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뇌물 허위영수증 제출하자 예산 지원…“보충해 주겠다” 발언 실체 주목

전직 제주도 생활체육협의회장과 제주도지사 비서실장이 2천만원의 뇌물을 주고받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생활체육협의회가 뇌물상납으로 구멍난 운영비를 제주도에 지원요청하고, 제주도는 이를 도민의 혈세로 보충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당시 비서실장이던 고창현씨가 이경성 생활체육협의회장으로부터 2천만원을 건네받는 과정에서 “나중에 보충해 주겠다”는 도 고위공직자의 약속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회단체 보조금 뇌물수수 파문이 계속 꼬리를 물고 있다.

‘제주의 소리’가 14일 확인한 바에 따르면 도 생활체육협의회는 이경성 회장이 지난해 4월 14일 협회 예산 중 2천만원을 고씨에게 뇌물로 줘 예산운영에 차질을 빚게 되자 7월초부터 예산지원을 요청했고 12월 2차 추경을 통해 2천만원을 보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체육협의회는 지난해 12월초 제주도에 인건비 1300만원, 운영비 3600만원 등 모두 4900만원이 부족하다며 추경예산 반영을 요청했고, 제주도는 이중 인건비와 전화요금, 난방비, 차량유지비 등 2천만원을 추경에 반영, 도의회의 승인을 얻은 후 12월말에 보조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2천만원은 이씨가 고씨에게 건네 준 뇌물과 일치하는 금액으로, 결국 이씨와 고씨에 의해 도민의 세금인 사회단체보조금 2천만원이 뇌물로 쓰여 졌고 다시 이를 세금으로 메우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또 고씨 이씨가 2천만원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아직 누군지 확인되지 않은 도 고위인사가 “돈을 주면 나중에 보충해 주겠다”는 확약을 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도생활체육협의회 관계자는 “당시 이 회장이 ‘도에서 2천만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돈을 만들 것을 지시해 처음에는 ‘2천만원을 줄 돈이 없다’며 반대했으나 이 회장이 다시 ‘나중에 추경을 통해 보충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해 어쩔 수 없이 운영비에서 2천만원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 생활체육협의회는 제주도에 예산부족 근거를 제시하면서 이 회장이 뇌물로 빼내 간 2천만원의 사용처를 이번 경찰수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행사용 탁자와 의자를 구입 했다는 허위 증빙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 생활체육협의회가 허위 증빙서류를 제출하면서까지 제주도에 뇌물로 전달된 2천만원을 보충해 주도록 요청한 데에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회장에게 “돈을 주면 나중에 보충해 주겠다”고 말한 제주도 고위공직자의 존재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도가 2차추경을 통해 생활체육협의회로 2천만원을 추가 보조해주는 문제는 당시 제주도의회 예산심의과정에서도 문제 제기됐었다.

2차 추경을 심의한 지난 12월 27일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위 심의에서 2천만원이 추가 보조되는 이유를 묻는 김병립 의원의 질의에 대해 관광문화국장이 “인건비하고 운영비가 부족해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거기(생활체육협의회) 회장이 말썽이 나고 예산을 전용했다, 이용했다라고 하는데 확인해 봤느냐”며 제주도의 보조금 지원에 문제를 제기했다.

관광문화국장은  “인건비나 운영비를 떼어놓고 여분을 가지고 해야 되는데 행사용 집기를 구입해 버려 연말 12월에 인건비나 운영비가 부족해 지원하고자 한 것”이라고 답변해 결국 원안대로 예산이 승인됐다.

생활체육협의회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제주도 실무 담당자는 이와 관련해 “처음에는 1차 추경(6월 28일)이 끝난 직후 지원을 요청하다가 다시 12월 초에 인건비와 운영비가 부족하다며 4900만원을 2차 추경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해 왔으며, 이중 2천만원은 이번 경찰에서 드러난 것처럼 행사용 탁자와 의자를 구입했다는 지출내역을 제출해 왔다”면서 “문제는 있었지만 인건비가 없다고 해서 4900만원 중 반드시 필요한 2000만원을 추경에 반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 고위 공직자로부터 예산에 반영해 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것은 없었고 앞으로 이런 식으로 예산을 집행한다면 다음부터 제주도의 지원을 받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쓴 소리를 했었다”면서 “그 쪽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지 그 문제가 이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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