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다.

김민정(25. 용인시청)-조해리(24. 고양시청)-이은별(19. 연수여고)-박승희(18. 광문고)로 이뤄진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퍼시픽콜리세움에서 열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실격 처리를 당해 메달 수확에 실패했다.

이날 여자 3000m 계주 주심을 맡은 인물은 제임스 휴이시 심판(호주)이었다. 휴이시 심판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국민들에게 '오노 악몽'을 선사한 주인공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 1500m에서 김동성은 마지막 반 바퀴에서 앞서가고 있었다. 김동성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것은 안톤 오노(28. 미국)였다.

오노가 김동성을 추월하기 위해 인코스로 파고들자 김동성도 견제에 나섰다. 그 순간 오노는 '할리우드 액션'을 취하며 김동성이 자신을 막아 섰다는 표현을 했다.

그대로 김동성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경기가 끝이 났다. 그 장면이 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 김동성은 태극기를 들고 세레머니를 펼쳤다.

하지만 휴이시 주심은 김동성에게 '크로스 트랙(Cross track)'이라는 반칙을 선언, 김동성을 실격시켰다. 금메달을 '할리우드 액션'을 했던 오노의 차지가 됐다.

▲ 아쉬움의 눈물이 되어버린 기쁨의 눈물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휴이시 심판은 다시 한 번 '8년전 악몽'을 떠오르게 했다.

한국은 5바퀴를 남기고 중국에 크게 앞섰고, 그대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 선수들이 세레머니를 펼치는 사이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을 하며 이내 한국에 실격 판정을 내렸다.

한국이 중국과 격차를 벌리기 시작한 때가 문제였다. 5바퀴를 남기고 한국의 주자였던 김민정과 중국의 쑨린린 사이에 가벼운 충돌이 있었다.

휴이시 심판을 비롯한 심판진은 김민정이 진로 방해를 했다고 판단, 한국에 실격 판정을 내렸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눈물은 기쁨에서 허탈함으로 바뀌었다.

휴이시 심판이 옳은 판정을 내렸는지, 잘못된 판정을 내렸는지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한국과의 '오래된' 악연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jinxijun@newsis.com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