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7] "종제기오름" "식은이오름"

예전에는 조그마한 오름을 답사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제법 많이 가는 편이다.  구좌읍에 있는 종제기오름과 식은이오름만해도 그렇다.  발길이 닿지 않는 오름이 조그마한 길이 나 있는 것이다.  종제기오름은 웃식은이에 견주어 알식은이오름이라고도 한다.  종제기란 표준어로 종지를 말하는데   상차림을 할 때 상에 오르는 음식에 맞추어 간장, 고추장등을 담아 놓는 그릇으로  크기가 작으며, 종지를 만드는 재질에는 나무,사기,놋쇠가 있다.  뚜껑이 있는 종지도 있다.  이러한 종제기를 엎어 놓은 모양을 하고 있어 종제기오름이라 불린다.

▲ 종제기오름과 둔지오름 ⓒ 김홍구

종제기오름은 해발 254.9m, 비고 45m이다.  이 오름처럼 이름과 모양이 딱 들어 맞는 경우도 별로 없다.  옛 선인들은 지금의 우리들보다 자연을 바라보는 눈썰미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동쪽에 이웃해 있는  뒤꾸부니오름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종제기와 똑같다. 종제기오름은 정말 자그마한 오름이다.  길옆에서 정상까지 5분정도 걸릴까.  너무나도 간단하게 올라갈 수가 있다.  정상에는 가시덤불과 잡목으로 덮혀 있다.  정상에서면 남쪽에 있는 식은이오름정도가 보이고  고개를 쭉빼고 보면 서쪽으로 알바메기와 웃바매기오름이 간신히 보인다. 

▲ 종제기오름 정상 ⓒ 김홍구
▲ 윗바메기오름-알바메기오름 ⓒ 김홍구

종제기오름은 나무를 인위적으로 심어진 오름이다.  가장 제주도다운 것이 가장 아름답고 세계적이라고 말을 많이 하지만 인위적인 것이 있는 한 그러지 않다.  무분별한 해안도로가 그렇고 곶자왈과 산림지대, 오름 곁을 파헤치며 쭉쭉 뻗은  도로가 그렇고 자연스러움을 고려하지 않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오름등반로가 그렇다.  제주도다운 것이 어떠한 것인지 진정 아름다운 것이 어떠한 것인지 생각케 하는 종제기오름이다.

발길을 돌려 남쪽에 있는 식은이오름으로 향한다.  먼 옛날 지나가는 지관(地官)이 이 오름은 맥이 식었다하여 식은이오름이라 불리운다.  이 오름을 웃식은이, 종제기오름을 알식은이라 부르기도 한다. 식은이오름은 해발 286m, 비고 45m 이다. 정상에 서면 바로 곁에 있는 체오름이 위용을 자랑한다.  보통 바라보이는 그러한 체오름의 모습이 아니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능선 대부분과 굼부리는 조경수가 가득 심어져 있다.  갖가지 나무에서 꽃과 열매가 소담스럽게 열리고 피어 있다.

▲ 종제기오름에서 바라본 식은이오름 ⓒ 김홍구
                                          
정상으로 가는 길은 억새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키보다 더 큰  억새가 바람에 나부낀다.  산자가 죽어서도 오지 못하는 곳임을 알리려는 듯 갑자기 한무더기의 까마귀가 식은이오름을 덥는다.  소스라치게 놀라기는 해도 재빠르게 카메라로 한컷을 잡아 보았다.  잔뜩 흐린 날씨에  비마저 간간이 내리는데 까마귀들은 연신 하늘을 오르내린다.  옛날 은해를 갚는 새라 하여 반포조(反哺鳥)라 하여 어미새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주는 새라하여 효조라고도 부른다.  속담에 "까마귀 겉 검다고 속조차 검은 줄 아느냐" 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을 겉으로만 봐서 평가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 것이다. 

▲ 식은이오름 정상의 까마귀 떼 ⓒ 김홍구

돈나무가 빨간 열매를 터트리고 있다.  오뉴월에 꽃이 피는데 밀감꽃향기처럼 냄새가 아주 좋다.  동백꽃도 빨간 꽃망울을 내민다.  동박새가 있으면 제격인데 보이지 않는다.  동박새는 거미나 곤충 같은 동물성 먹이도 먹지만 주로 꽃의 꿀을 따먹는다. 그 중에서도 동백꽃의 꿀을 좋아한다.  제주도에서는 흔한 텃새이다.

정상에 서면 종제기오름과 그너머로 둔지오름, 뒤꾸부니오름이 보인다.  돗오름과  다랑쉬, 높은오름이 저멀리에 있고 바로 곁에 체오름이 있다.  그 옆으로 거친오름도 보인다.

▲ 돈나무 열매 ⓒ 김홍구
▲ 동백꽃 ⓒ 김홍구
▲ 돗오름-다랑쉬-높은오름-체오름 ⓒ 김홍구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제주사람들, 그들이 가지 못하는 오름도 있지만 그래도 식은이오름 한켠에는 묘가 들어서 있다.  사람이 죽어 가지못하는 곳이 없으랴마는 반포조가 있는 식은이오름은 어찌보면 새로운 기운이 돋는 오름인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러 풍수도 변하고 사람의 마음도 어디론가  흘러가겠지만  "산천은 유구한데 인걸은 간 곳없고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라는 싯구절처럼 언제가 자연과 더불어 행복하게 모두가 살 수 있는  세월이 있기를 바래본다.

▲ 체오름 ⓒ 김홍구
▲ 야생화 ⓒ 김홍구
▲ 열매 ⓒ 김홍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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