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구조 인지도 ‘연기 또 연기’…해군기지는 연기요청 ‘묵살’

제주도가 최근 지역사회 현안인 계층구조 개편과 화순항 해군기지와 관련한 도민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상반된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계층구조 개편과 관련한 도민 여론(인지도)조사는 “많은 도민들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당초 계획에서 두 차례나 여론조사 실시 시점을 늦추는 반면, 화순항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 홍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여론조사 발표 중단을 요구하는 현지주민들의 의사를 묵살한 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민들이 제주도 당국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 당국은 도민설명회가 끝나는 지난 4월20일 세 번째 여론조사를 실시해 주민투표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번째 여론조사에서 도민 인지도가 47.7%에 그치고 한 달간에 걸친 설명회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좀처럼 올라갈 조짐을 보이지 않자 “신중한 선택을 위해서라도 많은 도민들이 혁신적 대안과 점진적 대안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면서 사회 각계 각층에 대한 설명회를 하기 위해 세 번째 여론조사를 5월 10일 전후로 연기했다.

제주도는 광범위한 설명회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대학생층이 이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아 인지도가 요지부동인 것으로 파악되자 이번에는 계층구조 개편 ‘100문 100답’이라는 자료집을 발간하고, 홍보자료를 추가로 인쇄해 도 전역에 배포하면서 또 다시 여론조사 시점을 10여일 늦추기로 했다.

제주도 당국은 여론조사 시점이 연기될 때 마다 “행정계층구조 개편은 제주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것인 만큼 많은 도민들이 이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아라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혀 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제주도가 혁신적 대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여론조사 시점을 늦추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당국의 태도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져 왔다.

제주도 당국은 그러나 화순항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이 같은 입장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태환 지사는 3월말 화순항 해군기지 문제가 언론에 보도(3월24일)돼 도민사회가 뒤숭숭해지자 해군본부에 이에 대한 설명을 공식요청, 보도 일주일만인 4월1일 해군본부로부터 이와 관련한 설명을 들은 데 이어 4월12일에는 “제주발전연구원에 이에 대한 분석을 하도록 지시했다. 도민여론조사를 포함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제주도 정책 판단의 기준으로 삼겠다” 고 밝히는 등 정책과는 달리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제주발전연구원이 실시하는 여론조사.

제주발전연구원은 제주도로부터 이에 대한 과업지시가 떨어지자 안덕면민과 제주도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 착수, 지난 달 말 여론조사를 마무리 짓고 오는 20일쯤 이를 발표할 계획에 있다.

화순항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유독 발 빠른 행보를 보이자 안덕면 화순항 해군기지 반대 화순․사계대책위원들은 지난 6일 김태환 지사와 제주발전연구원을 방문해 여론조사 시점을 연기하고 현재 조사된 여론조사결과 발표를 중단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이들이 이 처럼 요구하는 근거는 화순항 해군기지와 관련해 해군이 지난 2년동안 치밀한 물밑작업을 벌였왔으며, 해군기지 설치 당위성을 홍보하는 자료를 수 천 부씩 뿌린 직후 여론조사가 실시돼 객관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대책위원들은 김 지사에게 “해군은 완벽한 준비를 거친 후 대대적인 홍보를 실시한 반면, 주민들은 지금까지 반대여론을 홍보할 기회조차 갖지 못해 이 같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찬성홍보 못지않게 반대 홍보도 충분히 이뤄진 후 객관적인 여론조사 기관에 의해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여론조사 발표 중단과 찬반토론 후 재실시를 요청했다.

대책위는 또 “발전연구원이 해군기지가 들어설 경우에 대해서만 경제성을 분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후 “화순항이 해군기지가 아닌 어항과 미항으로 개발됐을 경우 어떤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함께 분석하는 것이 올바는 분석”이라며 이에 대한 분석도 병행해 줄 것을 건의했다. 

김태환 지사는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만 답했을 뿐 이미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발표 중단 또는 재실시 요구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아 오는 20일 이를 공개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계층구조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여론조사 시점을 거듭 연기하는 제주도 당국이 유독 화순항에 대해서는 이 같은 입장을 외면하고 나서자 화순 사계리 주민들은 물론 화순항 해군기지 반대도민대책위측도 김 지사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화순․사계 반대대책위측은 “제주도가 계층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여론조사 시점을 몇 차례씩 연기하고 공무원들을 휴일도 없이 동원하면서 찬반양론에 대해 집중적인 홍보를 하면서도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반대 홍보를 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여론조사를 강행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결국은 제주도가 겉으로는 객관성을 내세우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찬성하고 있은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도민대책위 관계자는 “지금 제주도 당국은 계층구조 개편과 화순항에 대해 자신들의 마음 따라 어떤 것은 연기하고, 또 어떤 것은 강행하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며 “제주도가 이 같은 이중적인 태도를 계속 보이고, 화순항 해군기지의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들의 요구를 묵살 한 채 형평성을 잃은 여론조사결과를 그대로 발표할 경우 심각한 도민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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