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관한 설문대여성문화관, "7-80년대 전시 답습"여성계, "'여성들 열망' 수용 안됐다" 실망감 표현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10년, 제주여성문화에 있어서도 방점을 찍을 만한 일이 있었다. ‘제주여성문화의 중심’을 표방한 설문대여성문화센터가 지난 13일 개관한 것.

그동안 제주여성문화에 대한 학술적 접근, 개념 정립 노력, 유적지 조사 등은 제주여성문화가 남성 문화와 섞일 수 없는 고유의 문화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제주여성의 독립성,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한 강인함, 무속신앙 등의 정신적 면면은 ‘육지부’의 유교적 세계관으로는 옭아맬 수 없는 제주여성문화의 독특함이다.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도 제주여성문화의 가치가 담기길 바랐다. 때문에 건립되기까지 그 안에 무엇이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 지에 대한 제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  (위) 1층 신화관 전경이다. 오른쪽부터 설문대할망, 자청비, 벽랑국 세공주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재현했다. 제주여신들이 갖고 있는 풍부한 이야기가 7-80년대의 구태적인 전시형태에 의해 색이 바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래) 2층 역사관이다. 왼쪽부터 김만덕, 홍윤애, 강평국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그 과정에서 제주여성의 역사와 신화, 생활상을 보여줄 상설전시관의 전시형태가 시대에 뒤처지고 전시내용이 빈약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전문적인 전시 기획자의 부재도 중요하게 제기됐다.

한편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위원이 자문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사퇴서를 제출해 '독단행정' 비판도 있었다. 그는 "신화관의 전시가 7-80년대의 전시 형태를 답습하고 있고 실제 초상화 등 관련 소장품이 없는 조선시대 여성역사인물의 경우 그 여성의 삶을 느낄 수 있도록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한 미술작품을 통해 표현해야 한다"고 제언했었다.

우려는 개관 당일 현실이 됐다. 신화관에 소개된 설문대 할망, 자청비, 별랑국 세공주는 그 이야기가 갖고 있는 환상적이고 풍부한 이야기는 창의적인 전시형태로 이어지지 못했다. 실재 인물 크기의 입체상으로 재현돼 있고 그에 따른 몇 줄의 설명문이 붙여져 있을 뿐이었다. 역사관의 김만덕, 홍윤애, 강평국은 박물관식으로 나열돼 있다. 거기에 덧붙여 조선시대 외적으로부터 제주를 방어했던 제주여군 ‘예청’이 포토존으로 만들어져 있는 게 눈에 띌 뿐이다.

전체적으로 전시 자료의 부족, 이야기로 풀어내지 못한 한계가 보인다. 전시장의 협소함은 둘째 치더라도 말이다. 한 여성계 관계자는 “돈이 들더라도 전시장은 다시 한번 손을 봐야겠다.”고 말했다.

▲ 위부터 열람실과 열람실 책상 그리고 정보검색실이다. 사진에 보이는 바가 해당 시설의 전부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비단 전시장의 문제만은 아니다. 제주여성을 위해 마련했다는 교육 프로그램은 조리실, 피부관리실, 의상제작실 등 고정된 성역할로 짜여져 있어 개관 이전부터 비판이 있어왔다. 개관 당시 확인해 본 결과 영상미디어실이 추가됐으나 실제 교육실은 텅 비어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인사기간이 겹치면서 기존의 준비운영팀은 해체돼 다른 부서로 이동됐으며 센터장도 1일자로 발령이 난 상태다. 현재 담당자들은 이제 막 업무를 익혀야 하는 상황이다. 개관 당시 배포된 팜플렛에는 전시관 입장료 성인 1,500원, 청소년 1,000원으로 기제돼 있었으나 담당자들의 입에서는 “유료로 할지 무료로 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등 혼선을 빚고 있었다.

개관 후 갈 길이 더 멀어 보인다. 무엇보다 센터는 제주여성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여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걱정은, 민간투자사업(BTL)으로 진행돼 앞으로 갚아야 할 빚이 더 많아 '예산 부족'을 탓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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