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3시50분, "모든 허물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도민여러분, 그리고 교육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 앞에 고개 숙혀 그간 교육감 선거 이후 겪어 왔던 고뇌에 찬 심경을 토로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제주도교육위원회 교육위원 직을 사퇴하고, 아울러 제11대 제주도교육감 당선자로서 교육감 직을 포기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저는 그간 교육감 당선자로서 저의 거취에 대하여 말 못할 고민을 많이 하여 왔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제주교육을 위하는 길인가 하는 문제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새워 왔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저가 물러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판단과 선택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제주교육의 미래를 맡긴다고 개인의 희생을 무릅써 가며 저를 지지해 주었던 많은 학교운영위원들, 그리고 교육동지들에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낯을 들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한 인간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습니다.

도민여러분, 그리고 교육가족 여러분! 하지만 저는 이제 마음을 다잡기로 하였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교단에 몸을 던졌던 젊은 시절부터 변함없이 줄곧 가슴 속에 품어왔던 '깨끗한 제주교육'의 실현을 위하여 제주교육의 수장이 된다는 그 꿈을 접기로 말입니다. 지금 저의 심경은 아픔을 뛰어넘어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돌아보건대, 후보자가 자신을 알리기 위하여 유권자를 만나볼 수 조차 없을 뿐아니라, 선거 운동원 법정 선거비용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당선에 대한 집착으로 말미암아 끝내 제도의 한계를 벗어나게 되었음을 저 스스로도 크게 자책하며, 그리고 이러한 결과가 초래된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습니다.

지금 구속되었거나 조사 중에 있는 저와 관련된 사람들의 과오는 결과적으로 저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그에 따른 모든 허물을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도민 여러분. 그리고 교육가족 여러분!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제주교육의 공백과 표류입니다.

작금의 교육공황에 가까운 침체는 결국 학생들에게 엄청난 피해만 안겨줄 따름입니다.
교육을 제 몸처럼 사랑해 온 사람으로서 제 일신의 영달에만 매달릴 수는 없었습니다.

흔들리고 있는 제주교육을 이제 바로 세워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점에서 제주도교육감의 꿈을 접기로 하였습니다.

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께 거듭 사죄의 말씀을 올리면서, 끝으로 제주교육이 하루속히 정상을 되찾아 우리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게 되기를 마음 속으로 빌고 또 빌겠습니다.

2004년 2월

제주도교육감 당선자 오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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