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6] "서수머르오름" - "뒤꾸부니오름(구좌)"

사람들이 오름에 가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그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명하거나 조망이 좋다거나 하는 오름을 주로 간다. 그래서 그러한 오름들은 몸살을 앓는다.  하지만 의외로 자그마한 오름이 자신의 삶에 주는 의미는 무척이나 많다. 

제주의 360여개의 오름중에서 대부분 자그마한 오름들이다. 이러한 오름에 올라보면 나자신과 살아온 흔적을 돌아보게 된다.  아무도 오지 않는 혼자의 시간이 그 오름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보다 아주 조그맣게 나있는 길을 보면서 또는 길이 없는 곳을 걸어 가면서 자신의 인생사를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좌읍에 있는 서수머르와 뒤꾸부니도 이러한 오름중에 하나일 것이다.  송당 근처에 있는 수많은 오름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다랑쉬오름, 지미오름, 용눈이, 동거문이,비치미, 성불, 안돌, 밧돌 등이 있으며 그틈에 숨어 있는 알선족이, 웃선족이, 안친오름, 대물동산, 가문이, 종제기오름 등 자그마한 오름들도 많다.

▲ 서수머르에서 바라본 당오름-괭이머르-높은오름 ⓒ김홍구

송당사거리 근처에 있는 서수머르는 오름의 모양새가 쥐의 머리와 닮았다하여 서수머르라 한다.  하지만 어디로 봐서 쥐의 머리 형상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머르"는 등성이를 이루는 지붕이나 산 따위의 꼭대기를 말한다.  서수머르오름은 해발 253.7m, 비고 28m 이다.  예전엔 이 오름을 오를때면 가시덤불이 많아 오르는데 힘이 들곤 했다. 능선에는 하늘향해 쭉 뻗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고 기슭에는 여전히 가시덤불이 성가시게 한다. 정상에 서니 그나마도 흐리던 날씨가 비로 변해 조금씩 흩뿌리기 시작한다.  주말에만 산행하는 일정이라 좋은 날씨에 맞춰 올 수도 없어 가끔 난감해 하기도 한다.  서쪽으로 밧돌오름이 바로 앞에 보이고
동쪽으로는 당오름과 괭이머르, 높은오름이 눈에 들어 온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면 안돌, 밧돌오름과 체오름을 갈 수가 있다. 

▲ 서수머르오름 ⓒ김홍구

▲ 서수머르 능선의 소나무 ⓒ김홍구

▲ 서수머르에서 바라본 밧돌오름 ⓒ김홍구

비때문에 서둘러 오름을 내려와 뒤꾸부니오름으로 향한다. 뒤꾸부니는 서수머르에서 정북방향으로 직선거리 1.5km 지점에 있다.  오름의 모양새가 뒤로 굽어 있다하여 붙혀진 뒤꾸부니는 해발 251.6m, 비고 52m 이다.  오름의 모양새가 반은 초지로 나머지 반은 소나무와 삼나무로 심어져 있어 멀리서 봐도 오름의 이름을 금방 알 수 있다.

▲ 뒤꾸부니 ⓒ김홍구

내리던 비는 그첬지만 바람이 심하게 분다. 이 오름은 인위적인 파괴가 많은 곳이다.  오름을 돌아가며 밭을 일궈 경작하고 있으며 오름 중간에는 넓직한 길을 만들어 놓아 오름의 모양새를 변형시키고 있다.  속살이 드러난 뒤꾸부니 기슭의 생채기는  언제 아물려나.  언젠가 오름의 파괴는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 올 것이다.  제주의 한라산에서 오름이 없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 훼손된 뒤꾸부니 ⓒ김홍구

▲ 훼손된 뒤꾸부니 ⓒ김홍구

언덕같은 뒤꾸부니오름을 오르다 까마중을 만난다. 일명 개꽈리라고 불리는 식물인데 여름철에 조그맣고 하얀 꽃이 피어 가을에 콩알만한 열매가 까맣게 익는다.  열매에 즙이 많아 어릴때 따먹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까맣게 익은 열매가 중머리를 닮았기 때문에 까마중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흔히 잘 자라며  옛적부터 이런저런 효능에 한약재료로 써왔다.  딸기종류같은 열매도 보인다.  빨갛게 소담스럽게 보이는 것이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한다.

▲ 까마중(개꽈리) ⓒ김홍구

뒤꾸부니에서 날씨 좋은 날에 바라보는 경관은 무척 좋다.  동쪽으로는 다랑쉬, 돗오름, 둔지오름이 보이며 남쪽으로는 체오름을 비롯하여 안돌, 밧돌, 거슨새미, 높은오름, 당오름, 서쪽으로는 웃바매기, 알바매기, 종제기오름등도 보인다.  그리고 보이는 오름너머에 또 오름이 보인다.  오름의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다.
제주의 오름, 아끼고 보호하여야 할 보물덩어리다.  오늘도 뒤꾸부니오름을 오르내리며 오름에 대한 생각에 잠겨 본다. 오름에 세찬 바람이 불어도 발걸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나에겐 있는 것이다.

▲ 뒤꾸부니에서 바라본 남쪽방향 ⓒ김홍구

▲ 뒤꾸부니에서 바라본 서쪽방향 ⓒ김홍구

▲ 높은오름과 당오름 ⓒ김홍구

▲ 높은오름과 당오름 ⓒ김홍구

▲ 꽃 ⓒ김홍구

▲ 열매 ⓒ김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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