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탐라자치연대 이군옥 대표, 2010년 예산과정을 지켜보며

내년 제주특별자치도의 예산 규모는 2조7735억원에 이른다. 급여생활자의 근로소득세, 자영업자의 종합소득세, 기업의 법인세, 지역주민들이 물건을 살 때마다 부가가치세, 여기에다 제주도가 지역주민을 보증 잡히고 빌린 돈(지방채무)을 합친 것이다.

경제학자 슘페터가 "한 국가의 진로는 예산에 모두 담겨 있다"고 했다고 간파했듯이 예산은 수행하고자 하는 정책을 숫자로 표시하는 사업계획서이다. 하지만 예산은 일반주민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리 들여다봐도 어렵고, 끝없는 숫자의 나열로 금방 지치게 만들어 버린다. 단위가 벌써 일반인의 경우를 뛰어넘는다. 이런 연유로 주민들은 정말 지역주민을 위한 사업에 돈을 쓰려는 것인지, 반대로 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해서 예산 계획을 세운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린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예산은 담당 공무원들만 알아볼 수 있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수많은 숫자에 숨은 공무원들의 의도를 일반인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월급 생활자들이 매월 월급에서 작게는 몇만원, 몇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씩을 꼬박 꼬박 세금으로 갖다 바치면서도 예산이 정작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 쓰이는데도 알지도 못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접근조차 버겁다.

여기에 도의회의 역할이 있다. 도의회는 바로 지역주민을 대신해서 주민이 낸 세금을 지키는 일을 담당해야 한다. 도의회는 우선 재정건전성 악화 속에서 제주도정의 2010년 예산안에 대해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를 중심으로 시설투자 사업을 검증하고 소모적인 행사성 경비지출 등 예산낭비를 파헤치고, 낭비 요소 예산들을  걸렀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도의회의 예산안 심의는 집행부에 대한 질책 등 큰소리치다 막판에 흥정을 하고, 생색내듯 삭감하는 척하면서 삭감은 커녕 불필요한 예산을 찾아내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예산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없는 예산은 전액 삭감해 버리기도 하고, 주민의 편익을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을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사업에 반영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예산 심의과정은 도의회와 집행부가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어렵게 하며 ‘상부상조식’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이군옥 탐라자치연대 대표ⓒ제주의소리
이러한 관행은 이번 2010년 예산안 심의에서 멈춰야 한다. 관행의 지속은 도의회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하에 과다하게 예산 지출을 늘리고, 그 지출을 메우기 위해 빚을 내고, 수입을 늘려 잡으면 결국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은 추락하게 된다. 도의회는 이러한 의회의 근본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사후에 예산낭비를 따지는 것을 떠나 예산 편성과정에서부터 심의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납세자들이 참여공간을 적극적으로 열어주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납세자들의 혈세이기 때문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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