 역시 1조949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5%가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이 신용도가 낮고 담보제공 능력이 미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보다는 부동산 담보대출 등으로 대출금 회수에 대한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계대출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도내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가계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대출 확대보다는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확대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도내 예금은행의 대출금 연체율은 1.4%로 전년말(1.6%) 보다 0.2%포인트 감소했으며, 이는 전국평균(1.6%) 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비은행기관 연체율도 8.2%로 지난해말 8.9%보다 0.7%포인트가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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