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고희범, 민주당표 결집 못하면 3자구도서 밀려
현명관,여야구도·여권표 묶기…우근민,야권 '전략적투표' 기대

야권연대를 통한 제주도지사 후보 단일화가 최종 성사되더라도 아직까지는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와 무소속 우근민 후보간의 양자 대결 구도를 흔들 만큼 파괴력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야권연대 단일후보로 민주당 고희범 후보가 나설 경우 민주당 지지층이 고희범 후보와 무소속 우근민 후보 양쪽으로 나뉘면서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의 지지도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고, 야권 단일후보로 현애자 또는 오옥만 후보가 출마할 경우 현명관-우근민 후보간 접전 접전 양상이 예측되면서 고희범 후보를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반면 현명관 후보는 지금 추세로라면 누가 야권후보로 나서는 3자 구도에서도 일단은 유리한 상황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또 우근민 후보는 야권단일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이른바 야권표 쏠림현상이 나타나게 돼 있어 전략적 투표를 어느 정도 이끌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명관-고희범-우근민 세 후보가 이제부터 치열한 셈법을 해야 할 상황이다.

<제주의 소리>가 한라일보.KCTV제주방송.제주CBS와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가상대결 구도시 후보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관심을 모았던 야권연대의 파괴력은 아직까지는 '기대 이하'였다.

야권연대 후보 단일화시 후보적합도 조사에선 민주당 고희범 후보가 41.8%로 가장 높게 나타나 민노당 현애자 후보 14.8%, 국민참여당 오옥만 후보 7.8%를 크게 앞질렀다. 고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고희범, 단일후보 되더라도 ‘야권표’ 결집하지 못하면 ‘판’ 흔들지 못해

하지만 고희범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서 한나라당 현명관-무소속 우근민 후보와 ‘3파전’을 벌이더라도 현명관(39.0%), 고희범(15.9%), 우근민(31.6%)의 전체 판을 흔들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야권후보가 이뤄지지 않고 민주노동당 현애자, 국민참여당 오옥만 후보가 나서는 5파전(현명관 38.4%-고희범 11.0%- 우근민 27.2%)에 비해 현 후보는 지지도가 낮아지고, 고희범 우근민 후보는 높아지는 추세가 나타나긴 했으나 야권연대 효과라고 보기에는 미미하다. 

반면 야권연대 후보로 민주노동당 현애자 후보가 출마할 경우(현명관 37.9%, 우근민 35.5%, 현애자 12.3%)엔 현명관-우근민 후보간 2.4%p의 오차 범위내 접전, 또 국민참여당 오옥만 후보가 야권후보로 나설 경우에도(현명관 40.7%, 우근민 36.5%, 오옥만 9.0%) 현명관-우근민 후보간 4.2%p의 접전이 예상됐다.

문제는 야권연대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선 고희범, 현애자, 오옥만 후보 중 누가 나서더라도 과연 자신들을 지지하는 표를 온전히 한 후보에게 모아낼 수 있느냐다. .  

고희범 후보의 부진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도 33.0% 지지밖에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오히려 41.3%는 무소속 우근민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민주당과 고희범 후보가 처한 난감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주에서 제3당인 민주노동당도 우군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지지자 중 20.6%만이 고 후보를 지지했고, 41.7%는 우근민 후보를 택했다. 전형적인 전략투표를 하는 셈이다. 국민참여당 지지층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지 못해(고희범 37.7%-우근민 32.4%) 현명관-우근민 양자대결구도를 흔들지 못하고 있다.
 
# 한나라 현명관, 한나라당 지지표 결속이 관건….한나라-민주 양당구도가 유리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로서는 아직 안심할 순 없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상황이다.

야권단일후보로 민주노동당 현애자, 국민참여당 오옥만 후보가 나설 경우 무소속 우근민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여야 하지만, 민주당 고희범 후보로 3파전을 벌일 경우 오차 범위 밖으로 우 후보와 간격을 벌려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 후보 입장에서는 이번 6.2선거를 집권여당 대 무소속이 아닌, 한나라당대 민주당 양당 대결 구도로 몰아가려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나라-민주당 양당 대결구도로 선거를 치르면서 민주당 지지표가 무소속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묶어놔야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현 후보 입장에서도 한나라당 지지표를 어떻게 확실하게 엮어내느냐가 승부의 갈림길이다. 한나라당 지지자 중 64.4%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긴 하지만, 23.4%는 무소속 우근민 후보를 택했다. 절대적인 지지층에서 1/4를 내준다는 것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2.9%가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상황에서, 이중 25%는 전체 유권자 비중으로 볼 때 10% 가량이 무소속으로 흘러간다는 이야기다. 

보수층에서 우근민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여전히 있고, 여기에다 한나라당 경선 후유증을 아직 털어내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 무소속 우근민, 민주당 지지자 전략적 투표 이끌어 내는 게 승부 갈림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체 판세에서 선도를 계속 달리던 입장에서 2위로 밀려났다는 게 당혹스러울 수도 있지만, 아직 역전의 기회는 충분하다는 게 캠프 분위기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우근민 후보의 강점은 여야 지지자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만이 누릴 수 있는 무소속 잇점이다.

비록 민주당을 탈당하긴 했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 절반에 가까운 41.3%를 이끌어 냈다는 건 그의 힘이 민주당에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다 5파전이 아닌, 3파전으로 치러질 경우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지지표도 각각 41.7%와 34.2%를 묶어 낼 수 있다는 것도 우 진영을 고무케 한다. 사실상 자신이 야권의 진정한 단일후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지지표 23.4%도 더할 수 없는 우군이다.

무소속 우근민 후보 입장에선 3파전으로 갈 경우 민주당 고희범 후보를 대신해 자신이 사실상 야권 대표 후보로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느냐가 대세의 갈림길이다. 5.31지방선거 정국에서 당시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의 승리를 막기 위해 진철훈 후보가 아닌, 무소속 김태환 지사에게 전략적투표를 던졌던, 4년전의 드라마를 다시 만들 수 있느냐는데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제주도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지역별, 성별, 연령별, 인구비례로 할당 추출해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한 전화조사로 5월1일 하루에 이뤄졌다. 조사 시도 대비 성공 횟수를 말하는 전화응답률은 15.7%였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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