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7일.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새로운 직장생활에 대한 기대감, 공무원에 입문하게 된 자랑스러움, 그리고 막연한 긴장감을 속에 공무원 생활에 첫 발을 내디었다.

수습생이란 이름표를 달고 나의 좌충우돌 삼개월간의 공무원 수습체험이 시작되었다.

예비 대학생들이 벚꽃 만발한 길을 걷고, 잔디밭 위에서 책을 읽고, 소개팅도 하고, MT가서 신나게 노는 등 항상 여유롭고 낭만적일 것만 같은 대학생활에 대한 환상을 가지듯, 나에게 있어 공무원은 9시 5분전 출근에 6시 땡하면 퇴근하고, 주말의 여유로운 휴식, 아침10시엔 커피타임, 열심히 근무하고 점심시간 한 시간의 여유, 회의시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저절로 팍팍 솟아나 새내기로써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며 신나게 일하는 그런 직장생활을 기대했던 나의 모습인 듯 하다.

막상 시작된 나의 수습생활은 직장생활에 대한 나의 기대가 환상이었음을 첫 날부터 여실히 느끼게 했다. 저녁 6시의 칼퇴근에 대한 나의 기대는 야근이란 현실로 대체 되었고, 한 시간씩 주어진 여유로울 것 같던 점심시간도 후다닥 대충 한끼 식사를 해결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업무파악과 민원인 상대로 휙 지나갔다.

나의 첫 배치부서는 산업담당부서로 어려운 행정용어들. 이해는커녕 읽기도 힘든 각종 지침들. 신선한 아이디어가 자동으로 솟아날 줄 알았던 내 머릿속은 텅빈 듯 곤혹스럽게 하고, 내가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내 어깨를 짓누른 막연한 불안감으로 맴돌았다.

첫 출근 다음날부터는 2009년산 감귤과잉생산에 따른 생산량 감산정책의 일환인 감귤열매속기 현장에 많은 직원이 투입되면서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그리고 한 달간의 신규교육생활 시작 후 첫 한 달간의 근무기간이 힘들고 정신없었던 탓인지 교육기간은 학교 다닐 적 방학처럼 내겐 휴식같은 충전의 시간이었다. 

교육기간 중 나와 같이 입사한 다른 교육생들 역시도 자신들이 미리 설정해 놓았던 직장생활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조금씩 현실에 맞춰 재설정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들 역시도 나와 같은 고충과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과 안도감도 들었다.

4주간의 신규교육을 마치고 다시 출근.  교육받으러 가기 전 신규교육 후 사무실로의 출근은 군대 휴가 후 복귀 때의 마음이 될 것이라는 직장 선배들의 말처럼 긴장감, 불안감, 그리고 업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교차하였다.

   

무사히 3개월간의 공무원 체험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수습생활을 마치고 지난 1월11일자로 제주특별자치도 정규 공무원으로써 발령을 받고 한달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이제는 체험이 아닌 나의 삶과 현실이 된 직장생활...  여전히 어색한 내 모습을 볼 때면 아직도 긴장된 모습인 초보 티가 물씬 풍기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조금씩 조직문화에 적응하며, 업무처리에 능수능란한 주변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변화의 시작,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미래의 내모습을 기대해 본다. /남원읍사무소  송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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