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4.3 제57주년 4.3시 연재 - 류근삼

                            한수기 숲

                                                                        류근삼

 

▲ 붉은 바다
영주산 한수기 숲 술렁술렁
설문대 할망 위급을 알리는 듯
어으 어으 바람 많은 땅……,

왓샤 왓샤 성난 사람들
한바탕 마을을 돌아나간 후
오름마다 점점이 봉화불
휘검은 제주도 흙 새별오름 따라
비쭉비쭉 죽창 그득하였었나니
천지에 노한 함성 그득하였었나니

노랑내 풍기는 것들
시키는 대로
빌붙은 미친 개 떼거리 설치며
막무가내로 눈이 뻘개져
아들 총 맞아 죽은 어멍 잡아다 치고
성한 비바리 담 밑에 엎어 조지고……,
아직은 바람 차가운데
피범벅으로 짓밟히는 남도여!
(일어서얀다
이대로는 더 못 참아)

새별오름 한수기 숲
부르르 떨며 일어섰나니
죽창 들고 쭝긋쭝긋 일어섰나니

어으 어으 바람 많은 땅…….

 


류근삼
1940년 대구 출생.『사람의 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개불란』,『글마가 절마갱,『민통선 안에는』,『거미울 고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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