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문연, 가파도에 대한 인문사회적 연구 발표...'바다 세미나'
"제주 본섬 문화, '한정된 자원'으로 특이성 갖게돼"

가파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연구들이 흥미롭다. 가파도로 들어온 제주 본섬의 문화가 섬의 ‘한정된 자원’에 적응하며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는 것이 공통된 골자다. 상대적인 소외 속에서 유지돼 온 이런 섬 정체성이 오늘에 와서 다른 ‘섬 속의 섬’들과의 ‘차별성’이 됐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제주도와 가파도미래발전위원회, 제주대학교 산학협력연계망구축사업단이 주최하고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와 동대학 첨단기술연구소가 주관한 ‘바다 세미나’의 중심 주제 중 하나로 ‘가파도 세미나’가 23일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렸다.

▲ 가파도 항공사진. ⓒ제주의소리 DB

가파도의 인문환경과 민속신앙, 민가와 돌담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의 연구가 발표됐다.

‘가파도의 자연생태와 민속신앙’을 주제로 발표한 제주대 한국학협동과정 윤순희 씨는 “가파도 민속신앙의 양상은 제주 본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가파도 주민들의 거주역사가 오래지 않았고 대정읍에서 유래하였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가파도는 자연환경과 생업으로 인하여 가파도만의 특이성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 씨는 “(가파도의) 개인 의례(종교)가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자원 안에서 달라진 사회문화로 인해 소멸되기 보다는 가파도 주민들의 합리적인 수용으로 인해 변모했다”고 주장했다.

윤 씨가 말하는 ‘달라진 사회문화’란 한때 무덤에 잠식될 뻔한 가파도에 행정이 ‘공동묘지’를 도입시킨 것을 말한다. 공간은 한정돼 있는데 전통적인 장례문화는 지켜야 하는 주민들은 ‘마을 포제’에서 한꺼번에 상례를 치르는 방식을 발생적으로 선택한다. “개인 규모의 의례를 집합하여 공동체로 지내고 있는 양상”이다.

▲ 가파도 청보리밭 가운데 자리잡은 무덤. ⓒ제주의소리 DB

가파도의 민가에서는 본섬의 영향을, 돌담에서는 가파도의 특수성을 엿볼 수 있다.

양성필(제주대학교 한국학협동과정 박사과정) 씨는 ‘가파도 민가와 돌담의 형태적 고찰’에서 가파도 가옥의 배치에서 자연환경적 요인이 아닌 본섬으로부터의 문화적 연관성에서 선택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 씨는 “가파도의 가옥들이 모슬포에 위치한 집의 형태와 동일한 공간구성형식을 선택하고 있다”면서 특히 바람에 취약함에도 가옥의 배치를 모슬포 지역과 같은 남동향을 선택한 것이 그 반증이라고 말했다.

양 씨는 “모슬포에서 배가 왕래 했고 때문에 그곳에 거주하기 시작한 섬 사람들은 모슬포와 문화적 연관관계를 갖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들이 처음 집을 지을 때에도 모슬포의 가옥이 모범답안과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파도만의 특이성은 가옥의 공간에서 나타난다. 이는 민간신앙에서와 같이 공간적인 제한 때문에 선택된다. “공간을 외부로 확장하기 보다는 내부공간을 거주인원에 맞게 기능적으로 변용하고 있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안방을 화장실 공간으로 만들었던 경우”를 예로 들고 있다.

이는 또 다른면에서 “거주인원의 감소로 인해 내부 공간에 생긴 여유를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되기도 했다. 양 씨는 “(가파도의) 사회적 인프라의 열악함은 공간활용을 극대화하고 재료를 최소화하는 기능적인 방향으로 빠르게 선회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가파도 하동 항공사진. 대부분 남동향을 선택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DB

가파도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이색적인 돌담은 특히 본섬과는 또다른 가파도만의 경관 요소다.

양성필 씨는 이것이 “(본섬과 달리) 돌을 다듬어서 사용한 경우가 거의 없이 크기가 크건 작건 자연에서 획득한 그대로의 돌을 사용했다”면서 “특히 해안쪽의 돌담은 밭에서 캐어낸 것이 아니라 바닷가에서 가져온 돌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높다랗게 쌓아올린 돌담들은 가파도 집들의 방향이 남동쪽을 선택한 것과도 결부돼 “이 남동향의 배치가 북서풍의 매서운 바람을 막아야하는 이유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가파도의 돌담은 제주 본섬과는 다른 경관을 선사한다. ⓒ제주의소리 DB

이러한 독특한 역사문화적 환경이 가파도의 미래를 위한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강경희(제주역사문화진흥원) 씨는 ‘가파도의 인문환경의 사회사’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다른 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이루어지지 않아 개발이 다소 늦어진 덕(?)으로 섬다운 섬의 정체성을 유지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고유한 자연적 자원과 전승되어온 역사문화적 자원은 앞으로 가파도의 미래를 밝혀줄 커다란 자산으로 섬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대단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오키나와를 예로 들며 “최소한의 개발만으로 불편한 관광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곳을 찾았던 방문객들은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고 다시 찾아온다”면서 “각각의 섬에서만 가능한 섬의 고유한 자연과 문화를 공유하는 기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시설물을 만들면서 섬의 개발을 주도하기 보다는 마을에 산재해 있는 폐가를 활용할 것”을 제시하면서 건설 일변도의 섬 개발을 경계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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