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예총, 4.3 영령 위무와 평화 염원 문화예술축제로 펼쳐

올해도 어김없이 4.3전야제는 추위 속에서 이뤄졌다. 62년전도 이랬을까. ‘4.3전야제’에서 펼쳐진 문화예술공연들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상상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함께 공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길안내를 하고 있었다.

2일 오후 도 문예회관 광장에서는 ‘겨울, 봄날을 향한 그리움’을 주제로 제주4.2 62주년 전야제가 열렸다. 춤과 음악, 영상과 시낭송 등이 곁들여진 복합 문화공연으로 진행됐다.

▲ 4.3유족회원들이 한손에 동백꽃을 들고 무대를 중심으로 행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4.3 당시 온 섬이 무덤이었던 것을 상징하는 한라산 모형 주위에 꽂힌 향.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풍물굿패 ‘신나락’의 연물연주와 함께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원들은 붉은 동백 꽃을 들고 무대 앞쩍으로 행렬을 잇느 것으로 시작됐다. 이들으 무대 앞에 마련된 한라산 모형에 향을 올렸다. 해안가 를 제외한 한라산과 중산간 지역에 붉은 경계가 쳐지며 산 자체가 하나의 무덤이 됐던 것을 상징한다.

이어 재일작가 김시종의 시 ‘사월이여 먼날이여’가 시인의 육성을 담은 오디오로 낭송됐다. “나의 봄은 언제나 빨갛고/ 꽃은 그 속에서 물들어 핀다”로 시작된 시는 녹음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단호하고 힘있기 읽혀갔다. 현재 81세인 김 시인은 건강이 좋지 않은 편이라고 이날 사회를 맡은 김수열이 전했다.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성장한 그는 4.3의 광풍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가 역사적 멍울을 간직한 시대의 시인이다. 그의 시는 “흔들리는 나무야/ 스스로 귀 열고 듣고 있는 나무야/ 이렇게 아무 일 없이 뉘우침 흩날리며/ 봄은 또 다시 되 살아 오는구나”하고 마지막 시구를 마무리 하고 있다.

▲ 제주오름민속무용단 창작무용 '오작교사랑'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제주오름민속무용단의 창작무용 ‘오작교사랑’으로 2부 만남이 시작됐다. 그리움과 그간의 눈물이 바다가 되어 만남을 형상화했다. 시와 음악, 영상이 크로스오버된 연극 ‘그 해 겨울의 가족사’가 공연돼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바로 이어 올해로 3년째 일본 오키나와에서부터 건너와 4.3 추모행사장을 찾고 있는 4.3을 생각하는 모임 ‘한라산회’가 ‘동북아평화연대메시지’를 낭독했다. 이들은 본래 ‘오키나와를 생각하는 모임’인 혼백회를 구성하고 있다. 혼백회는 65년전 3월 26일 오키나와 전쟁에서 이뤄진 오키나와 주민에 대한 학살을 기억하고 공부하고 있다. 이들은 제주4.3과 오키나와 3.26전쟁 양민피해는 긍극적으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역사적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때문에 제주4.3 유족회와의 교류를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루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낭독했다.

혼백회 회원이리도 한 나라이 치도리가 한복을 곱게 입고 그가 직접 곡을 만들고 노랫말을 붙인‘봄-4.3 제주도’ 노래를 불렀다.

▲ 일본 오키나와에서 건너온 4.3을 생각하는 모임인 '한라산회'. 전야제 무대에서 '동북아평화연대메시지'를 단체로 낭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나라이 치도리가 '봄-4.3 제주도'를 노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3부 봄날은 이렇게 만나 서로를 위무하고 평화의 염원을 간직한 우리가 이제 다시는 전쟁 없고 헤어짐 없는 그날, ‘평화의날’을 만나 생명의 꽃으로 피어나는 무대를 형상화 한다. 풍물굿패 ‘씨알누리’와 청주 실내악단 ‘신모듬’ 공연이 펼쳐지며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이어 제주출신 부모를 둔 재일교포 2세 가수 이정미 씨가 ‘아리랑’ 변형곡과 ‘임진강’을 불렀다. ‘영혼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이정미의 혼신을 다하는 노래에 임진강을 넘은 곳까지 평화가 닿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올해 전야제도 100인의 시민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양 손에는 분홍 꽃을 들고 ‘애기동백꽃의 노래’를 부르며 화합의 장을 펼쳤다. 객석의 거의 모두가 참여한 이 합창단은 “붉은 애기동백꽃 붉은 진달래/ 다같은 우리나라 곱디고운 꽃/ 남이나 북이나 동이나 서나/ 한핏줄 한겨레 싸우지마라”라고 노래불렀다.

▲ 재일교포 2세 가수 이정미.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100인 시민합창단.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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