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아시스를 찾아서(3)]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 익스트림 마라톤 240km①

▲ 한 낮의 온도가 40도를 넘어가는 황량한 사막이 이번 마라톤이 펼쳐지는 칼라하리 사막이다. ⓒ안병식

하늘에서 바란 본 하얗게 눈이 덮인 히말라야 산맥이 아름답다. 9시간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바라 본 세상은 이렇게 크고 신비로움으로 가득했다. 지금 내가 향하는 곳은 이렇게 눈이 덮인 하얀 세상이 아닌 한 낮의 온도가 40도를 넘고 끝없이 모래가 펼쳐진 황량한 사막과 아프리카의 야생동물들이 뛰노는 드넓은 초원지대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설레이는 곳, 미지의 세계로 떠날수록 내 맘속의 작은 꿈들은 자꾸만 더 커져 간다.

▲ 남아공지도. ⓒ안병식
두바이를 경유해서 다시 8시간 동안 비행기를 탄 후 사우스 아프리카(South Africa)의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에 도착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경기장인 엘리스 파크(Ellis Park)와 사커 시티(Soccer City)가 있는 이곳은 수도는 아니지만 사우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이기도 하다. 처음 방문하는 낯선 대륙 ‘사우스 아프리카’지만 왠지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우스 아프리카(South Africa)는 북서쪽으로는 칼라하리 사막과 접하고 서해안을 따라 나미비아 사막이 이어지며 인도양과 대서양을 낀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공항에서 대회에 참가하는 몇몇 선수들과 함께 숙소에 도착하니 이미 해는 져 있었다.

다음 날 날이 밝으면서 버스를 타고 끝없이 펼쳐진 아프리카 초원지대를 따라 칼라하리 사막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떠날 때는 가을이었지만 우리와 계절이 반대인 이곳에서는 아직 이른 봄이라 건초들 사이로 연두색 새싹을 띤 나무들이 보이고 가끔씩 그곳에서 풀을 뜯고 있는 기린과 타조들의 모습들.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면서 이제야 내가 아프리카 대륙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안병식

오후에는 비도 많이 내렸는데 아프리카 대륙에서 내리는 비도 새롭게 느껴졌다. 이렇게 10시간을 넘게 달려 날이 어두워져서야 대회 장소인 칼라하리 사막과 인접한 아우그라비스(Augrabies) 국립 공원에 도착했다.

아우그라비스 국립공원은 사우스 아프리카 북서쪽 나미비아와 국경지대에 인접한 오렌지강(Orange River)을 따라 자리 잡고 있으며 높이가 60m에 달하는 아우그라비스 폭포가 흐르고 거대한 협곡과 야생의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고원지대이다. 대회는 아우그라비스 국립공원 지대와 칼라하리 사막에서 진행되며 칼라하리 사막(Kalahari Desert)은 사우스 아프리카의 북서쪽 지대로 보츠와나의 남서부와 나미비아의 동부에 걸쳐 있으며 해발 고도 820-1,200m의 고원을 이룬다. 사막이라고는 하지만 모래사막 보다는 바위와 협곡지대가 많고 고원에는 다수의 풀과 나무 그리고 야자나무와 선인장들이 자라고 있으며 영양, 타조, 기린, 사자 등 야생동물들이 뛰노는 지형이다.

▲ ⓒ안병식

하루 휴식을 취하고 난 후 다음날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한 후 오전 9시가 되면서 대회는 시작되었고 포도밭 농장을 따라 달리다가 첫 번째 체크포인트를 지난 후 협곡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첫 날이라 음식이 많아 가방도 무거웠고 날씨도 더웠지만 그 보다도 더 힘든 것은 날 파리들이었다. 하루살이처럼 생긴 날 파리 무리는 달리는 동안 눈과 잎, 코로 들어가면서 레이스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붙었다.

임시방편으로 버프를 쓰고 달렸지만 그것도 그렇게 효과적이지는 못했다. 날 파리무리들은 얼굴뿐만이 아니라 팔과 다리에 모기처럼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기 때문에 따갑고 간지러워서 레이스를 하는 데 많은 방해가 되었다.

▲ 피를 빨아먹는 날파리 들 때문에 얼굴에 망사(?)를 쓰고 있는 모습. ⓒ안병식

▲ ⓒ안병식

이 대회는 올해로 10회째 열린 대회지만 이번처럼 많은 날 파리들은 처음 있는 일이고 대회 측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날 파리 때의 시달림은 날이 어두워 질 때까지 계속 되었기 때문에 캠프에 들어와서도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했고 레이스에 대한 육체적인 고통보다도 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대회 두 번째 날도 날이 밝아오면서 날 파리들의 시달림은 계속됐다. 선수들 뿐 만이 아니라 스텝과 자원봉사자들도 대회를 진행하면서 많은 고생을 했고 대회를 운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대회 측에서는 며칠 전에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 것 같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은 참가자들을 많이 당황스럽게 했다.

▲ 강가에서 휴식을 취하며 목욕하는 모습. ⓒ안병식

강바닥이 들어난 협곡을 따라 달리면서 레이스는 시작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사막을 지났다. 이 지형의 모래는 사하라 사막처럼 큰 모래언덕들은 없지만 붉은 모래의 고운 빛깔은 또 다른 묘미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날씨는 어제보다도 더워졌고 낮 최고온도는 45도 까지 오른 무더운 날씨였다.

그래도 레이스를 하는 동안 가끔씩 보이는 기린과 스프링복(Springbok-영양의 일종)등 여기 아프리카에서만 볼 수 있는 야생동물들은 이 대회가 주는 매력이기도 하다. 사막에서는 렌턴을 제외하고는 따로 불빛이 없기 때문에 날이 어두워지면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는데 이 날은 몸도 많이 피곤해서 8시가 되어 일찍 잠에 들었다.

▲ 길을 잃지 않게 레이스 중간 중간 표시되어있는 깃발이나 표지판을 보면서 달렸다. ⓒ안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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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식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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