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제주시에 ‘사업불허’…“인위적 지형변경 안돼”
시, 저류용량 축소 재신청 방침…아라지구로 변경도 검토

▲ 제주시가 도심 한복판인 삼성혈 인근에 5만톤 저수용량의 대형 저류지 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문화재청이 사업불허 결정을 내리는 등 사업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위치선정 적정 여부 등 논란이 예상된다. 가운데 빨간선 안이 저류지 사업예정지. ⓒ제주의소리

제주시가 동문시장 등 산지천 하류지역 범람 방지를 위해 도심 한복판에 5만톤 용량의 대형 저류지 시설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형 저류지 조성 예정지가 국가문화재인 삼성혈과 직선거리로 200m에 불과해 문화재청까지 나서 역사문화 환경 저해를 이유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반려하는 등 시설 설치사업을 불허했지만 시는 규모를 줄여서라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제주시는 동문시장 등 산지천 하류지역의 홍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삼성혈 동측 산지천 상류지역(이도1동 1264-2번지, 속칭 ‘국일건재’) 일대에 대규모 저류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시는 사업비 50억원을 투입해 8500㎡ 부지에 저류용량 5만톤 규모의 저류지를 설치하고, 저류지 주변에 산책로와 쉼터 등을 마련해 시민 친수공간으로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10억원을 투입해 부지 매입을 이미 마무리했고 올해 내 공사에 착수, 내년 6월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저류지는 산지천에 설치되는 네 번째 저류시설로, 제주시가 이미  4대 하천에 시설 중인 한천(2곳).병문천(4곳).산지천(3곳).독사천(2곳) 등에 이은 열두 번째 저류지다. 그러나 앞서 열한 곳과 달리 도심 한복판에 이같은 대형 저류지가 설치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지난 2008년 11월 이후 산지천 상류에 총 저류용량 7만2000톤의 저류지 3곳을 완공했지만 작년 8월27일 중산간이 아닌 제주시 도심에 시간당 87.5mm의 폭우로 산지천 하류 복개구간이 범람 위기에 처하자 도심 한복판에 이같은 저류지를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 제주시는 이번 저류지 시설로 도심 집중 호우시 동문시장 등 산지천 하류 범람을 방지할 수 있고 도심속 시민휴식 공간으로서 친수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가문화재인 삼성혈과 불과 200여m 밖에 떨어여 있지 않고 도심 한복판이어서 사업추진이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그러나 도심 속에, 그것도 국가지정문화재이자 탐라국 개국신화인 ‘삼성신화’의 역사를 품고 있는 삼성혈 ‘코 앞’에 이 같은 거대한 인공호수와 같은 저류지 시설을 추진하자 문화재청이 우선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문화재청은 시가 지난 5월 초 신청한 ‘산지천 저류지 공사에 따른 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신청’에 대해 같은 달 12일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 “인위적인 지형변형으로 인해 역사문화 환경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사업을 불허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지난 달 14일 이같은 입장을 제주도를 통해 통보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상 국가지정문화재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이내 지역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는 인.허가 전에 문화재 보존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도록 돼 있다. 국가지정문화재인 삼성혈과 산지천 제4저류지 예정지 간 거리는 약 200m에 불과, 문화재청이 삼성혈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밖에도 이번 저류지가 시설될 경우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도심 한복판에 만수시 깊이 8~9m의 대형 저류지가 시설되는 것에 대한 적합한지에 대한 부정적 지적으로 무엇보다 위치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초등학생 남매를 둔 박 모씨(38.이도1동)는 “산지천 범람을 막는다는 취지에는 백번 동감하지만 어른들도 위험한 깊고 큰 물구덩이가 우리 동네 인근에 생긴다니 무엇보다 아이들 안전에 염려가 된다”며 “가능하다면 도심 한복판을 벗어난 곳에 위치를 재선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조용보 제주시 재난안전관리과장은 “다음 달 중으로 저류용량을 당초 5만톤에서 3만톤 규모로 줄여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를 재신청할 방침”이라며 “만일 재신청에서도 불허결정이 내려지면 사업예정지를 제주시 이도2지구와 아라지구 사이 부지로 변경하는 차선책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시는 지난 2007년 태풍 ‘나리’ 당시 집중호우로 13명이 숨지고 928억원의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제주시 4대 하천변 11곳에 총면적 29만9000㎡, 저장능력 157만7000톤의 저류지를 시설하는 재해대책을 추진해왔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