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개인뇌물 착복위해 기획관리실장 지원 석연치 않아

제주지검이 4일 오재윤(56) 전 제주도기획관리실장을 뇌물혐의로 구속함에 따라 제주도생활체육협의회 보조금 뇌물 사건으로 현금 2천만원을 뇌물로 요구한 오씨와 고모(55) 전 제주도지사 비서실장, 뇌물을 상납한 이모(61) 전 제주도생활체육협의회장 등 3명이 구속되고, 그리고 뇌물전달과정에서 자금을 세탁한 생활체육협의회 간부 2명이 불구속됐다.

경찰이 지난 4월13일 이 사건에 대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데 이어 검찰이 4일 오 전 기획관리실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뇌물)로 구속함에 따라 이 사건은 일단 마무리 수순으로 들어갔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결과 이 사건은 외형적으로는 도지사의 비서실장이었던 고씨와 당시 기획관리실장이 오씨가 공모해 생활체육협의회장 이씨에게 “도와 달라”며 뇌물을 요구했고, 이씨는 이들의 요구에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며 지난해 4월14일 현금 2천만원을 쇼핑백에 담아 도지사비서실로 직접 찾아가 전달한 사회단체 보조금을 둘러싼 뇌물수수사건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시중에서도 이와 관련한 이런 저런 말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단순히 “그랬을 것이다”란 추측에서 제기되는 의혹이 아니라 수사결과에 석연치 않은 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나타난 것처럼 과연 2천만원의 뇌물요구가 고씨와 오씨 2명 선에서 이뤄졌으며, 또 현금 2천만원을 고씨가 단독으로 사용했느냐는 점이다.

타 시․도에서 수억대의 뇌물사건이 발생하는 것과는 달리 도내 공직사회에서 2천만원의 뇌물사건은 근래에 찾아볼 수 없는 꽤 큰 규모이다.

# 과연 고씨가 개인적으로 2천만원을 요구했을까?

의문의 첫 번째는 고씨가 개인적으로 돈을 달라고 요구했느냐는 점이다. 경찰은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고씨가 도지사의 지시사항을 간부직원들에게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수행하는 등 도청 공무원들의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자리를 이용해 뇌물을 요구했다고 하나 도지사비서실장이란 자리가 2천만원의 뇌물을 요구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자리로 보는 공무원은 많지 않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도지사 비서실장은 각 실․국의 업무와 외부 단체․민간인들의 행사를 파악해 지사의 스케줄을 조정하는 게 주 임무이다. 또 지사가 직접 챙기기 곤란한 외부 경조사를 돌아보거나 외부에서 지사에게 들어오는 각종 민원을 담당부서와 연결시켜주는 게 통상적인 비서실장의 몫이다. 도지사의 지시가 없이 비서실장 단독으로 사업을 챙기거나 예산에 관여할 수도 없다. 또 고씨를 당시 도청의 ‘실세’로 보는 공무원도 거의 없다.

고씨가 무엇을 미끼로 뇌물을 요구했는지도 자세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대로 “도와 달라”는 부탁과 그 이후 오씨의 독촉 전화가 전부이다. 무엇을 미끼로 뇌물을 요구했는지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 부하직원 뇌물 받는데 기획관리실장이 대가도 없이  ‘독촉전화’를 한다?

경찰은 ‘대가성’의 이유로 생활체육협의회장 이씨가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나, 고씨의 요구에 따라 2천만원을 내줄 정도로 생활체육협의회의 예산이 넉넉하지 않을뿐더러,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며 직원들의 월급(뇌물로 건내진 2천만원은 직원 월급)을 뇌물로 건냈다는 것도 의문이다.
 
비록  오 전 기획관리실장의 공모가 있었다고는 하나 고씨의 “도와 달라”는 단순한 부탁에 못 이겨 생활체육협의회장인 이씨가 선뜻 2천만원을 갖다 줬다고 보기는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검․경의 구속영장에서는 오씨가 독촉전화를 했다고 밝혔으나, 이 부분이 바로 제3자 개입자능성을 제기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만약 2천만원을 전달받은 고씨가 그 중 일부를 오씨에게 전달했다면 이는 통상적인 뇌물사건에서 볼 수 있는 ‘그림’이 된다. 그러나 이 사건은 뇌물상납의 연결고리가 없다. 이 때문에 고씨가 2천만원을 이씨에게 부탁했고, 여기에 오씨가 가세해 독촉전화를 하게 된 배경에는 이들보다 윗선의 ‘영향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들고 있다.

#  공무원․민원인․기자들로 북적거리는 비서실에서 뇌물을 받을 수 있나?

이씨와 고씨가 2천만원의 뇌물을 주고받은 장소가 도지사 비서실이었다는 점도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킨다.

아무리 배짱이 좋은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사용할 뇌물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받는다는 것은 통상적인 상식에 맞지 않은 부분이다.

도지사 비서실은 지사에게 결재를 받기 위해 공무원들이 항시 들락날락 거릴 뿐만 아니라 지사면담을 위해 일반인들이 대기하는 곳도 바로 비서실이다. 여기에다 취재기자들이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비서실을 들락거리며 북적될 정도로 완전히 공개된 장소에서 개인적으로 착복할 뇌물 2천만원을 주고받았다는 게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또 생활체육협의회장 이씨는 제주시의회의장까지 역임한 제주사회 지도층으로 비서실장에게 뇌물을 주기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얼굴을 노출시키면서까지 뇌물을 줬다는 것도 통상적인 범죄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대담성'이다. 

# 2천만원 뇌물 정말 고씨 혼자서 10일만에 써버린 게 맞나?

또 하나는 2천만원을 과연 고씨 혼자서 사용한 게 맞느냐는 대목이다.

경찰은 중간수사 발표에서 고씨의 진술에 따라 고씨 혼자 2천만원을 열흘사이에 경조사비로 다 써버렸다고 발표했다. 또 “상사에게 전달했다는 것은 유언비어로 그런 일은 결코 없다”고 밝혔다.

고씨와 이씨 사이에는 도청조직 서열 3위인 오 전 기획관리실장이 개입돼 있다. 오씨는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빨리 전달해 달라”고 독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씨가 2천만원이라는 거액을 10일 사이에 경조사비로 써버렸다고 하는 대목도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거니와 경찰의 발표대로라면 고씨보다 한참 고참이자 당시 실세로 평가되던 오씨가 오직 고씨 개인의 배를 채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이씨에게 뇌물을 상납할 것을 독촉했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도 기획관리실장인 오씨가 자신과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일이자 오로지 부하직원의 뇌물을 챙겨주기 위해 독촉전화를 했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고씨와 오씨가 제3의 인물로부터 ‘돈을 마련할 것’을 지시 받고, 이씨에게 지원을 요청했으며, 그 돈은 제3의 인물에게 흘러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처럼 석연치 않은 구석이 이번 사건에는 너무나 많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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