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명 공무원 중 행시출신 10명뿐…그나마 제주근무 5명
행시 1년에 고작 한명 선발…여기에도 '밥그릇 싸움(?)'

그 나마 제주에 몇 명 없는 고시 출신이 내년에 더욱 줄어들게 됐다. 제주 공직사회의 인재빈곤 현실이 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30일 제주도청 기자실을 방문한 김태환 제주지사는 내년1월초에 단행될 인사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동안 ‘가느냐 못가느냐’ 설왕설래 했던 이중환 도 기획관을 본인의 뜻을 존중해 해외유학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제주에 고시출신이 몇 없는데, 이중환 기획관이 나가고 조상범 사무관이 내년 6월에 들어오지만 바로 양기철 (특별자치)과장이 나가야 한다. 그러면 가뜩이나 없는 고시출신이 내년엔 없게 된다”면서 “김양보 (환경정책)과장도 (해외로 나가려고) 조금씩 움직인다”며 가뜩이나 부족한 인재풀이 더욱 쪼들리고 있음을 토로했다.
김 지사는 “승진시켜달라는 것도 아니고, 본인 장래를 위해 교육을 받게 해 달라는 것인데, 이것마저 ‘안된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말로 이중환 기획관을 해외유학 보내기로 결단했음을 내비쳤다.

현재 제주도 지역직렬  고시출신 고시 공무원 모두해 봐야 겨우 10명뿐. 이중 제주에 있는 고시출신은 지방고시 1기 출신인 이중환 기획관과 양기철 특별자치과장, 그리고 2기출신으로 김양보 환경정책과장 , 그리고 이상헌(7기) 특별자치담당과 김남진(행시 51기) 경영평가담당 5명 뿐이다. 조상범 사무관은 미국 유학중으로 올 6월 돼야 들어온다. 

오성률(48기) 사무관과 고지숙 사무관(50)은 국무총리실 제주지원위원회에 파견 가 있고, 김범석 사무관은 행정안전부를 거쳐 현재 청와대에 있다. 김민영 사무관은 총리실에 근무 중이다. 

제주 고시출신 10명 중 제주에 있는 공무원이 5명뿐인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고참이자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서부터 중심에 서서 갖은 난제들을 처리해 온 이중환 기획관이 2년 유학길에 오른다.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는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만, 당장 쓸 젊은 인재가 태 부족한 제주로서는 참 난감한 상황이다.

제주가 이처럼 젊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제주도가 ‘행정고시(지역직렬)’ 인원을 확대하지 않고 있기 때문. 지역직렬 행정고시는 해당 자치단체가 행정안전부에 요구하면 행안부에서 그 수만큼 매년 선발해 자치단체로 보낸다. 젋은피 수혈에 이처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제주도는 정착 1년에 1명씩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뽑질 않은 즉, ‘키우지 않기 때문’인 셈이다.

여기에는 ‘동전의 양면’인 측면이 있다.

행정고시를 통과하면 5급으로 임명된다. 행정고시 출신이 많으면 많을수록, 9급에서 시작한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이 승진할 기회는 줄어든다. 또 이들은 젊기 때문에 과장이나, 국장급에 오를 경우 나머지 공무원들은 승진기회가 막히는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현재 중앙부처가 인사난을 겪는 게 이 때문이다.  일종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고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로만 가기에는, 9급에서 출발해 도 국장(부이사관)까지 가면 너무 많은 세월이 흘러 변화하는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 경우 자치단체가 ‘노쇠화 현상’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일반직과 고시출신을 어느 정도 비율에서 조정하느냐는 결국 그 자치단체장의 용병술인 셈이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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