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승조원 조경규씨, 바다로 끌려가던 현장 목격 증언

▲ 4.3당시 군이 여성들을 수장시키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경규씨.
제주4.3 당시 상당수의 민간여성들이 토벌대에 의해 바다에 수장됐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왔다.

이는 지금까지 4.3 당시 수많은 민간인, 특히 제주시 옛 주정공장터에 수용돼 있던 민간인들이 군·경에 의해 바다에 수장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당시 상황을 목격한 최초의 군 증언자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3이 발발한 후인 48년 5월 제주항에 정박중인 해안경비대 JMS-301정 승조원이었던 조경규씨(81·경남 진해시)는 19일 제주4.3연구소(소장 이규배) 초청으로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주여성들이 수장된 채 죽어간 사실을 증언했다.

조씨는 “제주항에 정박중인 함정에서 보니 2명의 육군이 돛대도 없는 무동력 민간 목선에 30~40대로 보이는 여성 20여명을 태우고 바다로 나갔다가 30분도 안 돼 다시 빈 배로 돌아오는 모습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 

특히 밧줄로 포박된 여성들 옆에는 몸에 매달아 빠뜨릴 것으로 추정되는 돌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으며, 한 여성은 자신의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빼 내어 부둣가에 서 있던 15~16세의 딸에게 주려고 안간힘을 쓰며 절규했으나 한 군인이 냉정하게 차단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지켜본 해군 승조원들끼리 안쓰러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당초 육군은 해군(해안경비대)으로 하여금 부녀자들을 집단으로 바다 속에 처형토록 했으나 해군은 ‘여성들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줘라’ ‘이미 육군이 좌·우익으로 분류해 조사를 다 마친 상태에서 처형의 몫을 떠맡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는 증언도 4.3연구소에 전했다.

▲ 4.3당시 제주시 주정공장에 수용돼 있는 상당수 여성들이 수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주정공장의 모습.
조씨는 당시 경찰에서 조사를 받던 한 여성을 탈출시켰으며 그 여성과 결혼했다는 증언과 함께 더 많은 여성들을 탈출시키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고 연구소 관계자는 덧붙였다.

조씨는 “팔순이 된 내가 눈을 뜨고 본 진실을 준 감기 전에 후대에 전해주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 증언하게 된 것”이라고 4.3연구소 측에 밝혔다.

4.3연구소 관계자는 "당시 군·경에 의해 자행됐던 수장 사건에 대해 희생자 유가족 등의 진술은 많았지만 제주해안 봉쇄 등의 임무를 맡았던 해안경비대 출신의 증언은 처음“이라면서 “토벌대에 의한 상상할 수 없는 처형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주는 ‘양심선언’이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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